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안녕, 시리즈 2
이경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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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꼭지의 글에 스며든 노래를 만나는 시간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사랑, 사회 경험, 가족, 글 쓰는 삶...  그 모든 순간에 있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 에세이입니다.


멜로디 파인 저는 노랫말을 음미하는 음악 애호가의 취향 언저리에도 못 미치는 데다가 가사를 찬찬히 곱씹으며 노래를 듣는 행위의 경험 자체가 적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경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때는 저도 가사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어요.


처음으로 가사에 끌려 줄창 들었던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의 어떤 가사가 내 마음을 두드렸었는지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하고,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추천한 신승훈의 신곡을 들으며 나름 센티멘털한 감성을 뿜뿜했던 그날을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거실 불을 안 켜서 살짝 어둑했던 그 분위기까지)  소환하기도 합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노래를 떠올리는 순간 깜박깜박 켜지는 경험이  꽤 묘한 감정을 안겨주네요.


어찌 그리도 잘 알아주는지 신기할 정도로 지금의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을 만날 때면 감정의 쓰나미에 푹 파묻히기도 하다가도 또 시간이 지나면 그 노래가 무덤덤해집니다. 그렇게 잊힌 노래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읽다 보니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당시에 왜 그 노래에 끌렸는지, 이경 작가의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떤 노래를 들었더라? 하며 시간 여행을 해봅니다. 멋쩍은 기억도 있지만 풋풋한 설렘을 발견하기도 하는 추억 소환에 제격인 음악 에세이입니다.


"음악이 가진 가장 무서운 힘은 과거의 어느 시절로 나를 돌려보내는 일이지." - 책 속에서


독서가에게 좋아하는 책과 작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처럼 이경 작가에겐 밤을 새워서 이야기할 수 있는 좋아하는 뮤지션과 가사를 만나는 시간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 잊지 않고 또는 잊었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면서 또 며칠 반복해서 듣게 되는 곡도 있습니다. 그렇게 삶 속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지분이 은근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경의 음악 에세이는 바로 그 순간의 나의 감정을 가만히 더듬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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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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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비운의 걸작 <견딜 수 없는 사랑>. 1997년에 출간되었지만 뒤이은 <암스테르담>, <속죄> 등 부커상 수상 작품에 가려 오히려 유명세를 덜 타버린 소설입니다. 국내에서도 소개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소설이 복복서가에서 선보이면서 이언 매큐언의 작가로서의 역량이 절정에 달한 시기에 썼다는 이 작품을 드디어 만나봅니다.​


원제 <Enduring Love>의 영원히 지속된 사랑과는 상반된 느낌을 주는 제목 <견딜 수 없는 사랑>. 다 읽고 나니 원제도 한국어판 제목 모두 의미가 어울립니다. 심리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할 묘사 기법이 덕지덕지합니다. "나는 생각과 느낌과 감각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고 있었다."라는 주인공처럼 이 소설에서 생각 흐름을 따라가며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방식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독자로부터 분노와 답답함을 뽑아낼 줄 아는 의식의 흐름이 수준급인 등장인물들이 가득합니다.​


※ 해당 리뷰는 스포 방지를 위해 출판사 보도자료에서 오픈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재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재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용광로였다." - 책 속에서


7년 차 연인 조와 클래리사가 소풍을 간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 이들의 운명을 뒤흔듭니다. 소년이 타고 있던 헬륨 기구가 돌풍에 휩싸여 하늘로 치솟을 위기에 처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저마다 밧줄을 잡고 힘을 써보지만 3~4미터 높이로 떠올랐을 때 누군가가 줄을 놓쳐버렸고 이내 한 명씩 나가떨어집니다. 하지만 끝끝내 밧줄을 붙잡은 이가 한 명 있었는데 기구는 상공을 향해 치솟아버렸고, 그는 결국 추락사하게 됩니다. 기구에 타고 있었던 소년은 무사했지만, 이 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이 목숨을 잃은 겁니다.


소설 초반 흡인력이 상당합니다. 특히 조의 내면을 묘사하는 장면은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주인공의 사고방식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철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도덕적 딜레마가 등장합니다.​ 모두가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누군가 줄을 놓았고, 발이 땅에서 떨어질 만큼 몸이 떠올랐을 때 줄을 놓는 것은 본성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말이죠. 처음엔 모두가 이타주의자의 마음으로 달려왔고 밧줄을 잡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줄을 붙잡고 있어야 하나 놓아야 하나 갈등할 때 누군가가 줄을 놓고 떨어지는 걸 보자 갈등은 정리됩니다. 그 순간 "이타심이 있을 자리는 없"게 되는 겁니다. 조 역시 결국 줄을 놓고 떨어집니다.​ 끝까지 줄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추락사한 남자를 보며 조는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죄책감과 안도감을 가진 채 헤어집니다.


