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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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섯 편의 이야기 <거꾸로 소크라테스>. '거꾸로', '반대로', '아니다', '않다'라는 의미가 들어간 단편 제목처럼 기존의 선입관에 전면 대결을 선언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등 이사카 고타로 월드라고 부를 만큼 그만의 매력을 머금은 작품들을 선보였던 이사카 고타로.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는 온갖 불합리들을 넘어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스하고 해피한 감정을 선사하는 작가만의 필력이 매력적이었는데요. 특히 비꼬기식 은유라든지 위트 감각이 탁월합니다.


이번 신작은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이어서 아동용 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20년을 꾸준히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매진해온 이사카 고타로이기에 쓸 수 있는 소년 소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작가 스스로 20년간 소설가로 살아온 덕분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말한 <거꾸로 소크라테스>입니다.


교사를 절대적으로 올바른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초등학교 시절. 그런데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습관을 가진 담임 선생님을 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거꾸로 소크라테스>. 담임 선생님은 일부러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의견을 모두에게 주입하려고 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습니다.


교사 기대 효과라고 아시나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도 영향력이 미칩니다. 낙인찍기죠. 은연중에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다 보면 학생은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습니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라고 한 소크라테스와는 거꾸로인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반란을 그렸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유독 무시당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작전을 세웁니다.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으니 꽤 많은 작전을 세우고 실행해 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깜찍한 작전을 보면서 작전을 주도하며 친구들이 동참하도록 선도한 아이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소설의 화자는 계획에 동참한 아이 중 한 명인데, 평소 대로였더라면 무관심으로 흘려보냈을 것들을 친구를 통해 깨달아갑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는 과정,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가서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한 아이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아이들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라는 마법의 말을 갖게 됩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남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우리의 모습을 건드립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니 무슨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생각에 덩달아 끌려갑니다. 소설에서는 용기 있게 주도하는 아이와 동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끌어내면서, 작가는 오히려 그 주변부에 있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이들을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초등학생 때는 운동 잘하는 아이가 인기였지요.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이어달리기 주자를 뽑으면서 잘 달리는 팀과 잘 달리지 못하는 팀 간의 신경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다룬 <슬로하지 않다>.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는 생각을 화끈하게 반전시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낡은 옷을 입는 아이는 가난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비옵티머스>도 유쾌한 반전이 기다립니다. 평소 트레일러 모습을 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겉모습만으로 무시한다면 큰 코 다칠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묘하게 뒤틀어버린 <언스포츠맨라이크>의 마지막 문장도 큰 울림이 있어 좋았어요. 늘 차분하게 지도하는 코치와 폭언을 사용하며 엄하게 가르치는 코치를 대비시키는 게 어떻게 범죄자와 연결되는지 흥미진진합니다.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는 선입관을 비꼰 <거꾸로 워싱턴> 등 다섯 편의 단편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진 편견이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 실린 다섯 작품에서는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본인이 겪었든 친구가 겪었든 그 시절에 경험할 만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악당인지 영웅인지 이도 저도 아닌 무관심주의였는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나는 어디 즈음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여전히 무관심하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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