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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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Work 더티 워크, 여기서 더티는 물리적 오염이 아닌 도덕 또는 윤리의 위반을 뜻합니다. 불결하고 불쾌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모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더티 워크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더티 워커는 내 손으로는 하지 않을 더러운 일을 떠맡은 이들, 사회로부터 무의식적 위임을 받은 이들입니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파헤친 사회학 박사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는 오늘날 노동의 불평등을 묵인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소도 담장 안으로, 드론 화면 너머, 도살장으로 그리고 석유 산업과 실리콘밸리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더티 워크들이 수행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더티 워커들은 단지 시스템의 피해자일까요?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행 받는 사람들에게는 가해자가 됩니다. 게다가 사건이 폭로되면 시스템의 1차 피해자들이 해고되고 시스템은 여전히 그대로 작동합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겪는 딜레마와 경험을 들려줍니다.


학대가 자행되는 교도소 내 정신병동의 한 교도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재소자들이 교도소로 복귀하기 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지만 이상하게 그곳에서 죽어나가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재소자들이 태반입니다. 교도소 세계에 막 입성한 신입 해리엇은 교도관들의 학대를 목격하고 보고를 올리자 왕따를 당하고 해고 불안에 처합니다. 가장 덜 타락한 교도관이 희생 당하는 구조였습니다.


무관심과 방임이 키운 폭력 문화로 점철된 교도소 정신병동. 그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남아 깊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불합리한 그곳을 스스로 관두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저자는 그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임을 짚어줍니다.


드론이 보내오는 기밀 영상 모니터를 살펴보는 영상 분석가 크리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상관에서 보고 후 60초 후면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드론 전투원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엔 자부심이 컸습니다.


드론 전투가 도입된 후 전쟁은 피를 흘리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병사가 사망하는 위험이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드론 전투원이 만나는 영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파괴된 집과 마을, 불타는 사람 등 생생한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아이가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패턴은 상당이 이질적인 감정을 낳게 합니다.


도덕적 신념을 위배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하거나, 막지 못하거나, 목격하는 일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을 느낍니다. 도덕적 외상을 입는 겁니다. 이 의미는 실제로 민간인과 반군을 구별하기 어려웠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쟁의 부담을 떠안은 노동자 계급.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부유층. 그리고 대중은 그 직업을 선택한 건 순전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전쟁에서 거리를 두게 되고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더티 워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소비량에 맞추느라 쉴 새 없이 가동하는 정육 공장에서 일하는 도축 노동자는 이주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공장도 이주민이 많은 동네에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이 노동자들을 사디스트 일꾼들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백인들은 이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을 '그림자 인간'으로 표현합니다. 공장식 농장과 정육 공장에서 시작해 슈퍼마켓과 KFC 치킨너겟으로 끝나는 먹이 사슬의 보이지 않는 곳에 이들이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역시 노동자 복지보다 동물 복지를 우선합니다.


더러운 노동으로 시추되고 파쇄되는 화석연료도 있습니다.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사고의 생존자 가족을 찾은 저자는 생존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본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당시 대중은 죽은 노동자보다 죽은 돌고래에 더 쉽게 공감했습니다. 더러운 현실을 알고도 일한 노동자는 연민을 사지 못한 겁니다. 값싼 기름을 원하는 요구가 있기에 석유 산업이 존재하는데도 말입니다.


교도소는 시골 게토, 정육 공장은 외딴 산업 단지처럼 고립된 곳에 위치합니다. 장소는 인종 불평등, 계급 불평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강화시킵니다. 빈곤한 지역에 시설이 집중됩니다. 그렇다면 부유한 지역, 화이트칼라 전문직은 더티 워크를 겪지 않을까요? 저자는 실리콘밸리로 들어갑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앱을 개발한 구글에서 퇴사한 사람과의 인터뷰는 이전의 더티 워커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된 후 오히려 여러 기업들의 영입 콜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전문직은 상처를 피하기가 훨씬 더 쉬웠습니다.


우리는 이런 노동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읽는 내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이 세계 자본주의의 대리인이자 우리 사회의 대리인임을 명확히 합니다. 국민이 그들의 고용주임을 짚어줍니다. 내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계속 모르기를 원한 건 아닌지 꼬집습니다.


수동적 민주주의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문제 있는 관행이 계속 판칠 수밖에 없습니다. 더티 워크가 우리의 암묵적 동의에 기초한 노동이라는 말에 솔직히 충격을 받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일을 용인하고 있는지 팩트 폭풍을 한바탕 거하게 받은 기분입니다. 알고자 하는 의지 없음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부추기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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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변의 법칙 - 어떤 하락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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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백전불패는 없습니다. 다만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는 백전불태는 있습니다. 이기지 않아도 최소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힘 말입니다.


