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아일랜드 - 2021-2022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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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문화를 만드는 장소이자 아일랜드 정신의 상징 템플바 Temple Bar로 장식한 표지만으로 아일랜드의 감성 충만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국 옆에 위치한 섬나라 아일랜드. 우리나라에선 비긴 어게인 방송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모이는 버스킹의 천국 아일랜드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요. <해시태그 아일랜드> 가이드북에서는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고, 멋진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는 아일랜드의 구석구석을 소개합니다.


직항이 없어 영국에서 저가항공으로 더블린으로 입국하는 루트가 일반적입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거점도시로 삼아 남부, 서부, 북부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섬 안에 두 개의 나라가 있는 곳입니다. 아일랜드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영국령인 북아일랜드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은 가난과 오랜 지배를 음악에 맞춰 극복했다."라는 아일랜드인의 이야기처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버스킹과 펍 문화를 빼놓고 더블린을 이야기하면 안 되지요. 아일랜드 역사와 함께한 문화이기에 역사 이야기도 놓치지 마세요.


무엇보다 더블린은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도시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버틀러, 사무엘 베케트, 조지 버나드 쇼, 세이머스 히니를 포함해 오스카 와일드, 제임스 조이스 등 아일랜드를 빛낸 작가들이 많은 만큼 작가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아일랜드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빈곤의 도시였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영국의 1인당 GDP를 넘어선 경제성장을 보인 아일랜드. 그 기념으로 더블린에는 시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120m 높이의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건축가가 설계한) 스파이어 첨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더블린 중심가 오코넬 거리, 아일랜드의 가장 오래된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종교적 중심지 크라이스트처치 성당, 기네스 맥주 박물관, 아일랜드 독립 투쟁사를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성 스테판 정원 등 현대적인 건물과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혼재한 더블린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더블린을 벗어나면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주상절리와 함께 남부, 서부의 분위기는 더블린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중세 느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도시들, 타이타닉의 마지막 기항지로 유명한 항구도시, 서부 해안을 따라 나있는 세계 최장의 해안 도로 와일드 아틀란틱 웨이도 있습니다.


아일랜드까지 갔는데 정치, 문화, 역사 중심지인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놓치기 아쉽습니다. 표지판만 있을 뿐 아일랜드 여행자가 북부를 여행하는 데는 문제없다고 합니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 여행 루트도 있고, 자이언트 코즈웨이의 주상절리 대장관도 있는 북아일랜드까지 섭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입니다.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고 흑맥주 기네스의 본고장인 아일랜드. 생생한 도보 여행기는 직접 그곳을 거닐고 있는듯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자유로움과 낭만이 가득한 여유를 즐기고픈 여행자들의 로망 여행지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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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아일랜드 - 2021-2022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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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지정 문학도시 더블린의 매력을 알게 되니 로망 여행지가 되었어요. 궁금했던 북아일랜드까지 잘 소개되어 있는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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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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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카펫 위에 누워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는 치카. 작년 봄 세상을 떠난 치카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미치 아저씨를 보며 왜 글을 안 쓰고 있냐며 타박하는 치카입니다.


처참했던 아이티 지진을 계기로 아이티의 보육원 운영을 맡게 된 미치 앨봄과 그곳에서 만난 다섯 살 시한부 소녀 치카. 핏줄로 이어지지 않아도 가족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치카를 찾아서 Finding Chika>는 치카가 세상을 떠난 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감정에 복받쳐 있었던 미치 앨봄에게 진정한 애도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치카가 영원히 자신의 곁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치카가 가르쳐준 교훈들을 글로 쓰기 시작하는 미치 앨봄. 너(치카), 나(미치 앨봄), 우리(가족)의 이야기로 반복되는 구성은 미치 앨봄과 아내 재닌이 50대 중반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다섯 살 치카를 돌보며 경험한 기적을 회고록처럼 그려냅니다.


2010년 1월에 태어난 치카는 아이티 지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세 살 때 보육원으로 가게 됩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당찬 모습을 보인 치카는 씩씩하게 보육원 생활을 하지만, DIPG라는 희귀 뇌종양을 앓으며 4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장기 생존 확률이 제로이지만, 미치 앨봄은 큰 결심을 합니다. 치료를 위해 치카를 미국으로 데려온 겁니다.


