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고래 모노동화 1
김경주 지음, 유지원 디자인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1인 독백 형식의 모노드라마는 들어봤어도 모노동화?

허밍버드 모노동화 시리즈란 것을 읽었는데요, 와우... 소리만 나오더라고요. <나무 위의 고래>를 읽는 동안 꿈꾸는 기분이었어요.

 

김경주 시인, 작가가 기획한 모노동화 시리즈. 그 첫 번째를 바로 김경주 작가의 <나무 위의 고래>로 시작하네요.

모노동화 시리즈는 시인, 소설가들이 창작하는 자기 고백적 동화라고 합니다. 글이라는 텍스트와 그래픽디자인의 조화가 어우러져 시각적인 느낌도 강조한 모노동화.

앞으로 다른 작가의 모노동화는 어떤 내용일지 벌써 기대될 정도로 꽤 신기한 독서를 했어요. 사실 <나무 위의 고래> 내용을 제가 완벽하게 이해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눈물 주르륵~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냥 좋아... 이런 느낌이랄까요.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 이후 떠내려온 보트나 요트를 아지트로 만든 아이들 모습을 보고 <나무 위의 고래>를 생각했다고 하는 김경주 작가. 이 책은 쓰나미로 동생을 잃은 10대 소녀가 나무 위에 걸쳐진 보트 속으로 들어가 1년 넘게 사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소녀의 행동이 수상쩍습니다. 고양이, 부리갈매기, 종달새, 바람, 구렁이, 나이테... 등과 대화를 나누거든요. 교통사고 이후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다 탈출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1인칭 시점의 독백으로 진행하다가 중간중간 시나리오 대본을 읽는 것처럼 소녀의 행동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소녀가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했고, 동시에 연극 보는 느낌도 받았어요.


깊은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아빠가 선물해 준 <보트에서 지내는 요령>이란 책으로 나름 나무 위 보트 생활을 잘해냅니다. 하지만 아이는 가끔... 외롭습니다. 몽유병이니 유령을 본다느니...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그들을 떠난 아이. 어른의 세계에서는 이 아이가 살 수 없습니다. 어린왕자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어른들은 설득하기는 쉬워져도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죠. 어른들의 속임수에 그냥 넘어가 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피곤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거든요. " - 책 속에서

 

 

아이는 나무 위 보트 속에서 나름 세상을 관찰합니다. 망원경으로 유리창 청소부를 보며 높은 곳에서 일하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체부, 탈영병, 벌목꾼 등 숲 속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나무 아래로 직접 내려오는 일은 없습니다. 가족이 그리우면서도 섣불리 내려갈 수 없을 큼 세상에 다시 발들이기 힘들어합니다. 탈영병은 그런 소녀를 보며 이 나무 위에서 전쟁하고 있다고 말하죠.


가족의 죽음을 시작으로 <나무 위의 고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소녀도 외로운 항해를 멈추려 합니다.

 

 

 

별자리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요.

김경주 작가는 <나무 위의 고래>를 통해 우리 내면의 비밀을 찾아가는 항해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 항해를 돕는 특별한 별자리입니다. 모두 본문에 언급된 단어, 사건들이랍니다. 소녀를 찾아온 사람이나 동물은 그녀의 보트를 두드릴 때 길을 잃었다고, 길을 묻겠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항로​를 잃은, 혹은 찾고자 하는 거죠. 

 

 

 

본문에는 이런 그림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페이지에서는 인쇄가 잘못되었나 생각할 정도의 작은 점만 있는 곳도 있어요. 현실의 언어인 텍스트와 꿈속 이미지의 언어인 그래픽의 조화로 탄생한 별자리와 바다의 물방울이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이면 바로 이렇게 큰 고래가 나타난대요. <나무 위의 고래> 인쇄 분량인 반절 용지 8장을 펼쳐 고래를 나타낸 상태에서 텍스트가 결합한 거죠. 인생의 항로에서 나타난 고래의 의미. 고생했어라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하면서 동시에 슬프더라고요. 묘한 모노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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