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장석주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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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삶을 위해 사유하며 존재에 대한 시인의 고뇌가 담긴 시.

시에는 불행을 머금은 삶의 흔적이 머물러 있습니다. 

어떤 시는 온몸으로 힘쓰는 사생결단으로, 어떤 시는 힘을 빼는 오체투지로 말이지요.

 

"시로 빚어진 불행은 의미로 충만하면서 찬란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널린 행복은 누추해 보인다."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책은 시 129편을 소개하는데 단 한 줄, 찰나의 문장만을 소개합니다.

저자 장석주 시인은 시 전편이 아닌 그저 짧은 시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사유의 꼬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속된 말로 '좀 짱인데?' 싶을 정도였어요.  

장석주 시인의 글만으로도 찰나의 문장이 쉽게 이해되면서 시 전편을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제 배경지식이 부족한 부분에선 낯설게 다가오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있긴 했었어요. 평소 시 읽기에 젬병이었기도 하고요.

 

 

임팩트 있는 구절을 음미할수록 자연, 사물에서 심오한 무언가를 읽어내는 시인의 눈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시인의 영혼은 싸움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했던 사유의 흔적이란 걸 깨닫는 순간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고독, 허상, 난관, 절망...

이런 고통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꿈을 안고 흐르는 삶을 결국 견디지 못한 시인도 있습니다.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는 있다. 산다. 죽는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라는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슷한 주제를 놓고 작품을 비교해 음미할 수 있기도 합니다. 덧없음을 이야기할 때 김주대 시인의 <가차 없이 아름답다>시에서는 빗방울 하나에서 그것을 발견해내고, 정호승 시인의 <어느 소나무의 말씀>에서는 밥과 돈으로 비유합니다.

 

 

 

고인이 된 국내외 시인의 작품들은 물론 젊은 시인의 시까지 소개합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시인도 있었어요.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아흔 살 넘어 시 쓰기 시작해 100세를 눈앞에 두고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이라고 해요.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다."며 약해지지 말라는 힘과 용기를 준 삶의 위로를 노래한 시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달곰함보다 아픔을 머금은 시에 더 찌릿하는 걸 보면 행복과 불행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긴 하구나 싶기도 해요. 지독한 슬픔이 느껴지는 시는 되려 우울함을 더하는 것 같아 피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이젠 공감해보고 싶어집니다. 유안진 시인의 <비 가는 소리>에서 말한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것처럼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되새겨 보며 소중함과 절실함의 의미도 생각하게 됩니다.

 

장석주 시인의 시 읽는 법을 볼 수 있는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시인의 사유가 농축된 시어에 초점을 맞춘 그의 시 읽기, 독특했어요. 내 마음을 유난히 뒤흔드는 문장은 무엇이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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