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떠나는 해시태그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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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보내며 2021년 드디어 2년 만에 개방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톨릭 순례길입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해시태그 여행가이드북 <드디어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은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섯 차례 걸었고, 2021년 개방 후에도 다시 찾아 일곱 번째 걷는 여행을 한 조대현 작가의 생생한 정보가 담겨있는 가이드북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 생 장 피드포트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에 이르는 약 800km에 달하는 길입니다. 완주까지 한 달여 남짓 걸리는데, 해시태그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에서는 총 33일차에 걸친 순례길 코스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걷기 여행을 앞두고 언제 떠나면 좋은지, 어디서 먹고 잘 수 있는지, 내 체력에 맞는 일정을 안배하는 법 등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사진을 보니 대부분 짐이 가벼워 보였어요. 오랜 기간 걷기 때문에 배낭이 무거울수록 손해라고 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면 다음 목적지로 배낭을 옮겨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애초에 최소한의 짐만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합니다. 숙소가 있는데 굳이 침낭을 들고 가야 하나 고민한다면, 저자는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조언합니다. 베드버그를 피하기 위해, 난방이 안 되는 숙소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침낭을 준비하라고 권유하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경쟁을 하며 걷는 길이 아닙니다. 여행자에서 순례자의 시간으로 들어서는 겁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걷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걷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삶을 찾아가는 원동력을 배운다는 점은 같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는 도시에서 잠시 머물며 여유 있는 걷기 여행을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체력이 저마다 다르고 날씨 상황도 다르기에 마음가짐이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까요. 1일차 생 장 피드포트에서 출발해 26.3km를 걷는 여정으로 시작합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을 만들고 이후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등 지정된 장소에서 도장을 받으며 걷습니다. 스탬프를 받아야 완주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발고도 그래프로 이동경로를 표시해뒀기 때문에 오르막인지 평지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첫날부터 만만찮은 코스로 시작하다 보니 많이 힘들 거라고 합니다. 매일 이렇게 힘들게 걸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 쉬운 첫날인 만큼 완주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여정마다 조대현 작가의 생생한 노하우가 실려있어 그날 식사는 언제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다음 숙소에 제때 도착하려면 언제 출발해 얼마큼 속도를 내야 하는지 등 상세하게 나와있어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코스를 5km 내외로 세밀하게 나눠 소개하고 있어 길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리막길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오히려 내리막길은 무조건 천천히 걸어야 부상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식수대 위치도 소개하고 있고, 식사를 할 장소가 마땅찮은 코스라면 그 부분도 미리 짚어주고 있어 걷는 중에 생길 수 있는 세세한 걱정을 덜어줍니다.


숲길, 포도밭, 강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전 세계인들과의 인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매년 3일씩 조금씩 걷는 가족도 있었고, 배낭이 한쪽으로 기울어 엎어질 것만 같은 자세로도 꾸준히 천천히 걷는 노인의 사연 등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이드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순례자들의 사진만으로도 생생한 현장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나긴 일정의 끝,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지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합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를 보고 싶어 하는 순례자라면 시간에 맞춰 그 전날의 일정까지 잘 안배해서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꼼꼼히 짚어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지 않고 진짜 마지막 지점 피니스테레도 있다는 사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서쪽으로 약 89km 떨어진 대서양에 접한 마을 피니스테레(갈리시아 지방 명칭으로는 피스테라)도 소개합니다. km 0.000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고 싶은 사람들이 꼭 찾는 장소라고 합니다.


