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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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팬데믹은 3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서야 종식 선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누군가는 코로나로 사망하고 있고 일일 확진자 수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마스크 5부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별난 일들이 다 있었다며 추억거리가 생겼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상처를 입은 이들도 많다는걸... <그 의사의 코로나>를 읽으면서 일깨우게 됩니다.


코로나로 난리도 아니었던 초창기 기억하시나요.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땀범벅 모습을 담은 사진은 뉴스 기사로도 봤을 겁니다. 의료진이니깐 그렇게 하는 걸 당연시했거나, 봉사자들의 노고를 우리는 너무나도 빨리 잊어버린 건 아닐까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현장에 있었던 의사의 '지나고보니 참으로 스펙터클했다' 식의 책이겠거니 생각하며 시작했다가, 눈물과 분노를 오가며 몰입하며 읽고 있더라고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짙게 머뭅니다.


사십 대 초반에 의사를 그만둔 의사였던 '그 의사'. 임야비라는 필명으로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극단에서 드라마투르그(연출가와 함께 작품의 해석 및 각색 작업을 하며 문학적 조언과 레퍼토리 선택 등에 관여)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을 때 '그 의사'는 의사 면허증을 다시 꺼내 코로나 의료 봉사에 뛰어듭니다. 지방의 외진 산속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말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신병원이라는 그곳에 코로나가 덮쳐 건물 하나가 코호트 격리됐고, 너무 위험해서 기피하는 그곳을 그는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남의 위험을 치료하기 위해 나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다." - 책 속에서


그리고 그곳을 떠날 즈음엔 마음이 치유됩니다. 의사를 그만둔 '그 의사'가 의료 봉사에 뛰어든 건 헛헛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달래려고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거든요. 대장 천공 복막염으로 수술을 했지만 악화되어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한 어머니, 그런 아내의 곁으로 100일 만에 뒤따라간 만성 폐섬유화증을 앓던 아버지. 부모님이 연이어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그 의사의 코로나>는 코로나 최전선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시점과 부모님의 마지막 시점을 교차하며 들려줍니다. 코로나를 앓던 정신 질환자들과 숨이 꺼져가는 부모님의 죽음이 공명하며 진행하는 구성이 일품입니다. 장소와 시간 배경이 다른 두 장면이 이어지는 절묘한 오버랩을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 정말 예술입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정신 병원 환자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 병원의 일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위험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의료진들의 모습은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건물은 낡고 열악해 을씨년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따뜻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에서 수녀가 되었다가 코로나가 터지자 의료봉사하러 온 의사, 직원들 PCR을 도맡으며 열심히 뛰어다닌 진료부장, 아수라장 스테이션을 지킨 수간호사, 발 벗고 나서는 할아버지 약사, 24시간 365일 일하는 미스터리한 원무과장 등 숭고한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린 정신병원 환자들을 살리려 온 힘을 다하고 나니 오히려 자신이 치유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 방황하기만 했던 '그 의사'의 진정한 애도의 시간이 된 셈입니다.






'그 의사'의 두 번째 의료 봉사는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 정신병원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코로나 환자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시스템 때문입니다. 의료 봉사자들이 기피하는 정신 병원이다 보니 공중보건의들이 끌려오질 않나, 환자를 직접 보는 일은 없고 서류 작업만 열심히 합니다.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습니다. 행정 일만으로도 벅찹니다. 콜 대부분은 서류 입력을 재촉하는 잡콜입니다.


공공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는 공무원 의사입니다. 그곳엔 이미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전문의들이 있고 레지던트도 있다는데 '그 의사'는 그들의 모습을 코빼기도 볼 수 없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건 끌려왔거나 봉사하러 온 의사들 몫입니다. 병동 간호사들조차 공무원 정신과 전문의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개판 오 분 전인 시스템이었던 겁니다. 무사안일, 책임회피, 탁상행정에 깊~~~~~~은 빡침이 담긴 문장들의 연속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도 서류 작성만 잘 하면 된다는 정신과 공무원 의사들의 나태한 마인드, 좋은 시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시스템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의 허울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습니다. 공무원 의사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사고를 가진 이들은 하나 둘 떠납니다. 떠나는 이들마다 한결같이 "여긴 절대로 안 바뀝니다."입니다. 간호사들도 체념 상태입니다.


