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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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주춤했던 2008년 설립된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9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책 <업스타트>. 아마존의 성장사를 보여준 책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의 저자 브래드 스톤이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 전략을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우버는 CEO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임하고 8월에 다라 코스로샤히가 새 CEO로 취임했고, 에어비앤비는 흑자로 전환하는 등 변화가 있기도 했습니다. <업스타트>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창업 스토리, 험난한 전쟁 그리고 폭발적 성장에 이르기까지 두 기업의 성장사를 살펴봅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창업자들의 배경을 먼저 알아보는 것으로 두 기업의 이념과 전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두 명의 디자인 전공자들과 한 명의 천재 엔지니어로 구성된 독특한 조합이었어요. 집세 부담에 시달리던 그들은 디자인 콘퍼런스 참석 차 그 지역으로 몰려온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숙소를 미끼로 던진 것을 계기로 집 공유 개념을 사업 밑천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버의 게릿 캠프는 취약한 택시업계 때문에 데이트마저도 곤란해지자 영화 <카지노 로열>에서 본 아이디어와 결합해 차량 공유 개념을 사업 아이디어로 점찍고 트래비스 캘러닉과 함께 확장합니다.

 

실리콘밸리 성공기를 접할 때마다 특유의 투자 형태에 부러움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에어비앤비와 우버 역시 험난한 투자 유치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합니다. 당시 숙박 공유, 차량 공유 개념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투자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는지 그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새로운 신용 경제의 시대를 연 만큼 끊임없는 논란거리와 함께 한 성장이었습니다. 기회주의적 모방이 잇따라  경쟁사와의 전쟁은 기본.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의 집이 엉망이 된 사건을 시작으로 초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를 겪었고, 우버는 각종 모순적 규제들과 정치적 싸움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은 일명 트래비스 법칙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기존 대안 서비스보다 현저히 더 나은 서비스를 수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대응 방식에 미묘한 태도 차이는 있어도 공통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규제할 수 없을 만큼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사용자 기반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면서 무조건 성장하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으로 새로운 시대의 쌍둥이 거인이 된 에어비앤비와 우버. 닷컴 호황 때와는 다릅니다. 실사용자들 유입으로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어렵게 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많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인 교포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에 대한 사고 책임을 지는 걸 거부하면서 합의는 '오직 인도주의적 이유로 제시됐다.'식의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우버는 승객을 기다리며 앱을 켜놓은 채 운전하다 사망 사고가 난 소피아 리우의 비극이 있었죠. 차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대기 시간 중 사고에 관한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우버의 의지는 실망스러울 뿐이지요.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20, 30대 젊은 창업자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매출, 전체 시장가치, 직원 수 면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지구상 최대 호텔 회사인 에어비앤비는 실소유 호텔방이 단 한 칸도 없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서비스 회사 우버는 고용한 전문 운전사와 차량이 없습니다.

 

집을 빌려주고 차를 공유한다는 개념은 이미 그전부터 있었기에 이들이 공유경제, 온디맨드 경제, 원 탭 경제의 창시자들은 아니지만 공유경제 개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했습니다. 공유경제를 세계적 비즈니스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성장은 공유경제의 찬성론, 반대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1세기 동안 지속된 기술 사회의 출현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업스타트>는 단순히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창업 스토리를 미화한 게 아니라 가십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뒷담화가 많이 나옵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도했지만 단명한 창업가들 이야기도 곁들여 무엇이 달랐는지 성패 요인을 짚어보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 전문기자 브래드 스톤의 생생한 글 덕분에 딱딱한 경제경영서가 아닌 기업 전쟁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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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장지 지음, 차혜정 옮김 / 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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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가 되면 돈을 망태기로 쓸어 담을 수 있다고 들은 터였다."  - 책 속에서

 

 

 

시골 출신 '나' 팡취안은 임신 중인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도시에서 기반을 잡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지금은 백수 신세이지만 친척인 스님 아훙 아저씨의 제안으로 절 행사에 참석해 일당을 받는 일을 해봅니다. 아훙 아저씨는 승려 노릇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며 계속 이 일을 하길 원하지만, 팡취안은 가짜 스님 노릇을 마땅찮게 여깁니다. 돈벌이는 안 되더라도 마음이 떳떳한 일을 하고자 합니다.

 

 

 

우유 배달을 시작으로 신문 배달, 빈병 수집, 불법 삼륜차 영업을 하며 쓰리잡은 기본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나씩 잡을 때마다 그 일을 따내기 위해 쓴 돈도 만만찮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래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 음식 뇌물을 줘가면서 일감을 따냅니다. 일 따내는 실력을 보니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데다가 행동력은 5G 급입니다. 실행력 하나는 잽싸네요.