미치와 재닌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젊었을 때 성공을 추구하며 언제나 아이 이야기를 피했다는 저자는 그 시절을 후회합니다. 느긋하게 미루다가 아이를 원했던 시기에는 결국 임신이 되지 않아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겁니다. 이제 치카의 법적 보호자가 된 미치 부부는 가슴으로 아이를 품습니다.


20년 전 루게릭 병을 앓으며 죽음이 임박했을 때 드러난 삶의 진실을 가르쳐 줬던 모리 슈워츠 교수를 떠올리는 미치. 돌아가실 때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를 만나며 마지막 수업을 들었던 그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보여줬습니다.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인가"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은 치카의 절망적인 병 앞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생존자가 0명인 희귀 뇌종양은 치료를 한다 해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거라 치료를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의사 앞에서 그는 적극적 치료를 강구합니다.


화가 날 때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서 고집스럽게 고개를 푹 숙이곤 했지만 그 표정마저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치카. 시시때때로 "이거 봐요"라는 말로 세상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호기심 넘치는 다섯 살 아이와의 생활은 예전에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던 방식에서 시간을 지극히 소중하게 여기는 방식의 삶으로 바뀌게 했습니다. 미치의 삶의 속도가 치카의 속도에 맞춰집니다. 뭔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사랑을 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소한 문제로도 부부간의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료를 두고 서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방사선 치료는 물론이고 실험적 치료를 받으러 독일까지 가서 힘든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어린 영혼에만 있는 독특한 강인함을 보여준 아이.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투덜대는 법이 없었던 치카 덕분에 최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려고 애쓴 미치 부부의 노력이 깊은 감동을 안깁니다.


치카가 더 이상 혼자 걸을 수 없게 되자 미치 앨봄이 안고 다니는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안고 다니는 것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나타낸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노력이 우리의 유산이다."라며 아이를 안고 다니는 일이 미치가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었다고 회고하는 장면은 내 아이를 안고 다녔던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을 되돌아보게 해 가슴이 저릿저릿 해지더라고요.


4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 했던 아이가 진단받은 지 23개월까지 버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부담"이었다는 19개월간의 미치 부부와 치카가 함께했던 기적의 나날들의 기록 <치카를 찾아서>. "아저씨의 슬픔이 끝나면 돌아올게요."처럼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미치 앨봄은 치카와의 작별을 이룸과 동시에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했습니다. 행복하면서도 가슴 아팠던 그 시간들은 일곱 가지 빛나는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따스한 감동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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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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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도 냄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곳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텐데요.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는 후각을 의학자의 입장에서 탐구해가는 여정을 그린 독특한 책 <후각과 환상>. 역사 공부와 답사 여행을 즐기는 의학자 한태희의 특별한 여행 함께 해보세요.


우리는 냄새를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요. 인간은 1000개 정도의 후각수용체 유전자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연색 시각의 발달과 함께 후각은 점점 퇴화합니다. 이제 후각은 논리적 언어보다는 감정에 더 밀착됩니다.


냄새는 콧속 후각세포로부터 신경망을 통해 뇌에 전달됩니다. 인간의 후각 중추는 대뇌 피질 아래 변연계에 위치해있습니다. 이곳은 감정, 기억, 성적 충동, 동기 부여 등을 관장하는 신경조직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뇌에 전해진 냄새 자극은 이곳에 축적된 다양한 기억과 연상에 의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우연한 자극에 의해 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후각적 체험이 되살아나는 메커니즘입니다.


카이로의 오래된 향수 가게, 인도 갠지스강 하류 늪지대의 진흙 냄새, 모로코 가죽 작업장의 악취, 세비야 궁전의 오렌지 꽃 향기, 더블린 도서관의 양피지 냄새, 지중해 작은 어시장의 생선 비린내 등 향기와 악취 속에서 후각과 기억, 감정의 생리적 연관성을 탐구해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후각과 환상>.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감정과 연결된 충만한 감각.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를 부러워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곳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애매한 상상으로만 끝나다 보니 저의 빈약한 감각이 아쉬워지더라고요. 동남아의 깊은 숲 냄새는 내가 기억하는 숲 냄새와는 다를 테고, 낙엽 타는 듯 후추같이 알싸한 유향 냄새를 맡을 때면 나즈와의 깊은 골목을 걷는 감각을 떠올리는 저자의 후각적 체험을 동경하게 됩니다.