하지만 조는 그날의 일이 계속 맴돕니다.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혹은 무슨 짓을 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지금의 불안감을 딱 부러지게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조는 계속 논리적으로 답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게다가 그날 함께 밧줄을 잡았던 이들 중 한 명인 제드 패리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당신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어져 전화했다며 말이죠.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이 전화 한 통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논리정연한 대답으로 대응하는 습관이 있는 과학자 마인드를 가진 조, 영국 시인 존 키츠를 연구하며 감성적인 사랑을 원하는 클래리사. 그리고 집착의 사랑을 보여주는 패리까지.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이들의 사랑이 얽히고설키며 사랑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각이 펼쳐집니다.


"이젠 인간이 어떤 문제에 대해 타인의 동의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우리는 절반만 공유되는 믿을 수 없는 인식의 안개 속에서 살았고, 우리의 감각 정보는 욕망과 믿음의 프리즘에 의해 왜곡되었으며, 그 프리즘은 우리의 기억까지도 왜곡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이롭게 기억했고,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설득했다." - 책 속에서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랑을 해봤고, 하고 있나요. 조의 눈에 클래리사의 사랑은 감정적 논리만 주장할 뿐입니다. 클래리사의 눈에는 조가 과잉반응을 하는 것 같고 이성만 따지다 보니 한 마디로 정떨어지는 인간이 되어버립니다. 도끼병 걸린 것처럼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스토커 범죄가 심심찮게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스토커에겐 그의 행동이 사랑이라고 말할 테지요.


사랑을 하면 사소한 것으로도 기쁨과 배신감의 감정을 오가기도 합니다. <견딜 수 없는 사랑>처럼 견디기 힘든 사랑이 닥쳤을 때 우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소설 속 인물들의 사랑이 연결되고 해체되는 여정 속에서 우리의 사랑을 더듬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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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제시카 아우 지음, 이예원 옮김, 김화진 독서후기 / 엘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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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지만 에세이 느낌으로 읽은 제시카 아우의 소설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원제 Cold Enough for Snow)>. 소담하게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소설 속 화자 딸의 단상에 흠뻑 빠져든 시간입니다.​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이주의 역사를 가진 가족의 정체성이 깃든 제시카 아우의 목소리는 동양과 서양 분위기의 혼합이 묘하게 어우러져 낯섦과 익숙함의 조화를 선사하는 힘이 있습니다.


10월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엄마와 딸. 평소 자주 여행을 떠나는 모녀 관계는 아닙니다. 엄마는 몇 차례 머뭇거림 후 승낙했고, 도쿄에 도착했을 땐 태풍을 앞둔 계절인 탓에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딸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엄마가 뭘 보고 싶어 할지 고심해서 스케줄을 짰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미술관입니다. 아늑한 공간 속에서 따로 떨어져 둘러보기로 합니다. 딸은 2층에 정원과 나무가 보이는 사색의 공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뭔가 식상한 여행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여행 중간중간 등장하는 딸의 관찰과 기억에 있습니다. 사소한 장면들을 엄마와 함께 맞이할 때면 추억이 따라옵니다. 그 시절의 가족을 떠올리기도 하고 남편과 친척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 여행에서 엄마는 어떤 걸 느끼는지 궁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행 가자는 말에 선뜻 승낙하지 않았던 '엄마가 여기 온 게 스스로 원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나를 생각해 온 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에서는 엄마의 표정과 말, 행동에서 비롯한 나의 감정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잔잔하게 가슴을 두드립니다. 내 엄마니깐 적어도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 않을까라는 감정과 엄마가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거리감까지. 그 절묘한 간극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엄마 얼굴에 납득하지 못한 질문에 대답하라는 요청을 받고 질겁한 표정이 잠시 스쳤다. 나는 괜찮다고, 무슨 생각이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여행 중간중간에 엄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도 할머니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다가 또 순식간에 이 사실을 잊고 어린 시절 고정된 엄마 상으로만 바라봅니다. 이처럼 상이 깨지는 경험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화자의 이야기에 비슷한 생각을 해본 (물론 저자만큼 멋들어진 비유를 들며 표현하진 못하지만) 나의 경험을 떠올리고 당시 내 감정을 되살려보느라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됩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리는 어느새 습관이 된 대로 갈라섰고', 시간이 지난 후 가게 안에 엄마가 없으면 아마 입구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맞을 때처럼 엄마와 딸은 그렇게 서로를 적당히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여행에서 애초에 딸이 기대했던 알맹이 있는 대화는 나누진 못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엄마는 '우리가 함께 있음에 그리고 말이 필요치 않음에 그저 기쁘기만 한 듯이' 미소 지어 보입니다.​ 저자는 '살아 있는' 글을 최대한 단순한 형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건조함과 다정함이 오가는 독특한 문체 덕분에 제가 받은 느낌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기억과 관계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존재의 심오함을 저는 제대로 건져올릴 깜냥이 되진 못하지만 말이죠.


