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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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재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소유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존재보다 소유에 더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실험심리학자이자 발달인지신경과학 전문 철학자인 브루스 후드는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은 채워질 줄 모른다."며 많이 소유할수록 더 훌륭한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 욕망 추구의 삶을 꼬집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우리 삶의 최고 목표가 소유하기에 있다는 걸 일깨우며,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소유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건지 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 법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수많은 연구와 이론을 통해 살펴봅니다.


소유의 힘을 통해 정체성을 갖추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소유물을 상실할 때의 타격이 무척 큽니다. 물건에 관한 정서적 애착이 과도한 수집가인가요? 쇼핑 중독자인가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확실히 보이죠. 하지만 나는 소유욕에서 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다수가 손에 쥔 것들을 놓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유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충동 중 하나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소유물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증거를 남긴다." _ p9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삶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로 넓혀보면 모든 전쟁의 근저에는 소유권에 대한 갈등이 깔려 있습니다. 브렉시트의 통제권 회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낙관론에 기대기보다는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소비문화와 행동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소유욕의 메커니즘을 알면 도움 됩니다. 소유의 심리 메커니즘을 탐구한 이 책은 우리가 하는 행동은 소유와 뿌리 깊게 얽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소유(ownership)는 자신의(own)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치 소유가 삶의 전부인 양 집착하게 됩니다.


죽으면 먼지로 돌아갈 뿐인데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버리지 못하는 게 참 많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애착이 있는 물건은 있습니다. 소유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지, 소유하는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파헤쳐 봅니다.


이 세계는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개념들로 가득합니다. 소유권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것입니다. '내 것'이라는 말은 아동이 발달 초기에 배우는 단어이지만 소유권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것은 가장 강력한 단어가 됩니다. 심리적 소유의 가장 강력한 예시이자 가장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안심담요입니다.


심리적 소유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에 정서적 애착을 갖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소유권이 어떻게 확립되는지 살펴보며 소유권이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소유 추구는 경쟁의 본성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가시적인 기준 중 하나가 재산입니다.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재산 개념도 끊임없이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시대, 문화에 따라 소유권 해석이 다양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재산권의 범위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소유권 개념 이슈를 몰고 온 인물이 있습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입니다. 남몰래 타인의 재산에 작업을 하곤 사라집니다. 그 작품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낙서는 훼손으로 간주해 위법이지만, 뱅크시의 작품은 걸작이 됩니다.





소유권은 배타적 통제력을 의미합니다. 소유는 불평등을 낳고 특권은 상속의 형태로 사회의 불공정을 영속화합니다. 산업화로 소비문화가 급부상한 이후 서구 세계 정책은 더 많은 소유의 욕망을 부추겼습니다. 삶의 주인이 되라며 주택 소유를 하게끔 했고, 개인의 독립 강화를 강조합니다.


과시를 위한 소비도 급증합니다. 이런 블링 문화는 능력 없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속한 인종집단이 가난할 경우 자신을 구별할 필요성이 커져 과시소비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소유를 과시하려는 욕망은 악순환을 낳습니다. 사치품에 돈을 쓰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되는 교육에 투자할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소수 집단의 번영을 방해하던 격차가 그렇게 더 커집니다.


이 책은 무조건 소유하지 말라는 책이 아닙니다. 소유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살아내기 힘듭니다. 이 책의 원제 Possessed (홀린)처럼 소유의 욕망에 홀리지는 말자는 겁니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물음표를 던집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것에 돈을 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제대로 돈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유보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체험에 돈을 쓰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험은 탈탄소화 목표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심리학 도서로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칠 뻔했습니다. 소유의 개념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방대하게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소유욕에 대한 주제를 누구나 꼭 접해보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삶의 태도에 대한 자기계발식 조언을 하는 책이 많지만 이보다 더 방대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 실용적일 수 없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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