헌책방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 들어서기만 해도 특유의 냄새가 자극합니다. 새책만 가득한 서점에서는 절대 맡을 수 없는 오래된 책 냄새는 우디향, 흙 냄새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비 내리는 숲속 나무향보다는 좀 더 묵직한 느낌입니다.


책 종이는 나무 펄프의 가공물이고 펄프는 나무 세포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주성분이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종이 성분을 산화시키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종이를 누렇게 변색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게 아몬드 향, 바닐라 향, 빵 냄새와 비슷한가 봅니다. 여기에 잉크 냄새, 제본 접착제 냄새까지 더해져 특유의 복합적 향내가 완성됩니다. 책 냄새 이야기는 더블린 도서관의 역사, 종이와 양피지 이야기, 인쇄 발명의 역사, 희귀본 이야기, 아일랜드 문학 전통을 거쳐 더블린만의 축축한 소금 냄새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안정감 있는 우디 계열의 숲 냄새를 좋아하는 저는 축축한 이끼 향, 젖은 흙 냄새가 오묘하게 뒤섞인 숲속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든 소라게 사육장을 통해 집에서도 느껴왔는데요. 이 특유의 냄새를 워낙 오래 맡다 보니 이제 평소엔 못 느끼겠더라고요. 또 다른 냄새를 맡기 위한 생리 현상인 후각 피로 효과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정과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 냄새를 언제든 떠올릴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때의 감정은 환상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후각적 연상이나 환상은 자욱한 매연 냄새나 생선 냄새처럼 싫은 냄새도 여행자의 유혹을 끌어냅니다. 후각적 체험은 감성, 욕망에 얽혀 영향을 주거나, 반대로 감정의 흐름이 후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 해변 카페 거리 음식이라는 고등어 샌드위치는 순간 고등어라는 단어에서 비릿한 생선 냄새를 먼저 떠올렸던지라 솔직히 맛보고 싶지 않은데, 단백질을 가할 때 형성된 아미노산이 선사하는 향이라는 글귀를 보니 또 팔랑귀가 되어버립니다.


순천 선암사의 맑고 상큼한 매향에서 더듬어본 선비 문화, 3000년의 세월이 흘러도 희미한 향을 간직한 투탕카멘의 향수에서 이끌어내는 향의 역사 등 후각적 체험이 생물학, 문화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세상의 냄새를 좇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후각과 환상>. 마스크를 쓰는 요즘은 더 억눌린 후각.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그곳의 고유한 냄새를 마음껏 갈망하는 후각 세포를 더듬어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냄새를 맡는 것을 넘어 그 냄새를 표현할 때 다양한 감정과 지식이 한데 어우러질 때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원시적 감각인 후각이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을 자극하는 위치에 섰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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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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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치료사 하인츠-페터 뢰어 저자는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면 치유를 위해 동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심리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무의식을 건드리는 심리치료. 여기서 꿈, 상상과 같은 무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화가 안내판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동화가 제안하는 무의식의 지혜가 내놓은 해결책이 실제 문제 해결에 올바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독서치료.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는 그림 형제 동화 「털북숭이 공주」를 바탕으로 성폭력 문제를 폭넓게 조망합니다.


가정 내 성폭력 발생 빈도가 생각보다 아주 높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성폭력 통계의 60퍼센트 이상이 생존자가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일 때 발생하고, 94퍼센트가 면식범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드러나지 않은 수가 태반입니다. 가족의 비밀과 금기가 우선시되는 겁니다. 그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수치심이 너무 심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지 못한다고 합니다.하지만 그 피해는 평생에 걸쳐 이어집니다. 정체성 문제, 성적 장애, 심신 상관 질환, 결벽증, 우울증, 자해, 중독 질환, 섭식 장애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털북숭이 공주」는 아버지에 의한 성폭력의 비극이 비유적으로 그려진 동화입니다. 성폭력의 주요 증상, 특징,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아름다운 금발의 왕비가 병에 걸려 죽고 난 후, 왕비를 꼭 닮은 공주에게 사랑을 느끼는 왕. 공주 말고는 죽은 왕비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여깁니다. 공주는 아버지를 피해 온갖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입고 검댕을 묻힌 채 숨어 살아갑니다.


