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탐독 - 역사와 문화가 스며든 나무 이야기

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나무탐독.

박상진 나무 박사의 산문집인데요. 반평생 나무를 쫓아다니며 생긴 에피소드와 우리 주변 나무들의 이야기, 나무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 그리고 나무를 통해 얻었던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답니다.

식물에는 영 젬병인 저로서는 나무도 은행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외에는 구분 제대로 못 하는데요 ^^;

<나무탐독>에 나오는 나무들도 생소한 이름의 나무가 수두룩하더라고요. 그런데 나무 박사님도 모르는 나무가 있긴 했어요 ㅋㅋ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에 동참했다 만난 제주 검양옻나무와 관련한 이야기였어요. 하긴 백과사전이 아닌 이상 머릿속에 다 넣을 수는 없겠지만, 덕분에 독자는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만나네요.

흔하지 않아 쉽게 볼 수 없어 생소한 나무도 많은데요. 특히 우묵사스레피 나무 이야기에서는 개발과 보존의 공존 어려움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어요. 우묵사스레피 나무와 관련한 추억이 있었지만, 개발로 그 나무가 사라져버렸거든요. 그렇다고 추억의 의미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씁쓸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겠죠.

식물의 적응, 진화 방식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인데 보통 바람, 벌, 나비 등을 통해 꽃가루를 이동시키는 것 외 동백꽃과 동박새의 공존 관계처럼 생존을 위한 나무와 새의 전략적 제휴도 멋지더군요.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새와 독과점 거래를 텄습니다.

대체로 봄에 꽃을 피우는 일반적인 나무들은 벌과 나비를 꼬이게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벚꽃은 대량물량 공세 작전이라는 말이 재밌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확 폈다가 확 져버리는 벚꽃도 그 나름의 생존전략이었다는 것.

나무 하나에도 당시 생활문화를 읽을 수 있었어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느릅나무, 소나무 등을 먹던 시절도 있었고, 쉽게 죽어나간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심었다는 흰 쌀밥을 닮은 이팝나무 이야기 등 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조곤조곤 소개됩니다.

고목은 참 멋스럽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천 년을 넘긴 나무들. 천연기념물과 보호수를 포함해 우리나라엔 만사천여 그루가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위엄있는 고목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도 그만큼 많고요.

나무 박사님의 눈에 안타까운 사례도 문제를 제기하는데요.

속이 텅 빈 고목을 우레탄으로 채우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가 항일유적지에 버젓이 있는 것이 옳은가 등... 사연 하나하나를 알게 되면서 저도 분개하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나무탐독>을 통해 우리나라 나무 지식을 쑥쑥 채웠습니다. 나무의 환경적응 진화를 보면 인간 세상사와 별다를게 없기도 해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낯선 지역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그 방식으로 굳어버리는 경우를 들며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인간의 행동을 돌아보게도 하고요. 무관심했던 나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새롭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