도쿄, 오사카, 교토에서 그들이 방문한 장소는 명백히 드러나진 않지만 일본 관광지를 잘 아는 이들이라면 유추할 만한 힌트는 곳곳에 등장합니다. 엘리 출판사 인스타그램에 책 속 장소를 소개하는 피드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모녀가 다녀온 곳을 확인해보세요.​


타인의 마음을 탐색한 <나주에 대하여>를 쓴 김화진 소설가의 후기도 공감 가득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엄마의 시간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만 상상했다는 그가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감정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친밀한 타인으로서의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려낸 소설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지금을 환기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어두고 싶어집니다.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채우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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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인생 법칙 - 세계 최고 멘토 30인의 마스터클래스
스콧 밀러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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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교육 회사 프랭콜린코비 최고마케팅책임자 겸 수석 부사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사상 리더십 선임 고문인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저자 스콧 밀러. 매회 최고의 전문가들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인기 팟캐스트 <스콧 밀러의 온 리더십>의 대표 에피소드를 선정해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거인들의 인생 법칙>은 우리 시대의 멘토 30인의 인터뷰에서 건져올린 30개의 통찰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목차만 봐도 설렙니다. 1인 1통찰을 이토록 멋지게 뽑아내다니요. 지금 내 고민을 건드리는, 마음이 끌리는 파트부터 골라 읽기 좋습니다. 평소 관심 있었던 인물이 있다면 그가 전하는 통찰을 먼저 만나보셔도 좋습니다.


이 책에는 CEO, 투자자, 마케터, 작가, 석학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평소 익히 알고 있던 인물도 있고,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경력을 보며 놀란 인물도 있고, 대표 저서를 읽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다시 만나면서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인물도 있습니다. 30인의 30가지 통찰을 소개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얻는 인사이트는 그 이상입니다. <거인들의 인생 법칙>에서 다루는 핵심 통찰은 지금 내 고민 주제에 따라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을 테고, 내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족이 없이 태어난 닉 부이치치와의 에피소드는 저자 스콧 밀러가 그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발견한 통찰에 저 역시 공감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각종 강연 영상을 보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넘치도록 보여주는 닉 부이치치의 장애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선입견이었는지 일깨운 시간입니다. 닉 부이치치를 집으로 초대한 날, 저자는 무심코 유리잔을 들어서 물을 마시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 행동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감사가 무엇인지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안일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겁니다.


저자의 팟캐스트는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촬영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조차 겸손하게 행동하는 스테퍼니 맥마흔을 보며 WWE(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에서의 악인 이미지로 비친 슈퍼스타 캐릭터는 말 그대로 설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수십 년간 수천 권의 비즈니스, 리더십 도서를 읽고 수백 명의 직원을 이끌며 경험을 쌓은 스콧 밀러가 '이 사람은 정말 찐이야!'라고 부르는 마스터 멘토들. 배움의 대가라는 명성을 가진 저자가 이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액기스만 가득 모은 책인 만큼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저자도 그랬든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딱 적절한 타이밍에 나에게 다가온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TED 영상이 있는지 찾아보게 되고, 번역서가 있는지 도서를 검색하느라 눈과 손이 엄청 바삐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대표 저서가 있는 경우 그 책의 핵심을 짚어주기도 해서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늘어만 갑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 리즈 와이즈먼과 킴 스콧의 책에도 관심이 생겼고, 스콧 밀러가 이 책 다음으로 읽을만한 책으로 강력 추천하는 책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1인 1통찰과 함께 스콧 밀러가 던지는 질문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닉 부이치치로부터는 당연하게 여기는 사소한 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꾸준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걸 통찰함과 동시에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게 옳다'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정보과부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책 <스틸니스>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편에서는 자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습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스콧 밀러가 발견해 내는 통찰의 퀄리티는 남다릅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마스터 멘토 30인이 쓴 대표 저서와 스콧 밀러가 언급한 책 중 몇 권은 읽은 저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우니 책을 대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배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거인들의 인생 법칙>에서 다룬 핵심 통찰을 한 가지씩 적용해 본다면 어제보다는 분명 더 나은 삶으로 변화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단순하게 인터뷰 모음집 정도로 생각했다가 기대 이상의 만찬을 받은 느낌입니다. 두고두고 펼쳐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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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치료세계를 아십니까? -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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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집착하면서 우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상처 입은 자아에게 자신을 새롭게 사랑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책 <정신분석 치료세계를 아십니까?>.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현상적으로 체계화하며 언어구조학, 물리학, 양자역학, 세포학, 신경생리학의 세계로 확장하며 윤정의 신경정신분석학 이론을 정립한 윤정 저자의 책입니다.


