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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장석주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6년 5월
평점 :
임팩트 있는 구절을
음미할수록 자연, 사물에서 심오한 무언가를 읽어내는 시인의 눈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시인의 영혼은 싸움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했던 사유의 흔적이란
걸 깨닫는 순간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고독, 허상, 난관, 절망...
이런 고통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꿈을 안고 흐르는 삶을 결국 견디지 못한 시인도 있습니다.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는 있다. 산다. 죽는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라는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슷한 주제를 놓고 작품을 비교해 음미할 수
있기도 합니다. 덧없음을 이야기할 때 김주대 시인의 <가차 없이 아름답다>시에서는 빗방울 하나에서 그것을 발견해내고, 정호승 시인의
<어느 소나무의 말씀>에서는 밥과 돈으로 비유합니다.
고인이 된 국내외 시인의 작품들은 물론 젊은 시인의 시까지 소개합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시인도 있었어요.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아흔 살 넘어 시 쓰기 시작해 100세를 눈앞에 두고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이라고 해요.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다."며 약해지지 말라는 힘과 용기를 준 삶의 위로를 노래한 시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달곰함보다 아픔을 머금은 시에 더 찌릿하는 걸 보면 행복과 불행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긴 하구나 싶기도 해요. 지독한 슬픔이 느껴지는 시는 되려 우울함을 더하는 것 같아 피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이젠 공감해보고 싶어집니다. 유안진 시인의 <비
가는 소리>에서 말한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것처럼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되새겨 보며 소중함과 절실함의 의미도 생각하게 됩니다.
장석주 시인의 시 읽는 법을 볼 수 있는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시인의 사유가 농축된 시어에 초점을 맞춘 그의 시 읽기, 독특했어요. 내 마음을 유난히 뒤흔드는
문장은 무엇이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