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9
사이토 다카시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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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들에게는 독서법 책으로 유명한 사이토 다카시. 그래서인지 그의 본업이 교육학자라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교육 방법을 연구하는 사이토 다카시의 '가르치는 법'에 관한 책 <교육력>. 이 책은 직업상의 선생님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배움의 장입니다.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는 가르치는 사람의 교육력에 달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게 바로 교육입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교육의 기본을 '동경'이라고 합니다. 마음 끌리는 것이 있으면 노력하고자 하는 향상심이 생깁니다. 무언가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벡터가 동경입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배우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동경을 강하게 가져야 합니다. 경험적 지식을 쌓았다는 장점은 남긴 채 신선함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인 동시에 배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요.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싫어 그 과목도 싫어한 경험이 떠오릅니다. 그다지 의욕 없어 보이는 선생님도 떠오릅니다.

 

선생님이라면 가르치는 보람이 가득한 삶을 꿈꿀 겁니다. 가르침 받는 쪽에서 '해보고 싶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다', '마구 호기심이 생기는걸' 정도의 의욕이 생긴다면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강제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야말로 보람을 느끼지 않겠어요. 좋은 선생님의 조건은 무엇인지 <교육력>에서 만나보세요.

 

 

 

사이토 다카시는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기를 그만두면 교육력은 떨어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자기가 배움을 통해 기쁨을 얻은 경험이 있어야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재조명해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연구자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사고·논리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진 물음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과서를 해체해 학생에게 전할 만큼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전문적 역량과 인간적 매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 외에도 가르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역량들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따지지 말고 그냥 해'가 아니라 해당 지식을 기억할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려면 문맥력도 갖춰야 합니다. 학생 신분일 땐 중요하지 않지만 사회에서 체감상 8할의 비중을 차지하는 절차력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도 강조합니다. 개인의 재능보다 관계의 힘을 믿고, 응답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법을 좋아했던 터라 이 책에서 간간이 등장한 독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독서의 중요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소설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수준 높은 문학을 맛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말처럼 교양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독서 교육을 강조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역량을 살펴보다 보니 배우는 자세 또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어요. 남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인 적극적으로 수동적인 자세. 이것이 배움의 자세였습니다.

 

한 가지만 뛰어나면 틀에 박힌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힘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이토 다카시 저자는 가르치는 사람의 자질을 논함으로써 결국 교육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회에 파고들지 못하는 사람을 배출하는 이 시대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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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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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시리즈 <눈보라 체이스>에 이어 읽은 <연애의 행방>.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연애소설이라니 뜬금없다 싶었어요. 뭔가 맹숭맹숭 심심할 것만 같았죠.

 

설렘 가득한 유쾌발랄 <연애의 행방>을 읽고 나면 그런 소리 쏙 들어갑니다. 전적으로 미스터리물 마니아라면 미스터리는 1도 나오지 않는 <연애의 행방>에 호불호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읽는 내내 빵빵 터졌어요.

 

 

 

어느새 환갑을 맞이한 히가시노 게이고. 스노보드 타는 모습이 프로필 사진으로 나오다 보니 여전히 젊은 작가로만 생각됩니다. 하긴. <연애의 행방>을 읽다 보면 삼십 대 작가로 생각될 만큼 무척 젊은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이번 소설에서 빛을 발휘하네요.

 

 

 

썸 타는 남녀 간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배경은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입니다. <눈보라 체이스>의 배경이 된 스키장이기도 합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남녀 여덟 명이 등장하는 <연애의 행방>. 도쿄에서 직장생활하는 도시인들입니다. 겨울 스포츠 시즌을 맞이해 스노보드를 즐기는 가운데 싹트는 러브러브. 겔렌데 마법이라 해서 스키장에서 만나면 이성이 실제보다 몇 십 퍼센트쯤 더 멋있어 보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뻔하게 밀고 당기는 겔렌데 러브 스토리는 아닐까 걱정했는데, 리얼 반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배꼽 잡을 준비해야 합니다.

 

 

 

스노보드 마니아 작가답게 스노보드 용어도 제법 등장합니다. <눈보라 체이스>와 <연애의 행방>을 읽고 나니 '스노보드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슬쩍 나올 법도 하네요.

 

 

 

남녀 8인. 그들은 단순히 직장 동료이기도, 비밀연애 중인 관계도 있습니다. 서로가 처음부터 모두를 다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약혼녀가 있음에도 바람피운 남자 덕분에 얽히고설켜 나중엔 서로를 다 알게 되긴 하지만요.

 

좋은 관계로 발전할만한 타이밍을 눈앞에 둔 한 남녀. 그들이 탄 곤돌라에 합승하게 된 여자 4인조 중 한 명이 하필 그의 약혼녀인 겁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걸리는 건가요.