 

아들을 기대했다가 둘째마저도 딸이어서 아들 욕심에 셋째까지 낳습니다. 팡취안은 슬슬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지만 큰 딸이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찬조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 (시골 출신의 팡취안처럼 도시 호적이 없는 경우) 돈이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일은 많이 하는데도 돈은 모아지질 않습니다. 삥 뜯기거나 범칙금으로 나가기도 하는 재수 없는 날이 이어지고, 아내의 수술비까지... 겨우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나가버립니다.

 

 

 

다시 절 행사에 참석한 팡취안은 불가의 주문 중 가장 긴 주문인 「능엄주」를 낭송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정을 되찾게 됩니다. 셋째가 아들이기를 바랄 때 아들을 낳는다면 남은 생을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팡취안. 게다가 결혼할 때 아내에게 평생 일하지 않게 해준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괴감에 빠졌던 그는 가족을 위해 결국 가짜 승려 노릇을 하려 듭니다. 마침 작은 암자를 물려받게 되는 기막힌 행운이 더해져 순식간에 작은 절의 주지가 됩니다.

 

막상 절을 운영하려니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다단계 판매업자 상술을 구사하는 영업직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어야 합니다. 불교 행사를 열어야 사찰이 먹고산다는 말이 있듯 팡취안은 절을 인수 한 후 바로 큰 행사를 진행하기에 이릅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땀 흘려 돈을 벌었을 때와 달리 이제는 너무 쉽게 돈이 들어와 오히려 떳떳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두고 혼자 외딴곳에 와 승려 노릇하니 마음도 심란하고 말이죠. 집으로 돌아가 봤지만 아이들과도 서먹한 상태다 보니 상실감에 사로잡힙니다.

 

 

 

소처럼 일했지만 벌리지 않는 돈. 단물 쪽쪽 빨아먹는 현실을 버텨내기 힘든 그로서는 가족을 위해 그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어정쩡한 가짜 스님 노릇 대신 출가해 정식 스님이 되면 절을 확장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말이죠.

 

가족을 위해 선택한 일이 결국 가족을 버려야 하는 일이 되었으니. 그런데 팡취안으로서는 오히려 그의 재능을 찾아 출가를 한 셈이니 잘 된 일일까요. 아내와 아이들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속세의 가족을 위해 속세와 인연을 끊지만 결국 속세의 돈을 벌어들이는 팡취안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상황에 닥치면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 선택일지 선뜻 결정하기 힘들군요. 가족밖에 모르던 중국의 흙수저 팡취안의 선택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중국 소설 읽었는데 은근 재미있어요. 지금까지 읽은 중국 현대 소설 대부분이 꽤 명쾌한 문장에 질질 끌지 않는 편이라 흡인력 아주 좋습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족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장지 작가의 <출가>. 올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갑자기 나의 삶이 게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를 통과하면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게임의 난이도도 올라가며 끝이 없이 계속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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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 - 언제 대재해가 일어나도 우리 가족은 살아남는다
오가와 고이치 지음, 전종훈 옮김, 우승엽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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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우리도 이제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이 들끓습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 요령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방재 여부에 따라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재해. 그저 책상 아래 숨어드는 게 다가 아닌, 각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 저마다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은 일본 현직 방재사 오가와 고이치 저자가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맞춤 정보를 담은 책입니다. 재해 전 대비 요령, 재해 시 대처 요령을 재난별로 설명합니다. 전 연령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고양이 가족을 통해 재난 생존법을 들려줍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재해 재난을 '설마', '내가 사는 곳은 괜찮아.' 식의 심리에 사로잡혀 있을 겁니다. 막상 재해가 닥치면 우리는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보이게 되는지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오더군요.

 

침착하게 행동하거나 패닉에 빠지는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무리가 양 끝에 자리 잡고, 70~75%나 되는 대부분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꼼짝 못 하는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위험이 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평소 알고 있어야 사랑하는 이와 나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인간 본능상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이 늦어지는 심리가 있다는 걸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단념하는 심리도 있는데, 가족들이나 구하러 오는 사람이 위험에 말려들 수 있다는 위험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재해 전 평소 대비책에 관한 부분도 유용한 정보가 한가득이었어요. 집과 근무지가 재해에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일단 건물이 튼튼해야 하지만 국내 내진 건물 비율은 고작 7퍼센트. 금전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지만 이미 지어진 집도 내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하면서 준비하는 순환 소비 방식으로 비상 식품과 소모품을 일상 비축하는 방법, 각종 가구와 사무용품을 고정하고 배치하는 방법 등 재해 전 대비 요령을 차근차근 따라 해봐야겠어요.

