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광고 인문학 - 광고인의 시선으로 떠나는 유쾌한 인문 여행기
이지행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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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B급 감성으로 풀어낸 인문학 여행기 <B급 광고 인문학>. 20년 경력의 광고인 이지행 저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역사 속 인물들과 사건들을 광고라는 프리즘을 통해 재해석한 책입니다.


얼핏 보면 가벼운 B급 유머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질과 시대적 흐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제겐 B급 유머로 담아낸 훌륭한 A급 인문학 책이었습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 그 자체와 함께 태어났다고 말하고 있으니 시작부터 흥미롭습니다. 인류 초창기부터 광고의 씨앗이 싹텄다고 보는 겁니다.


"태초에 광고주가 광고를 창조하시나니, 광고가 있으라 하니 광고가 있었고, 그 광고가 보기 좋았더라." - p17





빵 터지는 표현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고, 설득하려는 본능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팔아야 했던 존재였던 겁니다.


고대 벽화, 상형문자, 초기 화폐 디자인 등을 예로 들며 광고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를 넘어, 문명 자체를 이끈 힘이었다고 말합니다.


<B급 광고 인문학>은 역사 속 인물을 광고인으로 새롭게 조명합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일컬어 인류 최초로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광고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초상은 정복한 땅 곳곳에 배포되어 헬레니즘 문명을 세계로 퍼뜨리는 강력한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퍼스널 브랜딩 개념으로 바라보니 재밌습니다. 광고인의 시점으로 본다면 알렉산드로스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글로벌 마케터였던 셈입니다. 세상을 끝까지 가보려 한 그의 원동력은 끊임없이 다른 곳을 보려는 삐딱한 시도였다는 해석도 참신합니다.


역사상 최고의 인플루언서도 소개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루이 14세입니다. 루이 14세는 생전에 300여 점의 초상화를 남겼으니 셀카왕이라고 말할 만합니다.


날씬한 다리를 강조하기 위해 레깅스 스타킹과 하이힐을 착용했고, 귀족들은 이를 모방하며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게다가 매년 소수의 귀족에게만 리미티드 에디션 옷을 하사하여 희소성과 충성심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루이 14세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럽 사회를 팬덤화한 최초의 인플루언서였던 셈입니다.


광고 캠페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저자의 시각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나폴레옹도 광고쟁이로 재조명합니다. 승리의 상징으로 세운 개선문이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대형 광고판이었다는 해석이 등장합니다. 나폴레옹은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문가라며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승리를 영원히 남기려 했다고 말입니다.


개선문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영구히 각인시키고자 했습니다. 샹젤리제 거리에 우뚝 선 개선문은 그의 브랜드 가치, 즉 승리와 위대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적 수단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예술을 매개로 한 퍼스널 브랜딩을 시도합니다. 광고와 예술은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인간의 감정, 욕망,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고흐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했지만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동생 테오와 테오의 아내 요한나의 노력으로 사후에 위대한 화가로 재평가됩니다. 이 과정 역시 퍼스널 브랜딩 성공 사례입니다. 특히 요한나가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나란히 배치한 장면은 형제애라는 브랜드 스토리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과도 같습니다.


코코 샤넬은 광고와 브랜딩의 완성형을 보여줍니다. CC 로고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샤넬 브랜드의 영원성을 상징합니다. 현대 광고와 브랜딩이 지향하는 모든 전략을 압축한 사례입니다. 샤넬은 자신만의 가치, 세계관, 스타일을 광고를 통해 세상에 알렸고 그 결과 샤넬 제국을 일구었습니다. 발상의 오픈런으로 시대를 앞서간 광고 철학이라고 합니다.


<B급 광고 인문학>은 광고를 가벼운 상업 행위로 폄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광고를 통해 인간을, 역사를, 문화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기승전광고로 일관하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 본질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일품입니다. 읽는 내내 웃고, 끄덕이고, 때로는 감탄했습니다. 인문학적 깊이와 유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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