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복음 현대시 기획선 5
김은상 지음 / 한국문연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문연의 현대시 기획선 다섯 번째, 김은상 시집 <유다복음>.
말랑말랑 감성시조차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생생하고 처절한 고민의 흔적이 가득한 시어를 접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김은상 시집 <유다복음>에 수록된 시 44편 대부분도 제대로 이해할만한 감성은 없었지만 시인의 고민을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어요. 

 

 

 

2009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은상 시인은 <유다복음>에서 가난, 자본주의, 종교를 이야기합니다. 어디까지가 자전적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집 뒤쪽에 실린 김산 시인의 해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겪은 지독한 가난. 시 「어느 멋진 날」은 제목과는 달리 가난과 폭력을 마주하는 생생한 두려움이 가득한 시였어요. 반어적인 제목이 오히려 돋보여 인상 깊었던 시입니다.

 

고된 생활은 갓 이십 대 청년이 되어서도 이어집니다. 휘황찬란한 도시 풍경 건너 달방에 머물며 시를 썼던 시절, 홍등가 포주 할머니의 밥상을 받으며 사람이 고팠음을, 당신도 아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김은상 시인의 시는 내상을 입은 자의 것처럼 들립니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의 후일담처럼 살았다"(p40)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의 구덩이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아니기에 저로서는 오히려 읽을만했던 시였어요.

 

 

 

정호승의 시 『서울 예수』를 변주한 시 「서울 예수」는 타락한 자본주의를 풍자합니다. 이 시에서도 '고프다'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그에게 있어 배가 고프다는 굶주림의 의미를 넘어 결핍, 외로움, 아픔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시 「귀」에 나온 "나는 어디서 길을 잃은 뱀의 껍질일까"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는데요. 저승에 가져갈 수 없는 신발 같은 허물. 길 잃은 자아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몇 번을 읊조리게 되더라고요.

 

「공산당선언」이라는 시는 자본주의를 풍자하며 새로운 의미로서의 공산주의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의 공산당은 보이지 않는 손을 잘라내고 자신의 손을 만져보는 사소함을 꿈꿉니다."라고 합니다. 착잡한 현실 세상을 탓하지만 않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유다복음」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통해 교회의 부패와 타락한 정신을 꼬집기도 합니다. 풍자식으로 이야기하는 이 시는 비기독교인인 제가 읽어내기엔 어려움이 많아 시인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해석할 여지는 없습니다.

 

김산 시인의 해설이 없었다면 저는 더 막막했을 거예요. 김은상 시인의 시 세계는 제 수준에서 바라보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외워둬야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을 탁 건드린 시구들이 있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때를 청춘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나는,
늙어간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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