 

 

 

재해가 닥쳤을 때 대처 요령으로는 지진, 쓰나미, 태풍과 홍수, 화산 폭발, 폭설 등 각종 자연재해에 맞는 대처법을 소개합니다. 지진이 났을 때 책상 아래로 들어가서는 안 되고 위험을 무릅쓰고 뛰쳐나가야 할 상황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여러 상황에 맞춰 생각해 둬야 실제 재난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우리가 평소 얼마나 알아두는가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방문 주변에 쓰러질 수 있는 책장을 놓지 말 것, 홍수가 났을 때 흔히 생각하는 장화는 오히려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신으면 안 되고 운동화를 신을 것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실질적인 재해 대비책, 대처 요령이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에 꼼꼼히 소개되었습니다.

 

 

 

확실히 일본에선 방재 대책이 우리나라보다는 월등해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교육을 하긴 하던데, 정작 일반인의 방재 교육은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우리보다도 재난 대처에 대한 사고방식이 더 견고하다 싶었던 일본에서조차도 정작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치는 사례가 흔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찾거나 순간 주저해서 피난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요.

 

재난 생존에 대한 실천 가능한 대비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으로 셀프 생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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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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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며 살진 않지만 우리 삶에 녹아들어 있는 공통의 기준, 단위. 언제 어디에서나 곁에 있지만 존재를 잊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측정'하며 산다고 합니다. 방의 밝기, 온습도, 수압, 핸드폰 충전 상태 등 무엇인가를 재는 행위의 연속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영향력을 그다지 인지하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단위로 읽는 세상>은 인간 지식의 결정체, 문명을 이룬 도구, 더 분명한 소통을 위한 언어로서의 단위를 파헤쳐 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객관적인 것이 있다면 숫자입니다. 모호함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한 한 빨리'같은 언어의 다른 요소들과 구분되죠. 하지만 숫자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면 다른 보조 수단이 필요합니다. 바로 단위입니다. 숫자에 단위가 붙어야 비로소 객관적이면서 의미를 가진 표현이 되는 겁니다. 대상을 객관화하는 수단인 숫자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위가 만나 타인과의 소통에서 최소한의 객관성을 얻는 거죠.

 

재미있는 건 평점, 별점 같은 수치로 보여주면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 객관적이지 어렵지만 말이죠. 내 걸음으로 30분과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한 30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도보 10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 자체가 가진 객관성에 편승해 마치 결과가 객관적인 듯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죠.

 

길이, 넓이, 부피, 무게, 시간, 속도, 밝기, 전압, 전류 등 물리량을 표현하는 단위는 있지만 기쁨, 분노 등을 나타내는 단위는 없습니다. 아직 실체 파악이 안 된 미지의 대상들은 단위가 없습니다.

 

 

 

단위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기준이 점차 변한다고 합니다. 예전엔 1미터를 쇠막대기를 기준으로 했다면, 요즘 통용되는 1미터의 정의는 '빛'이 '진공'에서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단위의 개념이 대중의 이해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원자 운동 수준에서 정의 내립니다.

 

기술의 발달로 시계에 분침, 초침이 달리면서 인간의 삶도 분, 초 단위로 관리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스포츠, 금융시장, 우주선 발사 등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각각의 문화권마다 다양한 단위가 만들어지고 사용되어 왔지만 단위계들도 경쟁과 적자생존을 겪었습니다. 사용되다가 사라진 단위들도 많습니다. 가장 흔한 예로 우리나라의 '평'. 1평은 키가 180cm인 사람이 누워서 양팔을 벌렸을 때 만들어지는 정사각형을 생각하면 됩니다. 한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최소의 면적이죠. 이제 평 대신 제곱미터를 사용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평이 더 직관적으로 와닿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계에선 법규를 피해 가기 위해 평 대신 사용할 '형', 'PY'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냈죠.

 

 

 

단위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들 이야기 등 단위들의 역사를 통해 미터법과 야드파운드법의 흥미진진한 경쟁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터법을 사용하는데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는 곳은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 세 나라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혼용해서 사용해왔습니다. 신체 사이즈나 TV 화면 사이즈처럼 인치 사용에 더 익숙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 

 