고통스러운 삶을 기능적인 기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단순히 표면적인 증상을 치료하는 게 아닙니다. 정신분석은 정신 의료나 임상심리학처럼 마음을 치료하는 실천해야 하는 임상으로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철학, 사상, 경제관 등이 영향을 끼치는 환자가 사유하는 방식을 언어치료로 접근합니다.


정신분석치료 현장은 그동안 환자가 잃어버리고 억압시켰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찾아 들어주면서 편안한 쉼을 누리는 풍경입니다. <정신분석 치료세계를 아십니까?>는 삶의 기회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저 텍스트에 불과한 정신분석이 되지 않도록 소소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분석학과 의학, 임상심리, 일반 상담과의 차이를 설명하며 라캉의 정신분석과 윤정의 정신분석을 나란히 두고 현장의 풍경을 보여주고, 다양한 학문이 접목되어 현상적인 최면의학의 치료과정을 보여주는 윤정의 정신분석 치료과정을 설명합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언어의 무의식'으로 해석하며 삶의 의미를 던진 라캉. 난해하기로 소문한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라캉을 좀 더 편하게 만나보세요.


라캉 이론의 핵심은 말하는 사람이고, 말하는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현대의 불안과 우울은 말로 인한 억압된 감정으로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무의식의 주체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자아의 강박적인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상실과 결핍의 공간에서 생명이고 싶어 합니다. 윤정 저자의 전작에서도 꾸준히 언급한 생명의 인간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해보세요.


무의식은 자기 안에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정신분석치료 현장에서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고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무의식 속에는 억압의 상처로 남겨진 알 수 없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고 창피하고... 그래서 쉽게 약을 먹고 치료받고 싶겠지만 정신분석은 효율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정신분석은 환자가 어떤 것을 생각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 환자 자신만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치료하는 곳이니까요.


모든 질병은 자신만이 살아온 사유와 삶의 방식의 결과입니다. 라캉은 누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인지 설정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사는 방식 속에 문제가 있고, 누구든지 그 잘못된 삶을 반복하다 보면,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살아온 잘못된 오류를 수용하고 사는 방식을 새롭게 하고, 더 이상 고통을 반복하지 않게 사는 것이 정신분석의 목표입니다. 정신분석현장은 오직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주체임을 알아차리는 곳입니다.


누군가의 정신을 분석하는 일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기능적으로 정신분석을 바라볼 때 오해가 생깁니다. 정신분석에서 해석은 의미를 잘라내는 일이고 무의미한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의미 있다고 해석하는 생각이 무의미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윤정의 정신분석치료 현장은 라캉의 정신분석현장의 풍경을 거의 수용하면서 진행합니다. 대신 오로지 환자 자신이 살아온 특별한 삶의 풍경에 집중합니다. 일반적인 사고와 지식의 개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스스로의 문제를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아온 특별한 정서 속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억압된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윤정의 정신분석은 증상의 고통보다 말의 고통을 더 근원적으로 바라봅니다. 모든 생물학적 본능의 욕구는 언어의 세계에 종속되기에 언어로 표현하는 말속에 숨은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물질대사가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과정이라면 정신대사는 말로 표현하면서 대사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억압된 상처는 정신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생깁니다.


"모든 증상은 새로운 삶을 원하는 메시지다." - 책 속에서


정신분석은 만족한 삶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만족은 자신이 성취한 결과에 대한 감정인 경우가 많기에 자신이 선택한 삶이 남들보다 우월한 결과에 대한 기쁜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만족은 끊임없이 선망의 대상이면서 모방하는 욕망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현대인은 만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던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행복이란 서로의 고통을 알기에 살아내는 과정에서 서로가 지니는 자연스러운 공감이라고 합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자신의 삶인 만족의 삶 대신 행복한 삶을 바라보게 하는 정신분석현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록 편에서는 삶의 좌표를 고민하여 분리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줍니다. 상실의 상처, 결핍의 상처를 가진 우리가 불안과 우울의 상처 속에서 새롭게 살아내려는 실천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실천을 통해 새로운 위로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정신분석 치료세계를 아십니까?>.


자신의 불안한 세계를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맞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읽어야 할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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