부모와 아이 간 건강한 성장은 행복한 스킨십에서 생깁니다. 이런 애착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성폭력과 협박이라는 이중의 고통은 그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게 만들고, 자신의 고민과 고통을 털어놓는 걸 포기합니다. 극복의 기회를 잃는 겁니다.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정신건강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합니다. 독일어로 '알리다 mitteilen'라는 말은 함께 mit라는 단어와 나누다 teilen라는 단어가 합쳐진 단어로 즉, 고통을 알린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뜻이 됩니다.


"동화는 비유의 언어로 영혼에 희망을 줄 수 있다." -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 책은 동화의 비유들을 분석해 성폭력 피해 생존자와의 심리적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동화 속 공주는 고목 속으로 도망칩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에 상처를 입은 아이는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기이한 퇴행 현상을 비유한 고목에서 잠드는 행위는 전형적인 방어 기제라고 설명합니다.


'영혼 살해'는 성폭력의 비극을 잘 설명하는 말입니다. 온갖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망토로 털북숭이가 된 공주는 '짐승 같은' 몸을 바라보는 자기 증오를 의미합니다. 검댕을 바르는 행위는 죄책감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희생자 콤플렉스입니다. '부엌데기 말고는 아무 쓸모 없는 계집'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공주의 모습은 자기 멸시에 빠진 생존자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비극적 사건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만 한 털북숭이 공주. 보호받지 못하는 세계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친족 성폭력은 가족 전체가 병들었다는 표시입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는 영혼 살해를 저지른 아버지로부터, 모른 척하고 보호자 역할을 미룬 어머니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직접적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성적 왜곡이 정신건강에 끼치는 해를 보여준 사례도 소개합니다. 건강한 자존감 발달을 가로막는 정서적 학대로 인해 희생자 콤플렉스가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합니다. 스스로를 힘겨운 상황에 몰아넣고, 자신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평생 이끌어줄 강한 사람을 찾으려 한다고 합니다. 자기 회피, 자기 파괴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기보다는 희생자 콤플렉스에 머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입니다.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를 읽으며 희생자 콤플렉스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인격을 포기하고 희생자 인격을 받아들이는 희생자 콤플렉스. 자기 내면 깊은 곳에 고유한 인격이 살아 있다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저 성폭력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치유가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진짜 치유는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동화 속 치유의 도구인 황금 반지, 황금 물레, 황금 실패에 담긴 의미도 풀어줍니다.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치유에 꼭 필요한 소망을 내포한 물건입니다. 관계 맺는 능력, 혼돈을 정돈하는 능력, 내면의 비극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동화 속 식상해 보이는 흔한 결말 중 하나가 왕자의 등장인데요. 지금까지와 다른 의미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왕자를 왕자 그 단어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 역시 비유적 언어로 해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생존자 내면의 남성성을 의인화한다는 분석이 인상 깊었습니다.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에서는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서적 학대, 특히 부모 자식 관계에서 아이의 인격이 착취되는 상황들을 보여줍니다.


막대한 성격 장애를 불러오고 성폭력과 유사한 결과를 낳는 정서적 학대.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자기는 없고 오로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고 짚어줍니다. 부모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로 탈출하지만, 자기 발달을 희생당해야 한 했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은 비극을 반복합니다. 그 외 남성 성폭력 피해 생존자 사례, 정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연애나 결혼을 오용하는 사례 등 성폭력과 중독의 연결성을 짚어줍니다.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부모를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학대로 인한 장애를 치유하고 내면의 왕국을 지키고 싶다면 동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비극적인 세계에 스스로를 가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입니다.


부모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책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부모만이 자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라며 자신의 문제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사회적 유전을 짚어줍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수록된 시 '아이들에 대하여'를 소개하며 부모의 이상적인 태도를 그려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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