종이, 카메라 렌즈, 시력, 술잔, 연비 계산 등 일상이 편리해지는 단위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단위를 주제로 한 알쓸신잡을 보여준 <단위로 읽는 세상>. 지식 정보 면에서 유용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알아두면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네요. 올바른 단위 표기 방법에 관한 정보는 생각 외로 우리가 잘못 알고 쓰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만만하게 봤던 단위가 만만하지 않더라는 것. 어이없게도 단위를 혼동해 큰 사고로 이어진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99년 나사의 '화성 기후 궤도선'이 286일을 날아 비로소 화성 궤도에 진입 중 추락한 사고는 단위를 혼동한 결과였다네요. 미터법과 야드파운드법처럼 사용하는 단위가 달라 생긴 숱한 문제를 보면 나라마다 단위가 다른 것이 세계화에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문명을 이룬 도구로서의 단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단위를 이야기한 책, 단위로 읽는 세상. 청소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교양과학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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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악몽을 파는 가게 1~2 세트 - 전2권 밀리언셀러 클럽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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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작이든 단편이든 모두 만족감 안겨주는 작가 스티븐 킹. 이번 단편집을 킹옹 스스로는 이렇게 평합니다. '자정에만 문을 여는 노점상'이라고. 이런저런 것들을 늘어놓고, 와서 하나 골라 보라고 독자들을 유혹하는 <악몽을 파는 가게>. 하지만 위험 품목도 있으니 조심하라는군요.

 

 

 

황금가지에서 1, 2권으로 나왔고요. 아주 짧은 단편, 넉넉한 분량의 단편 등 총 2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말도 참 재미있게 쓰는 스티븐 킹. 시시껄렁한 자전적 이야기에서 글쓰기 법까지 작가의 말에서도 쏙쏙 뽑아낼만한 멋진 말이 많아요. 단편집 <악몽을 파는 가게>에서는 단편의 매력을 설토합니다. 장편에서는 모르고 지나갈 만한 실수들이 단편에서는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말이죠. 스티븐 킹마저도 단편소설을 쓸 때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한다니!!!

 

"글을 쓰는 하루하루가 배움의 기회고 새로운 도전이며 땡땡이는 용납되지 않는다. - 스티븐 킹"

 

 

 

이번 단편집은 스티븐 킹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선물 같은 책입니다. 각 단편마다 앞머리에 스티븐 킹 작가 본인의 논평을 붙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스토리에 얽힌 배경을 알고 읽으니 읽는 맛이 훨씬 더 좋아지더라고요. 이 부분들만 골라 읽어도 한 권의 에세이가 탄생하는 셈입니다.

 

스티븐 킹이 열심히 읽은 작품도 소개되는데 루 아처 탐정이 나오는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들, H.P.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열독했더군요. 레이먼드 카버 책을 스무 권도 넘게 읽은 직후 쓴 단편 『프리미엄 하모니』는 카버의 스타일이 슬쩍 난다고 고백합니다.

 

번개처럼 영감이 떠올라 작업 중이던 장편을 잠시 중단하고 당장 쓴 『130킬로미터』는 열아홉 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공포소설입니다. 공포의 맛 쫄~깃 쫄~깃. 사람을 잡아먹는 자동차 괴물 이야기인데, 스티븐 킹만의 실감 나는 묘사가 제대로 담겨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소설 중 제가 가장 무서워하며 읽은 소설입니다.

 

<악몽을 파는 가게> 단편집 통틀어 결말이 대박이었던 『모래 언덕』은 마지막 문장에서 소~오~름~을 만끽했고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분홍색 킨들을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우르』도 독특했어요. 1040만 개의 대체현실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2016 에드거상 수상작 『부고』가 <악몽을 파는 가게 2>권에 수록되었습니다. 가십 뉴스 전문 사이트에서 부고 작성을 하는 남자. 점잖은 부고 기사가 아니라 온갖 뒷담화가 이뤄지는 부고입니다. 어느 날 불만스러운 상사의 부고를 장난으로 작성해봤는데 죽음이 현실로 이루어진 겁니다. 혹시나 싶어 죽어 마땅한 인간들을 생각해 실험해보니 역시 마찬가지. 이제 그는 생사를 관장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벌어지는데...

 

그 외에도 단편집의 최후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 『여름 천둥』은 인류 최후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고, 스티븐 킹이 직접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철벽 빌리』도 있습니다. 그의 맨 첫 직장인 엔터프라이즈 스포츠 담당 기자였던 시절을 섞었습니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발상을 질색한다며 인간의 성욕이 얼마나 짐승 같아질 수 있는가 써보고 싶어서 탄생한 『미스터 여미』, 1999년 큰 사고를 당한 후 긴 세월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스티븐 킹의 고통이 스며든 『초록색 악귀』 등이 있습니다.

 

이번 단편집은 명문장도 많네요. "유머와 호러는 샴쌍둥이와도 같다."라든지 "오직 소설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결론 비슷한 것을 내릴 수 있다." 같은 이야기는 작가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도 좋은 조언이 됩니다.

 

"내 작품을 꾸준히 찾아주는 독자 여러분과 나, 양쪽 모두 아직까지 이렇게 살아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것이다. 참으로 근사하지 않은가?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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