장지웅 저자의 전작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에서 프레임을 바꿔야만 자본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짚어줬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목을 사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장 불변의 법칙>에서 확인해 보세요. 구체적인 실행 솔루션이 담겼습니다.


어떠한 하락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 불변의 법칙 23가지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절대법칙을 실제 적용해 수익 실현을 해왔습니다. M&A와 대주주로서의 경험, 투자 성공을 거둔 투자자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테슬라 주식을 예로 들자면 2015년 5월 매수했고 2021년 11월에 전량매도했다고 밝힙니다. 성장주였기에 전기차에 대한 꿈을 꾸게 할 때 샀고, 전기차가 현실이 되어갈 때 판 겁니다.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는 중국 BYD였습니다.


"성장주는 꿈을 먹으며 덩치를 키우고, 꿈이 현실이 될 때 거품이 꺼지며 헐값이 된다." - p10


장밋빛 전망을 한몸에 받았던 선두주자는 어느 기간 동안은 독과점을 하지만 후발주자가 등장하면 일반 경쟁 시장 형태로 전환됩니다. 영원한 선두주자는 없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역시 중국의 CATL과 BYD가 1, 2위를 거머쥐었습니다.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기술력이 높은 건 아닌데도 주식시장은 중국 찬양입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실상도 짚어주고 있습니다.


시장분석가들은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분석하며 시장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제지표도 모든 현실을 대변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걸 짚어줍니다. 물가 지표는 안정 추세로 향하는데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갈수록 치솟는 현상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지표와 현실의 괴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팬데믹 이후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표만으로 해석하는 시장 분석가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주변을 직접 살펴보고 체감하는 변화가 정확한 분석을 끌어낸다고 합니다. 지표만으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이런 책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물경제 지표와 코스피 지수의 상관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스피 시장의 방향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어떻게 높여야 할까요. 코스닥 데이터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뜰 것 같아서, 느낌이 좋은 종목을 선택하나요? 반드시 주가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네잎클로버와 같은 행운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투자의 기본 원칙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비쌀 때 사서 쌀 때 팝니다. 손절 시기를 놓치고 하던 대로 하다가 돈 날리기 일쑤입니다. <시장 불변의 법칙>은 네잎클로버 행운을 좀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줍니다.


신규 상장주의 옥석을 가리는 법, 공시에 숨겨진 의미를 잘 읽는 법,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도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법, 고환율 환경에서 수혜를 보는 기업 찾기 등 주식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방법이 소개됩니다.


대중의 선택이 옳았다면 대중은 부자가 됐어야 한다는 말에 뜨끔해집니다. 투자 공부를 하는 이유는 하락장에서도 버티며 살아남는 투자 방침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급락 이후 지수 급등 사례가 하나의 교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증시 폭락에서 리스크를 기회로 여겨 확신을 갖고 투자로 실행한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이뤘으니까요.


개인 투자자가 바라보는 시각과 돈을 벌 수 있는 법칙 간 괴리를 짚어준 <시장 불변의 법칙>. 시장의 소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절대 법칙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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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지식 사전 - 돈의 흐름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부자 입문 지침서
은퇴연구소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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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습니다. 돈의 속성부터 경제적 자유를 결정짓는 땅, 주식, 세금, 소득 파이프라인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 <부의 지식 사전>. 직장인, 자영업자의 노후 대비는 물론이고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부모, 사회 초년생 등 모두가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지식 성찬이 펼쳐집니다.


실생활과 연관된 친밀한 경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깊이 파고드는 경제 지식도 물론 필요하지만 뉴스 경제 기사도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딱딱한 이야기는 더 질리게 만들잖아요.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방식으로 부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지 그 길의 방향을 잡아주는 이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물가는 자꾸 오릅니다. 내려가는 건 없습니다. 지금 돈 1억으로 할 수 있는 일을 10년, 20년 후에도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자본 소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힘든 세상입니다. 화폐 가치는 하락하며 자산 가치는 우상향합니다. 여기서 우상향이란 무조건 상승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길게 보면 결국 상승한다는 의미입니다.


젊을 때야 내 몸만 믿고 열심히 갈아 넣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뚝뚝 떨어집니다. 일하지 않아도 재산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소득 파이프를 만들고 투자하며 자본 소득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제적 자유는 자본 소득만으로 생활이 가능해지는 시점부터입니다. 자본 소득 + 반 근로 소득(소득 파이프라인) 상태입니다. <부의 지식 사전>은 자본 소득과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도움 되는 것들을 짚어줍니다.


