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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아카데미상 수상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넷플릭스에서 시청하면서 놀라운 바다 세계 풍경과 바다 생물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크레이그 포스터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 제작진의 기록 <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원제 Sea Change)>. 다큐만큼 경이로운 사진들과 문학적인 글이 가득해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즐거웠어요.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제인 구달의 추천사처럼 바다 밑에서 이뤄지는 모험, 교감, 치유를 생생하게 전하는 매혹적인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의 숲에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감각한 것들을 영상으로 펼친 다큐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에서는 크레이크 포스터가 문어와 감동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에 초점 맞췄다면, 책 <바다의 숲>에서는 제작자 크레이그 포스터, 로스 프릴링크가 함께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 해저 숲을 잠수하며 경험한 내밀한 감정들을 더 자세히 들려줍니다. 그리고 크레이그와 로스 두 사람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화감독 피파 에를리히의 섬세한 편집으로 선보입니다.
이들은 프리다이버였습니다. 잠수복 없이, 산소 탱크도 없이 맨몸으로 바닷속을 탐험합니다. 무모하지만 낭만적인 모험과도 같은 그들의 이야기. 프리다이버로서 오랜 경험자인 크레이그를 따라온 로스 프릴링크의 도전기도 무척 흥미진진했어요. 처음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개됩니다.
로스 프릴링크는 단조롭게 느껴졌던 바다 아래 세계가 <스타워즈> 영화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세계로 다가왔다면서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야생 리얼리티 쇼"와도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크레이그는 바다 동물로부터 "클럽 가입을 허락받은" 느낌을 받았다며 바다 생물과의 교감, 우정을 쌓아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색 없는 동물 중 하나인 삿갓조개가 가꾼 아름다운 조류 정원을 포함해 조수 웅덩이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하찮아 보이는 동물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동물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법을 배운 다음에는 도처에서 자국과 흔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겁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치유의 힘을 얻습니다. 크레이그의 이야기는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도 접할 수 있었는데,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폐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줬습니다. 로스 프릴링크 역시 외면해오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를 얻습니다. 특별한 바다 생물에게서 무엇을 배웠던 걸까요. 한 편의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를 만나보세요.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등 그들의 선생님이 되어준 많은 바다 생물들의 비밀스러운 세계. 바위에 붙어있던 흰덩이멍게를 잘라내 독이 있는 껍데기를 보호용 망토처럼 착용한 망토해면게, 껍데기와 돌을 임시 갑옷으로 만드는 문어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사진 등 경이로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바다 생물 표본 수집을 하는 우리 아들도 표본으로만 보던 것을 살아있는 생물 사진으로 감상하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바다 생물을 관찰하며 발견한 신비롭고 놀라운 이야기와 사진이 가득한 <바다의 숲>은 바다 생물에 관심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만큼 훌륭한 바다 생물 도감과도 같은 역할을 해냅니다. 공룡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는 조개낙지의 천재적인 살아 있는 예술 장면 목격담 등 수집품으로 갖고 있는 것들이 책에 등장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읽게 됩니다.
8개월 동안 매일 차가운 물속으로 잠수하면서 마침내 문어가 사냥을 나설 때마다 함께 했던 크레이그. 문어가 크레이그에 대한 두려움을 거두기까지 몇 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문어가 크레이그를 살짝 만지려고 다리 하나를 슬쩍 내뻗는 장면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람과 문어 사이의 우정이 이토록 아름답고 먹먹한 느낌을 주리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크레이그는 자신이 만난 문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길 특히 좋아했는데, 그 문어를 자신의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크레이그는 매일 그 문어와 함께 잠수를 했고, 마침내 문어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 책 속에서
야생 동물과의 교감을 그린 자연 에세이를 좋아하는 저는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 만큼이나 <바다의 숲>을 애정하는 책으로 손꼽을 것 같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야생 동물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깨달은 교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 <바다의 숲>.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 삶이 주는 고통을 뛰어넘는 경이로운 치유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