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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X다 -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
김별로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평점 :
“인생 참 X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X같은 인생을 읊조립니다. 결혼도 못하고 돈도 없고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떠올리려고 해도 마땅찮다며 고백하는 저자는 마흔n 살에 림프종 진단을 받습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순간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X로 가득했던 과거를요. 쪽팔려서 본명을 숨기고 김별로 라는 예명으로 책을 낼 정도입니다.
편집자 치고 어느 날 사라졌다가 십여 년 만에 돌아온 이 작가를 모르는 이는 없다는데, 읽는 내내 톡톡 튀는 말 센스는 숨겨지지 않더군요. 항암 에세이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웃음 터지게 만드는지... 너무 웃어서 미안해질 지경입니다.
"죽음이 남의 일이었을 때 나의 하루는 지루했고, 삶을 뺏기기 일보 직전에야 비로소 일상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 책 속에서
비염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비강형 NK/T 세포 림프종이라는 암 선고를 받은 저자. 의사는 암은 그냥 재수 없으면 걸리는 거라고 위로의 멘트를 날리지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니 언제나 O가 아닌 X를 선택해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엉망진창 식습관에 체력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고백합니다.
어쨌든 암에 걸렸으니, 그것도 보험사에서 더 높은 금액을 쳐주는 고액암에 걸렸으니 치료를 받아야지요. 초스피드로 지급된 보험금을 받아들고나니 진짜 죽을 병에 걸린 게 맞구나 하며 죽음이 실감됩니다. 작가가 걸린 암은 항암치료는 잘 받으면 생존 확률이 50%라고 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죽을 확률과 살 확률이 반반이라니, 언제나 남의 일이었던 죽음이 훅 다가왔습니다. 하필 발병 부위도 비강이니 말 그대로 코앞까지 찾아왔습니다. 남의 일 같던 암미 내 것이 되니, 완치도 남의 일처럼 여겨집니다.
병원치료냐 자연치유냐의 선택길을 두고 숱한 암 서적을 열심히 살펴봅니다. 암 에세이를 쓴 저자들의 근황이 궁금해 검색해보면 대부분 고인이 되어있더라는 말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고민한 끝에 자연치유를 위해 고창에 자리를 잡은 작가는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을 하며 좋은 음식을 찾아 먹으며 지내봅니다. 김별로 작가가 자연치유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누나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형은 회복과 전이를 반복하다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유명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무례한 행동을 접한터라 자연치유 쪽으로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겁니다.
마음을 다잡고 자연치유에 도전하지만 생존확률 짧으면 6개월이라던 그 기간이 지나자 이런저런 핑계 대며 온갖 X를 서서히 가까이합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납니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길면 2년이라고 했던 그 시간입니다. 하지만, 암은 그 순간을 기다려왔던건지 본색을 드러냅니다. 온갖 X에 대한 후회를 뒤로 하고, 허지웅이 다녔다는 병원에서 몇십 번의 항암 치료와 무균실 입성을 반복하며 일단은 치료 결과가 괜찮은 상태로 퇴원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긴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로 주저앉은 코 재건 수설입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데 성형수술은 그때서야 가능한겁니다. 그런데 이 수술이 만만찮은 수술이더라고요.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이 최소 세번, 암 선고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심적으로도 힘든 수술이라며 걱정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김별로 작가.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을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X보다는 무엇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의 미지수 X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그 시간들을 건너온, 그리고 앞으로도 힘든 나날들을 견뎌낼 작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