다행히 '그 의사'는 이미 정신병원 의료 봉사 경험이 있었고 엉망진창인 그곳을 일시적이나마 그가 있는 동안만큼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다들 알면서도 안 될 거라 생각하고 나서지 않았던 일들을 '그 의사'가 몇 가지는 해냅니다. 하지만 그가 떠난 이후엔 어떨까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르타주 <그 의사의 코로나>. 확진자 몇 명, 사망자 몇 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음을 진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의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저는 뭔가 슬프고 애통할 것 같은 책은 애초에 손이 잘 안 가는 편인데요. 이 책은 읽기 잘했다 싶더라고요. 아직 올 한 해 많이 남아있지만, 손가락 꼽을 만큼 인상 깊은 책입니다. 눈물 폭탄과 분노 폭탄만 있는 게 아니라 배꼽 잡게 만드는 웃음 폭탄도 곳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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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 일상 어디에나 있는 아주 작고 이상한 양자의 세계 과학 쫌 아는 십대 16
고재현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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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연구자 고재현 박사가 청소년을 위한 양자역학 세계로 초대합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는 양자영역 속에서 벌어지는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펼쳐지죠. 양자는 영어로 퀀텀 Quantum이고 어원은 '얼마나 많은' 뜻의 quantus 라틴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리량입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양자역학 세계는 우리가 가진 감각과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우리는 '쫌' 아는 정도로만 다가서는 걸로 만족해도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를 읽는 목표는 해결하는 셈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보세요.​


이제 우리는 양자돌이가 되어 이 책을 읽어나가면 됩니다. 양자돌이는 양자의 세계에 사는 입자입니다. 원자라고 해도 되고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양자돌이는 벽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벽 속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원자의 존재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생겼고 양자역학은 그렇게 탄생합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컴퓨터, 인터넷, 인공위성 등 전자라는 말이 붙는 제품들이 모두 양자역학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등 점점 더 양자역학 원리가 적용되는 새로운 분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결국 원자에 대한 학문인 양자역학으로 바라봐야 제 모습대로 보이고 해석이 된다니 '쫌' 아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볼까요?​


우리는 큰 물체들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인 고전역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큰 것을 다루는 고전역학이 어떻게 양자역학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역사를 통해 살펴봅니다.


이 여정에서 빛 에너지는 파동이냐 입자냐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을 입자로 생각해 이 문제를 설명했는데 당시 혁명적인 주장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 세상이 연속적인 색채의 흐름이 만드는 수채화가 아니라, 다채로운 색의 점들이 그림을 이루는 점묘화의 모습이 된 셈이죠.​


어떤 현상이나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양자.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덩어리 단위로 존재하는 물리량으로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빛알입니다. 빛 에너지를 나르는 빛알은 그 자체로 양자적인 입자여서 더 쪼갤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양자들의 정체,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학문인 양자역학. 고전물리학의 고정 관념을 벗어던지고 대담하게 양자역학의 문을 연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책은 슈뢰딩거가 세운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자들도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개념 정립이 힘든 만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양자역학은 엄청나게 정확한 학문임에도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재차 말하고 있는 만큼 중간중간 막히더라도 끝까지 완독해 보세요. 새로운 게임을 배울 때 그 게임의 규칙을 익혀야 하듯 미시 세계의 이상한 특징들을 익혀야 합니다.


과학자들의 양자역학 사용법은 어떤 방식인지 고전역학과 비교해 설명하면서 그 차이를 분명히 해주고 있습니다. 고전역학에 익숙해 있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양자역학은 인간이 발전시켜 온 과학 중에서 가장 정확한 학문입니다. 금속은 왜 전기를 잘 통하는데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지 못하는 부도체인지, 왜 어떤 물체는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되는지 양자역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양자역학을 통해 물질을 바라보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습니다. 원자, 분자 이야기보다 우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들로 이야기하면 좀 더 생생하게 와닿잖아요.