주식, 부동산 같은 투자에 대해서 이 정도는 그래도 해야 하지 않겠냐 싶은 핵심 사항을 알려줍니다. 더불어 전월세를 살 때 돈 아끼는 비법이나 사기당하지 않는 법도 알뜰하게 알려줍니다. 투자를 할만한 종잣돈이 없는 상태의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뭔가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부동산 공부, 주식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투자금과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명확히 하고, 리스크를 없앨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은 솔직히 운이 작용한다는 점도 짚어주고 있고요.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솔직히 내가 주식에만 파고들 것도 아니고 주식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계란 바구니를 여러 개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는 점도 공감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하락장에서 잘 버티고, 상승장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마음을 배우는 주식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이든 자영업자든 세금 문제는 언제나 따라다닙니다. 저자는 재산세, 건강보험료, 연말 정산 그리고 2025년부터 시행하는 금융투자소득세까지 알아두면 무조건 이득인 정보들을 방출합니다.


블로그 <은퇴연구소>의 운영자인 저자는 평범한 직장인인데도 결혼 7년 차 현재 연 2억 원을 저축하며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파이프라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루 2만 명 방문하는 블로그의 애드포스트 수익은 얼마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100~150만 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방문자 수 늘리는 거 쉬운 일은 아니긴 하지만 자본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블로그 장점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블로그를 상위에 잘 노출되도록 관리하는 법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요.


하루라도 젊을 때 경제적 자유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남은 인생이 편해지겠지요. 없는 형편이라 자꾸 미루기만 해서는 더 늦어질 뿐입니다. <부의 지식 사전>으로 첫걸음을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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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6 - 흔적 : 보잘것없되 있어야 할 땅의 역사 6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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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인문 기행 시리즈 땅의 역사, 여섯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역사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박종인의 땅의 역사를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이 참 많습니다. 그가 다루는 역사는 승자의 목소리로 쓴 광명의 역사가 아닌 실패의 역사, 아픔의 역사입니다.


때로는 부끄럽고 창피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없애고 싶은 물건이면 쓰레기통으로 버리면 그만인데 역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창피하고 아픈 역사는 지워진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망각하지 말아야 할 흔적까지도 말입니다.


박종인 저자는 그 흔적을 찾아 나섰습니다. <땅의 역사 6 흔적> 편에서는 작은 돌덩이, 자빠져 있는 비석, 지워진 기록 등 사소하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흔적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부터 개화기, 식민지, 근대에 이르기까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땅에서 발견한 아직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을 살펴봅니다.


서울공예박물관 터의 복잡한 역사로 시작합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족의 땅이었던 자리에 옛 천민을 기리는 박물관이 들어섰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세종이 끔찍이 사랑한 막내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안국동 인가 60여 채를 헐어 지은 집이 바로 그 자리입니다.


고종의 왕세자 이척의 초호화판 혼례식도 안동별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갑신정변 때는 안동별궁 방화를 신호로 거사를 준비하기도 했을 만큼 그곳은 철저히 왕족의 땅이었습니다. 그곳에 천대받던 장인들의 작품이 가득한 서울공예박물관이 들어섰으니 대대로 폐쇄된 특권의 땅이 결국 이렇게 백성에게 돌아왔습니다. 이제 그곳에 가면 그 터에서 일어난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떠올라 복잡미묘해질 것 같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은밀히 거래된 공녀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이 저릿해집니다. 고려 시대 원나라로 바쳐진 공녀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조선시대 명, 청에 바친 기록에는 공녀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고 합니다. 은밀히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물증이 남지 않는 구두로 통보하고 선발은 조선에 파견된 사신들이 결정했습니다.


백성을 생각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마저도 어김없이 공녀를 바쳤습니다. 공녀는 여자가 아니라 공물인 나라였습니다. 경복궁 행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착잡하게 만듭니다. 물건으로 취급된 건 공녀뿐만이 아니라 노비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노비로 팔기도 했을 정도로 생존이 힘겨웠던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당시 불법이었지만 표준계약서 양식이 있을 정도로 성행했습니다.






신분과 계급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불안정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땅의 역사 6 흔적>. 고질적인 폐단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망국으로 향하는 길이 이토록 뻔히 보일 줄이야 싶을 정도입니다. 읽는 내내 갑갑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런 역사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과오를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을 발발시킨 탐관오리 조병갑은 대한제국 법부 민사국장(일명 판사)으로 권력에 복귀하며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정독도서관 땅에 얽힌 역사도 참 대단했습니다. 갑신정변의 김옥균과 서재필이 그 터에 살았는데 김옥균의 집터 표식만 현재 있을 뿐입니다.