 

고글에 페이스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잘 못 알아보는 복장이라 어찌어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건만. 바람피우는 상대 여자와 그의 약혼녀가 고교 동창인 건 또 뭡니까. 약혼자 사진을 보여주려는 장면에서 절묘하게 멈춘 작가의 끊어치기 신공. 결혼 준비가 진행되는 중에 약혼녀를 속이고 독신생활의 마지막 불장난을 지르려 한 남자의 운명은 과연? 이 곤돌라 안에서 약혼녀와 일행이 나눈 대화가 배꼽 잡으니 기대하며 읽어보세요.

 

 

 

한편 도쿄의 호텔에서 일하는 동료 일행 다섯 명의 스토리도 흥미진진합니다. 플레이보이와 비밀연애하느라 애타는 커플, 비밀연애하다 곧 결혼을 앞둔 커플, 그리고 만년 실연남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단편소설처럼 이어집니다.

 

그중 만년 실연남 '히다'와 소설 첫 장면에서 불륜남의 파트너였던 '모모미'의 사랑찾기는 꽤나 장기전입니다.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하고, 대반전의 서프라이즈를 충족할만한 프러포즈를 계획했다가 눈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선수를 빼앗긴 만년 실연남. 멘털만큼은 정말 강하네요, 이 남자. 매번 회복은 잽싸게 합니다. 그러다 스키장에서 하는 단체 소개팅인 겔팅에 참석했다 만난 모모미에게 고백했다가 이번에도 거절당한 신세.

 

인성 좋은 히다는 연애 숙맥입니다. 모모미도 히다가 싫은 건 아니지만, 분위기 파악에 서투른 히다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이 부족해 계속 망설이게 됩니다. 소설 속 다른 이들은 모두 사랑의 결실을 맺었지만 히다와 모모미 둘만큼은 오픈 결말입니다. 독자 좋을 대로 상상해도 그 어느 쪽도 다 괜찮을 만큼 독특한 결말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듯, 나에게 꼭 맞는 색깔을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남녀 여덟 명의 주파수 맞추기 <연애의 행방>. 연애하는 방식, 사랑을 찾는 과정이 다이나믹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누구는 책임이 뒤따르는 결혼을 피하고 싶어 하고, 누구는 연인을 위해 한발 양보하며 맞춰주는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는 인연 찾기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몽글몽글한 감정이 샘솟습니다.

 

앞서 읽은 <눈보라 체이스>는 조금은 어정쩡한 장르여서 개인적으로는 아예 미스터리가 훅 빠져버린 본격 연애소설 <연애의 행방>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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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보랏빛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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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작품 번역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김정숙 번역가의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명암>. 2년 전 처음 <명암>을 읽었을 때 느낌이 지금도 선명할 정도로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역작입니다. 처음엔 미완 소설이라는 것에 찝찝함도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곱씹을 만한 여지를 준 소설이었어요.

 

미완임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인 <명암>.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장편소설입니다. 집필 중 타계한 나쓰메 소세키. 2016년은 <명암> 탄생 100주년이자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2017년은 나쓰메 소세키 탄생 150주년이 된 해였습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 그동안 열네 작품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비유와 비평이 깃든 그의 소설은 메이지에서 다이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겪은 개인, 가족, 사회, 국가의 규범과 가치를 고민하게 합니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공감되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풍자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B급 코드 냄새를 풍긴 <도련님>, 사색의 묘사가 돋보인 <풀베개>, 이후 소세키식 연애관이 등장하는 <산시로>, <그 후>, <문>에 이르는 소세키 전기 3부작,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등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명암>은 이전의 소설에서 보여준 인간 심리, 마음 작동의 흐름 묘사가 신의 경지에 이릅니다. 그동안 은근히 무시하던 여자 비중을 <명암>에서는 제대로 다룹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달라졌어요!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말이죠.

 

신혼부부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친지, 친구, 첫사랑까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아침드라마로 딱 좋은 가족소설입니다. 그동안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는데,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경제관념 부족한 남편 '쓰다' 만큼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어요. 아내에게 체면은 어찌나 챙기려 드는지, 거짓말이 먹혀들자 득의양양해하는 쓰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 푹푹.

 

 

 

<명암>은 아내 오노부의 내면 묘사가 볼만합니다. 그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선택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신세대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반년 만에 쓰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집니다.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받는 쓰다. 그렇다고 백수는 아니고 직장을 잡아 일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체면치레용 씀씀이에는 못 미치는 벌이인지라 아버지에게 돈을 못 받게 되자 아내에게 면이 안 선다며 골이 난 거죠.

