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미술사 - 섬뜩한 그림으로 엿보는 인간의 야만과 광기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송태욱 옮김, 전한호 감수 / 현암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섬뜩한 그림으로 엿보는 인간의 야만과 광기 <잔혹미술사>.

인간 심연의 본성을 엿보기도 하고, 그걸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잠 못 이루던 저를 만나기도 했네요.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기엔 멘탈이 강하지 않아 말그대로 대충 훑어본 작품이 많았어요.


 

<잔혹미술사>는 신화, 성서, 중세, 재판, 살인과 전쟁, 죽음을 여과 없이 드러낸 예술 작품을 다룹니다.

동양 작품과 비교하면 유독 서양 작품은 역겹기까지 한 잔인한 장면이 참 많은데요. 그 바탕이 되는 서양사를 살펴보면 이런 서양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답니다.


 

 

 

신화 이야기가 의외로 잔인한 장면이 많더라고요.

남존여비 사고방식과 신과 인간의 관계상 각종 살해, 학살, 납치 등이 만연했습니다. 하물며 제우스 신조차 납치 강간 행위가 잦았죠.

 

신화에서는 심판, 교훈, 계몽 성격의 예술 작품이 많은데, 인간은 신이 창조해낸 것이라는 바탕이 있어 이런 성격의 예술 작품이 많네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화하는 기능으로 예술 작품의 효과는 대단하군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그려진 죽음의 순간, 예수의 십자가형.

전쟁의 역사서라고도 부르는 구약성서도 유대 민족의 역사이기에 주변 민족과의 대립 관계를 반영한 부분이 많은데요, 그리스도교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 심판 사상이라고 해요. 신화 이야기처럼 서양사를 관통하는 종교가 예술 작품에 드러날 수밖에 없네요.

가톨릭 교회가 수많은 순교자를 내던 무렵 예술 작품은 이런 대립 관계를 선정적으로 광고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답니다. 신앙심 강화, 순교 미화, 이교도 증오 부추김의 목적이었던 거죠.


 

 

<잔혹미술사>를 보면서 참 다양한 처형법과 고문 방법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마녀 처형은 화형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마녀를 구별해내는 방법으로 사용한 온갖 기술(?)에 깜짝 놀랐네요. 마녀 자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잔인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교수형에서 매듭 위치에 따라 빨리 숨이 끊길 수 있다는 등... 온정을 베푼 처형법이 왜 온정을 베푼다는 뜻인지 이젠 정말 공감하기도 했네요.


직접 관찰 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하는 작품도 많았어요. 해부 같은 인체에 관한 작품 외에도 당시 오락거리처럼 제공된 공개 처형을 담은 작품이 그런 경우가 많답니다.


 

 

끔찍한 인간의 야만성을 봤더니 오히려 살인 사건, 천재지변, 병사 등의 죽음은 덜 충격적이기까지 했어요. 무덤덤해질 정도였습니다 ;;;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상상한 예술 작품 참 놀랍다고 했는데, 죽음마저도 상상력을 구사해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는군요. 페스트 유행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며 이렇게 죽음의 힘이 강할수록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달관하면서 사후의 평안을 바란다고 합니다. 이렇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대비해 성실하게 살자는 사상이 예술 작품으로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는군요.

모네는 막 숨을 거둔 아내의 얼굴을 응시하며 정신없이 붓을 놀렸다고도 합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화가의 본능이 드러나는군요.

 

 

잔인한 그림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밀레의 <이삭 줍기> 작품이 등장해 의아했어요. 이 그림에 숨겨진 진실은? 화면 오른쪽에 말을 탄 대지주의 모습이 있는데, 바닥에 떨어진 이삭이 귀중한 양식이었던 가난한 농민. 계급 차이와 빈곤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어둡고 왜곡된 인간의 정신이 그 한계를 모르고 날뛰던 시대.

잔인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남들처럼 공개 처형을 보러 갔을테고, 마녀 재판에 환호하기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던 시대 역시 우리 인간 세계였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묵직해지네요. <잔혹미술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상상력, 인간의 본성이 담긴 명화를 통해 어두운 진실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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