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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
로이스 W. 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816페이지를 자랑하는 두툼한 평전인데, 그 안에 온갖 지식이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베네딕트와 미드 문서의
대외비 자료가 드디어 공개되면서 저자는
그들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살펴봤다고 해요. 두 여성의 문서 컬렉션을 전부 참조한 사상 최초의 평전!
미드와 베네딕트는 아이들 위인전에도 포함될 정도로 유명한
인류학자들입니다. 20세기 인류학의 선구자라
칭송받는 루스 베네딕트와 문화 인류학의 새로운 장을 연 인류학의 대모 마거릿 미드. 그런데 이 둘의 관계가 사뭇 남다르더라고요. 인류학 분야의
선후배 사이뿐만 아니라 연인이기도 했다는 것! 지금까지는 각자의 연구 성과에 집중해 다뤘었다면, 이 책은 둘 간에 엮인 일들을 최대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젠더의 지리학 (geography of gender)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직업적,
가족적, 개인적 인생의 과정에서 헤쳐나간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보는 느낌입니다. 미드와 베네딕트 두
사람이 각자의 성 정체성을 결정하기까지 그들의 성장 배경과 심리적 행로
등을 파헤치며, 그런 것들이 둘의 삶과 저술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짚어줍니다.
당시 여성 사회에선 '영혼의 동반자'라느니 '마음이 맞는 친구'라는 스매시 문화가 성행했다고 합니다.
이후
동성 사이의 우정이 이성
사이의 결혼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점점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지만요. 어쨌든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시 동성
간의 사랑은 생각했던
것보다 꽤 흔한 일이었다는 걸
느꼈어요.
그들의 성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볼 땐 각자의 유년기를 조상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유년기의 곤경과 난관이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달랐습니다.
둘
다 불화가 심한 가정의
장녀였고 어떤 면에선 사고방식이 닮았지만, 베네딕트가 은근 속앓이 많이 했겠다 싶을 정도로 미드는 철저히 자유연애의
삶을 살았어요.
"너의 사랑 속에서 행복할 때는 노래를 해. 우울할 때도 너의 사랑때문에 세상이 여전히 살 만하고 말이야." - 루스
베네딕트
미드에게 자유연애는 '윤리 체계'이자 '거의
종교'였다. - 책 속에서
동성애 정체성은 인간 존재에 본유하는 것인가, 아니면 문화 경험을 통해 획득하는 것인가에 대한 미드의
생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드는 당대의 문화 '대본'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거든요.
베네딕트의 경우엔 성 정체성 혼란을 많이 겪은 듯 보였어요.
그녀는 이성애와 동성애가
'별도의 바퀴'로 움직이는 별도의 자아에서 유래하며,
그렇기에 두 충동 모두 충족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미드와 베네딕트 모두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는 못했지만 둘 다 결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둘을 보면 그 시대 상황과 문화 분위기에 어느정도
자신을 맞춰간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자에게는 한 가지 위대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다." - 루스
베네딕트
인류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창설한 프란츠 보애스의 제자였던 루스 베네딕트.
독립적 여성을 부정적으로
대하던 시대에 그녀가 겪은 학문의 여정도 쉬운 길이
아니었더라고요. 베네딕트가 조교일 때 학생 신분으로
만난 미드를
인류학 분야로
끌어들이면서, 둘은 우정과 사랑에서뿐만
아니라 학문에서도 서로에게 깊이 헌신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둘의 인연으로 문화 인류학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된 셈이네요. 미드는 <사모아의 청소년>, 베네딕트는 <문화의 패턴>, <국화와 칼> 등 인류학
분야 고전을
남겼습니다.
미드는 베네딕트의 딸이자 인류학 후배였고, 동반자이자 연인이었으며, 최고의 친구였다. - 책
속에서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평전은 문화 인류학의 발전사,
젠더의 역사, 미국 문화사 등은 물론이고, 시적
감성이 특히 풍부했던 베네딕트의 편지와 일기에 언급된 글을 토대로 문학, 철학, 심리학까지
다루고 있어요.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의 끝판왕 격인 책을 접하다
보니
어마어마한 지식
폭탄에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구나 잠시 좌절하기도...... 한 5년 후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