먼저 과학 시간에 열심히 외우던 주기율표가 등장합니다. 원소들이 왜 현재와 같은 식으로 배열되어 있는지 양자역학이 원자들을 설명하는 법을 보여주고, 개별 원자들이 어떤 이유로, 방식으로 분자나 고체를 만드는지 살펴봅니다.​


양자역학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물질 세계의 바탕에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인데다가 SF 영화에서나 볼듯한 도깨비 같은 일들이 벌어지니 이해의 영역을 벗어날 뿐이지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중첩과 얽힘 개념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10대들을 위한 책인 만큼 양자역학 설명서 치고는 이만하면 쉽게 설명한 거라는 게 느껴집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최근 이슈가 된 양자 기술을 통해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통신 등 양자역학의 응용 분야가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일인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과장된 가짜 정보에 속지 않도록 짚어주기도 하고, 양자역학에 대해 더 파고들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 리스트도 있으니 양자역학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양자역학 외에도 풀빛의 '쫌 아는 십 대' 시리즈에는 사회, 과학, 철학 등 분야별로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지식 정보를 담은 책이 가득하니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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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이야기 -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
아르민 그라우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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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좀전에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눈이 안 보이고 말을 못 한다면 어떨까요? 너무나도 익숙하게 말하고 움직이고 감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뇌의 중요성을 평소에는 잘 못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의식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뇌의 작업 결과인데 말입니다.


독일 루드비히 하펀 클리닉 신경학과 수석의사이자 뇌졸중 전문 의학 박사 아르민 그라우의 <신경 이야기>는 신경과 병동의 모습을 보여주며 뇌졸중, 말초신경염, 간질, 치매, 편두통,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포함해 신경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신경 질환에 대해 살펴봅니다.​


어린 여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등장합니다. 사고 당시 환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증상을 보여주다 보니 함께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대부분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보니 그 환자가 내가 되었을 수도, 부모님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증상으로 병명을 찾고, 원인을 찾아가며 치료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푹 빠지게 됩니다.


가장 먼저 다루는 질병은 뇌졸중입니다. 혈관에 혈전이 막히면서 생기는 뇌졸중. 뇌는 혈액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후 약 10초면 벌써 뇌 기능이 멈추고 환자는 의식을 잃습니다. 4~5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합니다. 뇌 조직 구조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고 이후 뇌경색으로 이어집니다.


뇌졸중은 이미 원인과 위험요소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편이지만 우리가 유독 두려워하는 질병입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 장애가 무서워서이지요. 일상생활이 제한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뇌졸중 환자의 경우 혈전용해술도 빠르게 하고 큰 혈관에는 카테터 시술로 뚫으며 재빠른 조치를 했고, 예후도 괜찮은 케이스였습니다. 뇌졸중 전문 병동이 잘 갖춰진 독일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재활 과정에 대한 노력도 강조합니다. 뇌졸중에 걸린 사람의 약 3분의 1은 첫해에 급성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뇌졸중 이후의 후속 관리에 대해 간과하지 않도록 조언합니다.​


의학적으로 설명을 하는 부분은 용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질병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와 진행 과정을 알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됩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신경계의 오작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으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경 이야기>. 덕분에 뇌가 우리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혈압 조심해라, 당뇨 관리해라, 운동해라, 식습관 조절해라 같은 뻔한 말이 절대 뻔한 말이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신경 써서 지키지 않을 때 우리 신경계가 어떻게 고장 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뇌졸중 외에도 다양한 신경 질환이 있습니다. 신경에서 근육 세포로 자극 전달이 잘되지 않아서 생기는 말초신경염의 경우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증상만으로는 근육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신경 질환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소시지를 식판에 담은 채식주의자의 이야기입니다. 운 좋게도 병원 직원이다 보니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이 뇌전도 검사를 받으라 권유를 했고 간질 발작이 진단되었다고 합니다. 뇌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유발되는 간질에 대해서도 원인,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신 능력과 일상생활 능력의 감소와 상실로 이어지는 치매도 두렵습니다. 단기 기억이 먼저 소실되고 시간감각, 방향감각이 약해지고 무서운 건 나를 잃어버린다는 점입니다. 효과적인 치매 치료법이 아직 없기에 더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매는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뇌졸중 예방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신체 활동을 해야 근육, 심혈관계, 정신 능력이 모두 향상되는 겁니다. 뇌 기능의 장애를 기반으로 하는 치매는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우울증 치료 시 개선되는 가짜 치매와의 차이점도 알려줍니다.​