한 달 남짓한 여정 동안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길에 풀어놓는 순례자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에 가득한 희망은 돌아와서도 오래도록 긴 울림을 남길 것 같습니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산티아고 순례길,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준비하면 든든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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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떠나는 해시태그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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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개방된 산티아고 순례길 최신 정보로 든든하게 준비하는 해시태그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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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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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뷰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중 장르의 대가들이 좋아하는 작품 15편을 엮은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된 이래 소설의 실험실 역할을 해온 파리 리뷰 (PARIS REVIEW). 현재는 미국의 문학 계간지로 작가들의 꿈의 무대라 불릴 만큼 명성을 유지하며 70여 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를 인터뷰하며 하나의 문학 양식으로 격상시킨 작가 인터뷰 코너를 엮은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도 추천합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에 실린 작품들은 소설의 형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즐거움을 알려주는 단편들입니다. 단편소설을 공부하고 싶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안겨주기도 하고, 대가들이 그 작품에 남긴 리뷰를 읽으며 평론의 눈을 번뜩이게 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에는 열다섯 작가들이 파리 리뷰를 통해 발표한 단편소설 전문을 실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먼드 카버처럼 익숙한 작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낯선 작가들이어서 어느 정도의 기대를 안고 읽어야 하는지 사실 감이 잡히질 않더라고요. 그런데 단편을 읽고 나면 해당 작가의 작품 중 번역된 책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작가 대부분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이거나 후보에 오르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덜 알려졌을 뿐 영미 문학계에서는 주목받는 작가들인 만큼 단편소설의 퀄리티는 기본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으로 사용된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데니스 존슨의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묘한 소름을 선사한 단편소설인데, 무슨 일이 일어날 거란 걸 예고하는 분위기의 압박감이 이토록 강렬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21세기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이라 찬사 받은 <기차의 꿈>을 쓴 데니스 존슨 작가는 그 소설도 파리 리뷰에 처음 발표했었다니 파리 리뷰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작가라 꼽힐 정도의 작가이지만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였던 만큼 이번 단편소설 모음집을 통해 새로운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단순히 단편소설을 모아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을 추천한 작가의 해설도 실려있어 사실 15편의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30편의 글을 공부하는 셈입니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의 리뷰는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온갖 문학상을 섭렵한 제프리 유제니디스 작가가 썼습니다. 단편소설만 읽었을 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도 작가들의 리뷰를 읽으며 이해되거나 미처 놓쳤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리뷰는 단편의 함축적인 문장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독자의 읽기법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작가가 주목한 문장을 저는 얼마나 놓쳤는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니엘 오로조코는 스티븐 밀하우저의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세 번째 읽었을 때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도 있다고 밝히듯, 작가들이 리뷰를 쓸 때에도 수차례 깊이 있게 읽는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씹어 먹는 깊이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훈련을 할 수 있는 책으로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간결하게 하면서 이야기로서 기능하게 하는 단편소설 쓰기의 주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열다섯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읽고 리뷰를 쓴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까 생각하면서 작가들이 쓴 열다섯 리뷰를 공부하듯 읽게 됩니다. 작품 해설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 중 특히 '문장 몇 줄로 우주를 전달한다'라고 평한 앨리 스미스의 리뷰처럼 경탄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리뷰 제목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런 리뷰 제목이라면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거든요.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 하나하나의 매력을 담은 단편의 맛에 익숙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안겨주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품들이 주는 기쁨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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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뒤에 선 아이
박주현 지음 / 우리나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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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0년 다양성만화 지원사업 분야 선정작, 박주현 작가의 <빛 뒤에 선 아이>. 한국 그래픽노블계의 꾸준한 성장의 결실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우리나비에서 단행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림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박주현 작가는 알비노 외국인을 우연히 길에서 보고 막연하게 신비롭다는 생각으로 알비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비노를 향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 <빛 뒤에 선 아이> 작품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어 백색증을 앓는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키는 알비노. 문학 작품 속 요정이나 신비로운 존재를 묘사할 때 등장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알비노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었습니다. 게다가 알비노를 향한 학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특히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가 행운을 가져온다는 미신이 있어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신체 훼손 및 시신 거래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한마디로 사냥을 당하는 경악스러운 일이 비일비재한 겁니다. 유럽의 홀로코스트 역사는 알려져 있지만, 지금도 행해지는 아프리카의 알비노 학살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알비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피부, 모발, 눈 등의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거나 결여된 비정상적인 개체."라고 말이죠. 여기서 뭔가 불편한 게 느껴지지 않는지요. 결핍, 결여, 비정상. 이 단어들은 '다름'을 넘어 정상과 '분리'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부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사전적 정의보다 차라리 백색증은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지 못해 생기는 선천성 희귀 유전질환이라고 표현할 때 미묘하게 거슬렸던 부정적 느낌이 덜해집니다.


<빛 뒤에 선 아이>의 주인공 유진은 백색증을 앓고 있습니다. 알비노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여름의 고통과 그 고통 너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가을을 배경으로 그려냅니다.


"가끔, 꿈을 꾼다. 그냥 평범하게 화창한 날에 바다를 바라보는, 그런 꿈." - 책 속에서


백색증은 시력 상실,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일상생활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다고 합니다. 외출할 때는 노출 부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발라야 합니다. <빛 뒤에 선 아이>의 유진은 한여름에도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장갑까지 착용하고 나섭니다. 맨눈으로 햇빛을 보면 안 되니, 찬란한 풍경을 맨눈으로 본 적도 없습니다. 너무나도 흔하고 평범해서 지나쳤던 일상의 풍경마저도 유진에게는 멀기만 합니다. 해가 진 밤의 풍경이 그나마 익숙합니다.