 

 

 

아내 오노부를 대할 때면 자상한 남편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남편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를 버리고 친구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자기를 버렸는지 이유를 명쾌하게 알지 못해 사실 첫사랑에게 애태운다기보다는 미련이 남은 겁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들의 부추김이 결국 흥미진진해지는 코스에서 소설이 딱 끝나버린 첫사랑과의 재회 장면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만 하면
행복해질 가망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 책 속에서

 

아내 오노부는 스스로 선택한 결혼이었던 만큼 결혼생활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것은 자기 안목으로 자기 남편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전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여자가 남자를 다룰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백하는 것만 같아 자존심 상한다 이거죠.

 

이러니 찰떡처럼 사이좋은 부부인 척 행세하면서도 오노부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남편 쓰다를 사랑한 만큼 쓰다에게 한껏 사랑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돈을 못 주겠다는 아버지 대신 여동생이 빌려주겠다 하니 자존심 상한 쓰다. 마침 아내가 돈을 융통해와서 이번엔 아내와 손발이 좀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다 여동생에게 제대로 한소리 듣습니다.

 

쓰다와 오노부는 남의 호의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겁니다. 돈은 갖고 싶지만 돈을 내민 호의는 필요 없다는 식의 행동을 한 쓰다와 오노부에게 여동생이 일장연설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2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시누이에게 당하는 오노부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는데, 이번에 읽을 땐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남편이란 아내의 애정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해면동물에 불과한 걸까."며 공허함에 사로잡힌 오노부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인 셈이더라고요.

 

남편과 여동생의 대화 중에 "오빠는 언니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까요"라는 폭탄 발언을 엿들은 이후 더 불안해진 오노부. 절대 사랑을 추구한 오노부에게 의심이라는 한 조각이 들어차게 되니, 앞으로 오노부의 행보가 어떨지. 이쯤 되면 정말 막장드라마로 전개될 법 합니다.

 

 

 

김정숙 번역가의 <명암>은 기존에 읽었던 것과 살짝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번역가에 따라 읽는 맛도 달라집니다. 김정숙 번역가는 조금 더 청년들의 화법을 많이 사용한 느낌입니다. ~했네 대신 ~했어, ~하는 건가 대신 ~하는 거지? 식으로요. 아이고, 아이~ 같은 추임새도 곧잘 등장해 조금 더 아기자기 발랄하게 읽힙니다.

 

<명암>의 부제를 '완전한 사랑'이라 붙여도 될 만큼 절대사랑을 꿈꾸는 오노부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 행복의 실체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풍성한 인물 라인도 한몫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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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에 로그인 되었습니다 - 전 세계 사이버심리학 1인자가 말하는 충격 범죄 실화
메리 에이킨 지음, 임소연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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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CSI 과학수사팀을 다룬 미드 <CSI : 사이버> 주인공 에이버리 라이언 역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 메리 에이킨 박사의 책입니다.

 

세계 최초의 사이버심리학자, 범죄수사 전문가 메리 에이킨 박사는 "생각에서 시작해, 인터넷에서 생명을 얻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인 사이버 범죄를 연구합니다.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조직적 사이버 범죄로부터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미지의 세계 사이버의 악영향에 대해 그동안 정말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이버 이펙트가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걸 깨닫게 한 책입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는 사이버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이버심리학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기술이 인간에 의해 선하게 또는 악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건 인지하지만, 사이버 공간 환경이 자신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온라인에는 유약한 행동부터 범죄 행위, 유쾌하고 이타적인 행동부터 어둡고 흉악한 행동까지 각양각색의 인간 행동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사이버 환경이 현실 세계보다 안전하다고 여깁니다. 관리 감독 부재, 익명성,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 등 사이버 공간 환경의 특징은 탈억제를 용이하게 만듭니다. 온라인에게서 더 대담하게 행동하는 거죠.

 

 

 

먼저 인터넷 등장 이후 일상으로 번진 페티시를 통해 정신건강에 문제 있는 취약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특별한 욕구나 약점을 가진 사람이 클릭만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세상과 만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해 전력 있는 여성이 사람을 찌르는 페티시를 가진 남자를 만났을 때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사례 등 개인에게 온라인의 충동성, 익명성이 미치는 영향은 컸습니다.

 

 

 

기술에 폭력이 만나면 극단적인 충동성, 계획하지 않은 충동적 행동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게임 중독 등은 익히 들어온 사례라 생각하겠지만, 믿기 힘든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었어요. 슬프게도 한국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에 관한 사례가 다뤄졌네요.

 

위대한 사회는 강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아니라
가장 약하고 취약한 계층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로 판단된다.

