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로맨스 - 사랑에 대한 철학의 대답
M. C. 딜런 지음, 도승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대한 철학의 대답 비욘드 로맨스 Beyond Romance.

1970년대부터 2005년까지 M. C. 딜런 교수의 빙햄톤 대학 최고 인기 강좌 <Love&Sexuality>를 바탕으로 진실한 사랑에 대한 철학적 여정을 그린 책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사랑의 방법을 잘 알고 있는지 묻습니다.

현대인이 말하는 낭만적 사랑의 문제점과 병폐를 지적하고, 성애 (性愛, sexlove) 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진실한 사랑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M.C.딜런 교수는 모든 지식은 경험으로부터 나오며, 생활 세계야말로 지식, 진리, 타당성의 근원이라는 현상학적 통찰로 비판적 분석을 하는데요, <비욘드 로맨스>는 그의 교수법의 진수가 담긴 책이라는군요.

 

<비욘드 로맨스>에서 말하는 핵심은 낭만적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냐는 물음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의 모순을 짚어주는데 이전까지는 낭만적 사랑이야말로 완전무결한 사랑인 것처럼 인식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모순이 숨어 있었는지 깨닫게 되네요.

 

 

 

사랑의 정의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습니다. 특히 성애의 풍속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요.

낭만적 사랑이란 것도 우리 시대의 사랑의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현대의 성도덕을 보면 낙태, 산아제한, 이혼, 동성애 그 외 성적 문제들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는데 이는 모두 자연법 관점에서의 비난거리라고 합니다. 자연법 관점에서는 성애는 그저 자손 양육이라는 목적만을 띄거든요. 그런데 낭만적 사랑이 바로 자연법 관점에서 나온 사랑의 정의라는 거예요. 어떤 행위는 자연적이고 어떤 건 비자연적이라고 무슨 근거로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묻습니다.

 

" 우리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자연의 의도가 아니며, 오직 우리의 의도가 우리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 책 속에서

 

일부일처제라는 결혼 가치 패러다임 역시 자연법 이론이라는데요. 자연과학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종교 신앙에 근거한 초자연적 믿음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성적인 문제들을 신비화 또는 악마화하는 자연법. 이것이 암묵적으로 채택되어 삶의 지배적 가치가 되어버렸고, 우리 시대는 여전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독교적 악마화를 하나의 진리로 간주하고 있다는 거죠.

 

 

 

딜런 교수가 말하는 낭만적 사랑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모든 낭만적 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프로이트의 핵심 이론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사랑을 보는 관점이 왜 오류인지, 플라톤의 <향연>에서 말하는 사랑 담론, 그리고 대중가요, 연극 무대, 영화와 소설, 오페라 대사에서 외치는 낭만적 사랑. 이런 환상의 모순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자신이 가진 판타지가 지속되길 원하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비판을 가하네요.

 

딜런 교수는 낭만적 사랑을 넘어 진실한 사랑의 필수 조건으로 상대방에 대한 앎을 듭니다. 환상은 오히려 상실을 만들기도 하기에,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는 신체에 대한 지식의 중요성을 성토하네요.

 

"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연인의 신체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며 자라나는 것이다. " - 책 속에서

 

즉, 낭만적 사랑 그 너머를 본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난 상을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 정신과 살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이론의 원칙입니다. 진실한 만남에 수반되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성애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포르노그래피의 경우 우리 시대 낭만적인 사랑이 지닌 만연한 구조가 일으킨 결과로 보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나름 수긍되더라고요. 성애의 악마화를 바탕으로 한 낭만적 사랑에서는 그녀의 가치를 박탈한다는 책임감을 떠안게 되기에 그렇다는군요. 쉽게 말하면 사랑하기에 널 지켜주고 싶어, 하지만 대용품이 필요해. 이런 논리랄까요. 낭만적 사랑의 모순이기도 합니다.

 

 

 

<비욘드 로맨스>에서는 신체적 지식을 통해 낭만적 사랑의 종말을 끌어내길 주장합니다. 여기서 신체적인 지식이란 타인이 나를 감각하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는 역량을 뜻합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충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분과 취향 등 모든 행동을 특정짓는 생활양식에도 집중해야 하고요. 이런 앎이 진정한 사랑의 핵심 원칙이라고 합니다.

 

성애의 악마화가 기본 가치로 있는 한, 위선적으로 우리는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성교육과 실제 일어나는 성 문제 사이의 괴리를 우리는 누구나 느낄 수 있죠. 우리는 성애에 대한 무능, 신비화, 죄책감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는군요. 성애는 더러운 것이 아니라 운전처럼 위험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해요. 그럴 때 보다 나은 대처가 가능하다고요.

 

<비욘드 로맨스>는 철학서이지만 육체적 관계로서의 사랑, 성애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게 독특했어요. 즉, 성애의 가치를 철학적으로 담론화해 철학적 실용성이 곧 삶의 기술적 실용성이라는 철학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도승연 번역가는 딜런 교수의 조수로 함께한 경험이 있다는데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철학적 실용성만큼은 높은 책이라며 이 책의 가치를 평하네요.

 

주제가 흥미로워 읽었는데 대중교양서라기엔 조금 불친절한 단어 선택이 아쉽긴 했습니다. 몇 페이지 만에 한 구절 탁 이해되는 부분이 나오면 그리도 뿌듯할 줄이야. 5장 낭만적 사랑에 관한 파트는 <향연> 같은 문학 이야기도 나오고 이해 속도가 빨라져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도 있었어요.

 

<비욘드 로맨스>를 읽으며 성애를 바라보는 사고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에게 올바른 성 가치관과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저부터 변해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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