주변인의 노골적인 시선은 어렵게 버티고 버틴 자아를 곧잘 무너뜨리곤 합니다. "신기하네. 눈도 하얗나?"라는 말처럼 악의는 없었다 할지언정 신기하다는 것만으로 감정을 다치게 하는 일이 쉽게 일어납니다. "얼굴 하얀 것 봐. 부럽다 진짜."처럼 표면적인 면만 얼핏 보고 백색증을 앓는 사람의 고통은 짐작하지 못한 채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저도 백색증을 앓는 사람을 가까이서 대한 경험이 있는데 속눈썹까지도 하얀 모습을 보며 순간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동공지진이 일어났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뒤돌아보며 수군거리던 속삭임의 울림은 제 귀에도 잔상으로 남을 정도였습니다. 관찰 당하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리 추그는 책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하는 무의식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빛 뒤에 선 아이>의 유진을 향한 시선 중에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주변인들의 시선과 언행에 적응을 한듯한 무심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정신적으로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여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빛 뒤에 선 아이>에는 검은 고양이와 핑크 돌고래가 등장합니다. 검은 고양이를 단지 털 색깔만으로 재수 없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피부암을 앓는 상황에서도 동물원 쇼를 시키는 희귀한 핑크 돌고래처럼 겉모습만으로 이용되고 고통받는 동물. 그 동물들이 받는 차별과 유진을 향한 외부인의 시선을 연결하는 부분이 세심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별의 아이처럼 신비롭게 바라보는 극과 극의 시선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진의 내밀한 감정마저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로 표현했고, 수채화와 색연필의 어우러짐으로 감정과 변화를 오롯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백색증을 앓는 유진의 감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빛 뒤에 선 아이>. 편견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유진의 여름과 가을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유진이 바라는 것은 사실 거창한 일들이 아닙니다.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며 그만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겁니다. 다양성은 언유주얼(unusual)을 수용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닫게 하는 <빛 뒤에 선 아이>. 유진의 고통과 성장을 바라보고 나니 제목마저도 진한 울림으로 자리 잡습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진행되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창작 초기 단계 지원,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 만화 독립 출판 지원, 만화 콘텐츠 다각화 지원, 수출작품 번역 지원 등으로 나뉘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주현 작가의 그래픽노블 <빛 뒤에 선 아이>는 상업성을 떠나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실험적인 만화, 대안적 성격의 작품 창작을 지원하는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의 2020년 선정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편견의 틀을 깨는 놀라운 작품들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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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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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책은 도끼다>가 예쁜 블랙 옷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은 기존 판형보다 더 잡기 쉬운 그립감의 판형에다가 감각 있는 타이포그래피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블랙 케이스 덕분에 선물 분위기도 물씬 납니다. 케이스에는 박웅현 작가의 메시지가 실려 있습니다. 이미 책을 읽은 독자도 소장 욕구가 생길 만큼 정성 가득한 특별판입니다.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광고로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광고인 박웅현.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은 도끼다>.


1904년 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이 문장에서 영감을 받은 박웅현 저자는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라며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 도끼질의 흔적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경기창조학교 인문학 강독회를 통해 흔적들을 학생들과 나누었고, 강독회의 내용을 엮은 <책은 도끼다>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며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광고계에서 영감의 바탕으로 왜 인문학이 필요했을까요. 그것도 책으로 말이지요. 일 년에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사이 읽는다는 박웅현 저자는 다독은 아니지만 깊이 읽는 책읽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꾹꾹 눌러 읽습니다. 그리고 느낀 울림을 메모합니다. 흘려 읽어도 될만한 책은 이렇게까지는 읽지 않으니 <책은 도끼다>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도 그저 문장만 쓱 읽어넘긴다면 울림을 받기 힘듭니다. 기사 읽듯 쓱 읽어버릴 땐 아무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박웅현 저자 역시 책을 깊이 읽는 과정 속에서 한 번도 생각 못 해봤던 것들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꼼꼼히 눌러 읽으면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보석을 찾아낼 수 있고요. 세 번째 읽으면 지난 두 번은 읽은 게 아니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제서야 반짝이는 울림이 드러나더라고 합니다.


광고인 박웅현이 말하는 창의력 발상의 과정은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듯, 책에서 얻은 울림이 씨앗이 되어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 풍요로움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훈련한 만큼 보이는 겁니다. 그러려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합니다. 책 권수보다 울림을 준 문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식만을 쌓다가 놓쳐버리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일깨웁니다. 책 속 문장을 통해 알지 못했더라면 못 봤을 것들, 무심히 지나가버렸을 뻔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책을 읽음으로써 발견하는 눈이 생기고, 볼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관찰한 바를 인문학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책을 읽으면 그렇게 됩니다.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한 김훈, 최인훈, 이철수, 손철주, 오주석, 쿤데라, 톨스토이, 보통, 카뮈 등의 책들이 그렇습니다.


판화가 이철수의 판화집을 보면서는 사방 모든 것에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걸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됩니다. 매 문장 빛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발견된다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있게 읽기를, 아름다운 문장들로 지중해성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는 김화영 교수의 『행복의 충격』, 보물찾기 하듯 읽을 때마다 새로운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 삶에 그대로 투영하고 반영할 수 있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주는 책을 들여다보며 박웅현의 독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입사시험 문제로도 출제했다는 손철주의 책 『인생이 그림 같다』에 등장한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라는 문장에 대한 느낌을 풀어내보는 겁니다. 집약적인 문장을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대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머릿속의 감수성을 깨뜨리는 책읽기를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도끼다>. 같은 문장을 접해도 저자가 느낀 울림과 내가 울림 받는 지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문장에서 무엇을 떠올리고 어떻게 삶과 연결시켜 사고하는지 그 여정을 엿보며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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