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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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책 중에서 어쩌면 가장 쉽게 쓰였고,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한국 독자 맞춤 책인 <나와 세계>.

 

 

세계가 직면한 7가지 중대한 문제를 다룬 이 책은 한국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어찌나 자주 언급되는지 한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자가 한국어판에서는 한국 독자를 위한 맞춤 수정을 해주셨다네요. 덕분에 낯설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책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개인과 국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지,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건강한 삶의 질을 누릴 방법은 무엇인지. 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짚어가며 미래를 고민합니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북한과 남한의 빈부 차이를 언급합니다. 북한이 한국보다 가난한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회과학자가 어떻게 실험 연구를 하는지 상당히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요. 한반도를 180도 뒤집은 다음, 동쪽과 서쪽 세로로 나누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게 합니다. 이것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나와 세계>에서 주장하는 국가빈부의 원인이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국가의 빈부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지리적 요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노르웨이는 가장 가난한 나라보다 400배, 한국도 100쯤 부유하다고 해요.

 

대체로 온대지역에 있는 나라가 열대지역에 있는 나라보다 부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열대지역이 불리할까요. 열대지역은 토양 비옥토가 낮고 박토가 많아 농업 생산성이 낮고, 동식물종이 다양한 만큼 병원균과 벌레가 많아 기생충과 세균 번창이 쉬워 열대성 질병이 많아 공중보건에 취약합니다.

조건으로만 따져보면 네덜란드보다 잠비아가 훨씬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게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요즘 기대수명이 못해도 80세인데, 그나마 민주국가인 잠비아 기대수명이 겨우 41세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육지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라는 입지 조건을 갖추면 더 힘들어지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탓에 오히려 내란과 분리독립운동, 부패와 비리가 만연해지는 원인이 되었다는 점... 문명의 가난과 붕괴를 재촉하는 복합적인 요인이 많습니다.

 

 

 

국부의 차이 두 번째 요인은 인간이 만든 제도의 차이입니다. 지리적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분리된 나라인 한국과 북한, 서독과 동독,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를 듭니다.

여기서 어떤 나라는 좋은 제도가 자리 잡은 반면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데요. 나쁜 제도를 받아들이면 지리적 이점이 있어도 가난해지는 이유를 찾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좋은 제도의 근원을 역사적 기원에서 찾는데, 농업의 역사와 맞물린다는 것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좋은 제도가 버무려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지, 그 이유를 우리가 왜 알아야 할까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자는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복하는데 유리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식 치료를 하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말이죠. 지리적 요인은 고정된 부분이라 극복할 방법이 있겠냐 싶겠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며 약점을 가진 나라가 극복한 사례에 집중해보니 해결책이 나오긴 하더라고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자는 외적, 내적 위기 관리에 대처하려면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전체적인 변화는 사실 불가능한데다 압박감이 커 당면한 위기 자체에 집중하는 위기요법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국가적 위기에서 선택적 변화 사례로 일본 메이지유신을 예로 듭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현재 위기 상황을 체크하며 미국 민주주의 쇠락을 부추기는 요소들이 해결될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며 비판하기도 하네요.

 

 

 

우리 세계가 곧 직면하게 될 문제로는 기후변화, 불평등, 환경 자원 문제가 있는데 이제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미노 작용을 하기에 남의 나라 문제일 뿐이라며 먼 산 보듯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불평등 문제만 하더라도 불법 이민 문제, 자발적 테러 같은 직접적인 결과를 낳고, 우리 삶에 필요한 자연자원은 자기 파괴적인 관리로 남획을 일삼는 등 자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자원 소비량, 폐기물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이 말은 인간 활동을 줄이면 기후변화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인구 많은 몇 나라만 협정을 맺어도 기후변화 문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실상 정치적 의지가 부족합니다. 이런 위기 극복 능력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지도자? 국민? 파충류의 뇌가 언제든 번득이는 인간의 특성상 미래를 내다보며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 큰 기대는 솔직히 안 하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는 어떻게 일궈내야 할 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자가 말한 극복할 가능성 51%에 기대를 걸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나와 세계>에서는 이런 약점에도 이렇게 해서 극복했다는 사례들을 강조하며, 우리가 직면할 범세계적 위기 관리 해법을 고민하게 합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 꽤 재미있었어요. 특히 뉴기니 전통사회를 통해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주관적 평가에 따라 위험 요인의 순위를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려주는데요. 사다리에서 떨어질까 걱정하기보다 테러 위험을 더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위험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건설적 편집증을 습관화하라고 해요. 행위 자체는 위험성이 낮더라도 평생 빈번하게 반복하는 행위에 내재된 위험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이죠.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까지 다루고 있네요. 요즘은 비전염성 질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흔한데 그 원인으로 서구식 생활방식을 꼽습니다. 자연선택으로 선택된 신장의 염분 재흡수 능력이 과다 염분 섭취 생활방식으로 변하면서 약점이 되어버린 상황. 인간을 살아남게 한 능력이 이제는 죽음으로 몰아단다며 현대 생활방식의 문제점을 고민하게 합니다. 특이하게도 우리 몸이 짧은 기간 내 자연선택된 사례도 있었어요. 나우루 공화국의 경우 서구식 생활방식으로 당뇨 유전자가 생명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되자, 결국 당뇨 유전자를 빠르게 제거하며 다음 세대부터는 오히려 당뇨 발생률이 줄어든 사례. 신기했습니다.

 

 

교육 이야기는 안 나오나 싶어 좀 서운했는데, 마지막 파트 "재레드 다이아몬드에게 문명의 길을 묻다"에 살짝 언급하네요. 그런데 오바마도 그렇고 재레드도 그렇고, 한국 교육을 참 좋게 평가합니다. 문맹률 높고, 평등한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 교육, 훌륭한 위업을 달성하긴 했습니다. 저자는 학력테스트 상위권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 솔직히 인생이 학창시절에서 끝인가요. 교육의 목적을 생각해볼 때 한국 교육이 과연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에서 제기한 문제들. 인간은 정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게 가능해야 장밋빛 미래가 올 텐데 말이죠. 5월 둘째 주에 방한 예정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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