의과대 실습생이 갑자기 사물이 겹쳐 보인다며 찾아온 사례도 있습니다. 뇌와 척수에 있는 염증이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팔뚝에 압박붕대를 감은 듯한 감각 장애를 며칠 겪었던 경험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시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아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중추신경계 만성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습니다. 염증이 신경을 훼손한 겁니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된 이 질병은 강한 피로감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등 삶의 질을 낮추게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주기적으로 신경 MRI를 통해 질병 활동을 파악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업 시간에 망치질하는 듯한 편두통에 구토, 시각장애, 언어장애까지 순식간에 닥친 17세 여학생의 사례도 있습니다. 격렬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지주막하출혈을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고 합니다. 이 환자의 진단명은 편두통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증상은 아니었지만 저도 편두통으로 고생한 시기가 있어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완치는 안되어도 증상을 다스릴 순 있는 질병이라니 정말 눈 감을 때까지 무탈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껴집니다.​


<신경 이야기>는 전반적인 신경 질환의 정보와 개인적 차원의 예방법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이 유발하는 신경 질환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환경 개선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신경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한 의료 시스템의 필요성도 토로합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며 설명하면서 직관적인 그림과 함께 보여주니 신경 질환의 대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월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 질환에 대해 알면 알수록 평소 하는 동작들이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다양한 신경 질환의 증상과 치료 여정을 살펴보면서 건강한 신경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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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circus - 서커스보이밴드 포스터&컬러링북
서커스보이밴드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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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디자인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의 포스터 & 컬러링북 <Life is a Circus>. 컬러링 취미 있다면 색다른 감각의 컬러링북을 만나보시겠어요? 완전 아트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의 독특한 색감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컬러링북에는 서커스보이밴드의 인기 아트워크 31종이 담겼습니다. 어찌 저런 색감이 나올 수 있는 거죠?! 톤 조합이 매력적입니다. 마음이 달달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의 컬러링북은 포스터 역할도 합니다. 컬러링을 마친 완성품은 인테리어용 포스터로 제격입니다. 칼 필요 없습니다. 쉽게 샤샥 잘 뜯어집니다. 고이 모셔두면 안 됩니다. 열심히 칠하고 열심히 장식해 보세요.


표지 안쪽엔 서커스보이밴드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있으니 표지부터 해체해버리자고요. 액자에 넣어두고 싶을 만큼 예쁩니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응원하는 글귀도 사랑스럽고, 그림 한 컷 한 컷이 마음을 사르륵 보듬어주는 느낌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 컬러링북은 Step 1, Step 2, Step 3으로 구분해 컬러링을 단계별로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1단계는 정말 찔끔 색칠하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안 좋아서 컬러링북 안 한 지 꽤 됐는데, 서커스보이밴드 컬러링북을 보자마자 이건 참을 수 없더라고요. 조금만 색칠해도 완성되니 작은 성취감 얻기의 최고봉입니다.


2단계는 조금 더 칠할 게 많습니다. 배경은 프린트되어 있으니 인물과 소품을 색칠하면 됩니다. 3단계는 선만 그려져 있고 전체를 색칠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디자이너가 된 기분입니다. 1단계 8개, 2단계 13개, 3단계 10개. 총 31개의 컬러링을 할 수 있습니다. 색깔 선택을 참고할 수 있는 일러스트가 있으니 따라 해도 좋지만, 내 맘대로 완성하면서 뜻밖의 조합을 발견하는 기쁨도 만끽해 보세요.


유일하게 가위가 필요한 종이인형 페이지! 서커스보이밴드의 피규어가 탐났었는데 대표 캐릭터들의 페이퍼 스탠딩 돌을 보니 탐욕이 한 방에 채워집니다! 어쩜 이리 귀여울까요. 책장에 조르륵 세워둘까 합니다.





컬러링북 한 권을 앞뒤 모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컬러링 완성한 페이지를 먼저 장식하고, 지겨워질 즈음엔 반대쪽에 인쇄된 서커스보이밴드의 일러스트를 알차게 뽑아먹는 겁니다. 참고용 일러스트는 엽서 크기여서 벽 데코용 포스터로 활용하기 좋아요. 그 외에도 캐릭터, 소품 이미지들을 종이놀이하듯 자르고 잘라서 다꾸용으로 보관해도 되고요.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일상의 다채로운 순간을 발견하고, 직접 완성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서커스보이밴드의 <라이프 이즈 어 서커스 Life is a Circus>.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화사해지고,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주는 포스터 & 컬러링북입니다.