이후 을사오적 박제순의 집터가 되었는데 현재 우물돌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안내판이 의뭉스럽습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료라 여겨져 관리하게 되었다 식입니다. 어떤 의미인지는 빠져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그대로 썼으면 될 것을 왜 정체를 숨기는지 의아합니다.


조선귀족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조선 식민지화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을 더 귀하게 하고 영화롭게 하기 위해 신설된 신분입니다. 일명 매국귀족입니다. 윤덕영이 대표인물입니다. 고종조차 조선 500년 동안 본 적 없는 간악한 자라고 비난했을 정도입니다. 동생 윤택영이 베이징에서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로부터 헌사를 받아와 비석에 새겼는데 현재 쓰러진 채 가정집 빨래판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생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작은 비석을 만나고서야 한 군인의 사고를 알게 됩니다. 당시 공사에 투입된 인력에는 육군이 투입되었고 이때 군인이 순직한 겁니다. 이 외에도 경부고속도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바치며 뚫은 길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금산휴게소 맞은편에 그 죽은 자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서 있다고 합니다.


이 땅이 기억하는 역사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무심코 지나친 곳에 얽힌 역사적 진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이 나라가 지금에 이르게 된 역사적 증거를 만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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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걸음씩 행복해지기 - 불안을 가라앉히고 행복에 다가서는 마음의 힘
티머시 골웨이.에드 한젤릭.존 호턴 지음, 송보라 옮김 / 나비스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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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계의 전설 티머시 골웨이가 최초로 정립한 마음의 힘(이너게임)을 일상 속 불안과 긴장, 스트레스 상황에 적용한 자기계발서 <하루에 한 걸음씩 행복해지기>.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나타나는 마음에 쌓인 두려움을 이너게임 스트레스 코칭을 통해 해결한 의학박사 에드 한젤릭과 존 호턴의 임상 사례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불안은 줄어드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의미겠지요. 딸, 아들, 부모, 직장동료 등 수많은 역할을 해내며 살아가는 우리는 긴장 속에 살아갑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어느새 불안에 익숙해져 버립니다. 긴장 없이 편안해지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진정한 평온을 누린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티머시 골웨이 저자는 압박과 도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압박은 금세 지치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합니다. 불안이 몸과 마음을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압박하는 것을 멈춰야 하건만 스스로 압박감을 받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나의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테스트 항목이 있습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힘든 상황을 겪을 때 내게 생기는 증상은 무엇인가?"를 직접 써보자고 합니다. 예시를 읽다 보니 다 해당되는 것만 같더라고요. 참고해서 써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압박감과 증상을 갖고 있는지 헉 소리가 나올 지경입니다. 이만큼의 압박감에 짓눌린 상황에서 정말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입니다. 역시 그냥 어림짐작하기만 하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루에 한 걸음씩 행복해지기>는 가능하게 만듭니다. 마음의 힘을 이용해서 지금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우리에겐 누구나 마음의 힘이 있고, 마음의 힘을 가로막고 있는 건 나 자신일 뿐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한 걸음 떼는 겁니다.


티머시 골웨이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두 개의 나'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합니다. '판단하는 나'와 '지켜보는 나'입니다. 간섭하고 따지고 비난하면서 자신감이 낮아지는 쪽은 '판단하는 나'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익히고 집중 잘 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격려하는 쪽은 '지켜보는 나'입니다. 불안의 주범은 판단하는 나입니다. 이 깨달음만으로도 인생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쪽을 선택할지는 이제 스스로의 몫입니다.


마음속에서 판단하는 나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훈련된 침착함을 위한 방법입니다. 불안에 의한 긴장 반응이 일어날 때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봅니다.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불안을 깨부술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힘. 지켜보는 나를 불러내는 데 적절한 행동을 짚어주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들려줍니다.


평온을 부르는 암호 세 가지는 일상에서 바로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관찰하기, 떠올리기, 구분하기 이 세 가지를 통해 쉴 때 죄책감 없이, 해야 할 일의 압박에 덜 시달리면 좋겠거든요. 나는 오늘 하루 얼마나 멈추고, 쉬고, 놀고, 나를 돌봤는지... 이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행복에 가까워지는 생각과 행동으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수많은 불안에 허덕이는 나를 지켜줄 방패를 찾아주는 <하루에 한 걸음씩 행복해지기>. 매일 투쟁하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입니다. 불안한 상황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이너게임 스킬을 배워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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