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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수업 - 스스로 만들어 낸 걱정과 불안에 지친 이들을 위한 안정감 회복 솔루션
쑤쉬안후이 지음, 김소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불안은 사실 완전히 없앨 수 없습니다. 쑤쉬안후이 저자는 불안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합니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관계는 불확실하며,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우리가 길러야 할 것은 불안을 압도하는 내면의 안정감이라고 합니다.
안정감은 단순히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토대라고 합니다. 상담 심리사이자 24권의 책을 펴낸 저자는 오랜 현장 경험과 치유 작업 속에서 『안정감 수업』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의 안정감을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표부터 체크해 봅니다. 현대인의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기인하지만, 안정감은 불확실성을 통제하지 않고도 버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직장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질 때 불안을 줄이려는 노력은 오히려 무력감을 강화시킵니다. 반면 안정감을 키운 사람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감당할 수 있다'라는 태도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일관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는 세상은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하다는 기본 신념을 내면화한다고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신념은 대인 관계에서 불신과 회피로 나타나고, 결국 안정감을 결핍시킵니다.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애착 이론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관계가 평생의 인간관계 패턴을 결정한다는 이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론을 접할 때마다 드는 절망적인 생각이 있지 않은가요? '그럼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라고 말이죠.
저자는 숙명론적 사고를 반박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저자 자신이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25년간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확신에서 나온 말입니다. 『안정감 수업』은 과거의 결핍이 미래의 운명이 될 필요는 없다며, 의식적 노력과 심리적 훈련을 통해 안정감은 회복 가능하다고 합니다.

안정감의 유무에 따라 삶의 궤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안정감 있는 사람은 기회 추구형 삶을 살아갑니다. 반대로 안정감이 부족한 사람은 위험 회피형 삶에 머물며 끊임없이 불안을 회피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안정감은 선택의 자유를 넓히는 힘이라는 데 있습니다. 직업 전환, 인간관계, 학업 등 삶의 굵직한 결정에서 이 힘이 나타납니다. 안정감이 결핍된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위험으로만 인식하지만, 안정감이 단단한 사람은 기회로 바라보게 됩니다.
『안정감 수업』에서는 안정감이 결핍될 때 나타나는 구체적인 결과를 들려줍니다. 안정감이 부족한 사람은 관계에서 끊임없이 상대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의심합니다.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불신이 관계를 실제로 무너뜨립니다. 결국 불안은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며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삶은 계속 흔들립니다.
저자는 위험 회피와 기회 추구의 갈림길을 세 가지 시뮬레이션 상황으로 보여줍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다시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맞지 않는 관계를 끝낼 것인가.
이런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은 결국 안정감입니다. 안정감 있는 사람은 두려움보다 자기 가능성에 집중합니다. 반대로 불안정한 사람은 잘못될 가능성을 확대하며 현상 유지에 머무릅니다.
대인 관계에서의 불안 문제도 다룹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타인 앞에서의 불안을 호소해 왔다는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 있습니다. 타인에게 거절당할까 두려워 지나치게 양보하거나 반대로 방어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패턴이 대표적입니다.

저자는 인간관계는 시험대가 아니라 연습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불안은 관계의 적이 아니라, 관계를 훈련할 기회가 된다는 발상 전환이 돋보입니다.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는 사실, 그리고 상실이 곧 삶의 끝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건강한 관계를 원한다면 타인보다 자기 마음의 동기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심리적 자기 책임의 문제를 짚어줍니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이 곧 불안정한 성인을 예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안정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제는 생애 초기에 만들어진 논리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라고 설명합니다. 과거의 잘못된 데이터,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 같은 왜곡된 신념을 수정하지 않으면, 현재의 선택도 계속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저자는 10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훈련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는 심리적 여정입니다. 나에 대한 인식 재정의, 잘못된 신념 수정, 감정 조절, 통제 불가능한 요인 받아들이기, 느리게 반응하고 사고하기 등 심리학 교과서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지침이 펼쳐집니다. 마지막 10단계에서 나 자신을 인정하는 I AM의 힘 믿기는 자기 암시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생각은 에너지를 가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이 곧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겁니다. 안정감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일깨워 주는 『안정감 수업』.
안정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 전체의 불안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안정감의 사회적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개인의 치유가 곧 사회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이 가치있게 다가옵니다.
불안을 없애려는 책이 아닙니다. 불안을 견디는 힘, 불안 속에서도 길을 내는 힘을 길러 주는 책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안전망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내면의 닻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