컬러링북과 인테리어용 포스터북 역할을 동시에 하니 가성비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 CBB의 감성이 집안 곳곳에 스며듭니다. 어른의 취미 생활도 고품격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라이프 이즈 어 서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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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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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재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소유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존재보다 소유에 더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실험심리학자이자 발달인지신경과학 전문 철학자인 브루스 후드는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은 채워질 줄 모른다."며 많이 소유할수록 더 훌륭한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 욕망 추구의 삶을 꼬집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우리 삶의 최고 목표가 소유하기에 있다는 걸 일깨우며,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소유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건지 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 법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수많은 연구와 이론을 통해 살펴봅니다.


소유의 힘을 통해 정체성을 갖추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소유물을 상실할 때의 타격이 무척 큽니다. 물건에 관한 정서적 애착이 과도한 수집가인가요? 쇼핑 중독자인가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확실히 보이죠. 하지만 나는 소유욕에서 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다수가 손에 쥔 것들을 놓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유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충동 중 하나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소유물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증거를 남긴다." _ p9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삶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로 넓혀보면 모든 전쟁의 근저에는 소유권에 대한 갈등이 깔려 있습니다. 브렉시트의 통제권 회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낙관론에 기대기보다는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소비문화와 행동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소유욕의 메커니즘을 알면 도움 됩니다. 소유의 심리 메커니즘을 탐구한 이 책은 우리가 하는 행동은 소유와 뿌리 깊게 얽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소유(ownership)는 자신의(own)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치 소유가 삶의 전부인 양 집착하게 됩니다.


죽으면 먼지로 돌아갈 뿐인데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버리지 못하는 게 참 많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애착이 있는 물건은 있습니다. 소유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지, 소유하는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파헤쳐 봅니다.


이 세계는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개념들로 가득합니다. 소유권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것입니다. '내 것'이라는 말은 아동이 발달 초기에 배우는 단어이지만 소유권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것은 가장 강력한 단어가 됩니다. 심리적 소유의 가장 강력한 예시이자 가장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안심담요입니다.


심리적 소유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에 정서적 애착을 갖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소유권이 어떻게 확립되는지 살펴보며 소유권이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소유 추구는 경쟁의 본성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가시적인 기준 중 하나가 재산입니다.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재산 개념도 끊임없이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시대, 문화에 따라 소유권 해석이 다양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재산권의 범위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소유권 개념 이슈를 몰고 온 인물이 있습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입니다. 남몰래 타인의 재산에 작업을 하곤 사라집니다. 그 작품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낙서는 훼손으로 간주해 위법이지만, 뱅크시의 작품은 걸작이 됩니다.





소유권은 배타적 통제력을 의미합니다. 소유는 불평등을 낳고 특권은 상속의 형태로 사회의 불공정을 영속화합니다. 산업화로 소비문화가 급부상한 이후 서구 세계 정책은 더 많은 소유의 욕망을 부추겼습니다. 삶의 주인이 되라며 주택 소유를 하게끔 했고, 개인의 독립 강화를 강조합니다.


과시를 위한 소비도 급증합니다. 이런 블링 문화는 능력 없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속한 인종집단이 가난할 경우 자신을 구별할 필요성이 커져 과시소비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소유를 과시하려는 욕망은 악순환을 낳습니다. 사치품에 돈을 쓰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되는 교육에 투자할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소수 집단의 번영을 방해하던 격차가 그렇게 더 커집니다.


이 책은 무조건 소유하지 말라는 책이 아닙니다. 소유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살아내기 힘듭니다. 이 책의 원제 Possessed (홀린)처럼 소유의 욕망에 홀리지는 말자는 겁니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물음표를 던집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것에 돈을 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제대로 돈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유보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체험에 돈을 쓰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험은 탈탄소화 목표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심리학 도서로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칠 뻔했습니다. 소유의 개념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방대하게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소유욕에 대한 주제를 누구나 꼭 접해보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삶의 태도에 대한 자기계발식 조언을 하는 책이 많지만 이보다 더 방대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 실용적일 수 없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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