- 책 속에서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사이버가 미치는 다양한 영향 중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취약 계층인 미성년자들의 악영향 사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에서는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현실보다 심각한 사이버 왕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유해하지 않은 셀피 등의 숨은 기능을 끄집어내 인터넷이 청소년들의 정체성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도덕적 사각지대인 사이버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자아 변화는 결국 공감 버튼을 누르면서도 정작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현상, 또래와의 현실 속 상호작용이 부족한 채 성장하면서 사이버 자아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 주역이 될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사이버에서의 무분별하고 경솔한 행동은 매우 현실적인 결과를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의사놀이를 하게 하는 사이버콘드리아 현상은 없던 병도 만들어냅니다.

 

암거래 사이트 딥웹 세상도 놀랍네요. 청부 살인 제공 사이트, 도용 데이터 판매 사이트 등 다크넷에서의 범죄와 피해 사례를 짚어줍니다. 3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관리 감독도 없고 책임져줄 사람도 없습니다. 사각지대가 너무 많습니다. 메리 에이킨 박사는 인터넷에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수영할 얕은 수심의 공간이 있는지 묻습니다.

 

 

 

중독, 강박 행동, 사이버콘드리아 현상, 딥웹 등 사이버 세상의 부작용 사례를 파헤친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이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실용적 필수품인 인터넷.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실용 필수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독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논쟁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합니다.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실체이며 앞으로의 인류 생존에 핵심이라면, 나름의 방식으로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지 배워야 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은 기성세대가 사이버의 영향력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라고 합니다. 기술보다는 사람들의 삶과 사회에 초점 맞추라고 합니다. 사이버심리학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나와 내 가족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이 보일 거라고 조언합니다.

 

기술로 인해 쉬워진 범죄 행위. 온라인으로 장소를 옮겨 변이한 사건투성이입니다. 처음엔 흥미진진한 사건 파일 읽는 기분이었는데 생각보다 영향력이 큰 사이버 문제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히는 계기가 된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최고의 사이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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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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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발행된 <일하는 여자들>이 북폴리오와의 협업으로 종이책으로 탄생했습니다. 독자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인 만큼 영감, 용기, 이해, 공감 가득한 <일하는 여자들>.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영화감독 윤가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자주, 작가 최지은, GQ 에디터 손기은, 공연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지이선, 기자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N잡러 홍진아.

 

나이, 경력, 분야 다른 열한 명 인터뷰이들.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고, 동등한 파트너 개념보다 어린 여자애로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20대 중반 때 "내가 가진 열정, 아이디어 같은 것을 다 뽑아가기만 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며 직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낸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여자들도 절실한 생명력이 있다는 걸 알아주지 않는 사회. 자신이 가진 능력, 자산을 계속 활용할 수 없다면 밭을 갈아서라도 판을 열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내 인생의 사장님이 되는 것". 나 자신이 움직이는 오피스가 되는 것으로 백은하는 늘 그래왔듯이 목적지로 가는 길이 없다면, 스스로 길을 내면서 가고 있습니다.

 

 

여자가 일하면서 겪는 부당함은 건드리기만 해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여자니까 이러이러 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에서 안 해도 되는 고민들을 하게 만드니까요. <일하는 여자들>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선, 가치 평가 때문에 움츠러드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낮은 인식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을 놓지 않았다는 게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실력이면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월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게 됩니다. 그들의 패거리에는 못 들어가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자들.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기에 오히려 앞설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아야 하는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결혼이란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줍니다.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사는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씨는 아이가 세상에 나온 이후 변수가 정말 많아졌다고 합니다. 사회적 환경이나 인프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한된 상황을 기회 박탈이라며 주저 않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고정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일상의 균형을 스스로 맞출 수 있는 프리랜서의 길.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프리랜서가 되어야 하는 상황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후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두 개의 직장과 네 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N잡러 홍진아 씨의 인터뷰도 인상 깊었어요. 다능인이더라고요. 그녀는 일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 서로 연결되어서 내 삶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라봅니다. 여전히 하나의 직장에 속해 있는 정규직을 위한 이 나라의 법을 꼬집기도 합니다.

 

 

 

조금만 나이 먹어도 그 나이의 여성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그래서 대부분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만드는 사회. <일하는 여자들>의 여자들 열한 명은 사회에서 밀려난 프리랜서가 아니었습니다. 여자 OOO가 아닌 사람 OOO로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었습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여성의 노동 환경은 자기계발, 개인적 차원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하고 에너지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에 초점 맞추라고 조언합니다. <일하는 여자들>은 무엇이든 자신에 맞는 방식을 찾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독한 언니 같은 조언이나 감성 짙은 한탄은 없습니다. 순진한 희망을 품게 하는 입바른 소리도 없습니다. 무척 담담하게 발언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큰 울림을 줍니다.

 

파이팅!
같이 울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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