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탈출법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이주현 지음 / 학지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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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은 야옹이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은 책. 멘붕 탈출법,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소아 청소년을 치료하는 이주현 정신의학과 전문의께서 상처 입은 청소년이 스스로 읽기 좋게 만든 실용적인 책입니다.


성인보다 트라우마에 더 취약한 청소년 눈높이에 딱 맞춰 트라우마에 관해 설명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들으니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생각나 가슴이 저릿하네요.


 

트라우마란 무엇일까요.

너무 강한 충격에 정신의 방어막이 무너져 생기는 현상인 멘붕 상태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로 남는 것을 트라우마라고 하는군요. 무력감이란 것이 트라우마의 핵심 요소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부담인 스트레스와는 구별됩니다. 트라우마는 무력감에 억울함이 더해진 상태라는군요.


나이가 어릴수록 정신의 방어막이 덜 발달되고 약해 쉽게 트라우마를 받습니다. 남이 보기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은 일에도 트라우마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녀의 트라우마 대처법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을 부모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더라고요.


 

트라우마를 얻으면 3대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한다고 해요. 집요하게 그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르기도 하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전투할 수 있는 상태로 몸이 변화하고, 트라우마를 떠올릴만한 상황, 장소, 행동 등을 피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멘붕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증상을 인지했으면 이제는 멘붕 탈출 9가지 회복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트라우마로 인한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신감, 자기조절감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사용할 9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호흡법, 안전지대법, 나비포옹법, 봉인법, 소화법, 상상법, 수면법, 착지법, 노출법을 알려주는데 이 스킬은 방어적인 방법도 있고, 공격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9가지 스킬을 무조건 다 해내려하지말고 끌리는 것부터 한 가지씩 사용해도 되고, 두세 가지 동시에 진행해도 됩니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충분히 할 수 있답니다.




 

9가지 트라우마 회복 스킬 훈련 중 감정 온도계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감정 온도계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점수화하는 것인데, 회복 스킬 훈련 후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해보면서 효과를 직접 경험해보면 더 쉽게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내 감정을 점수화한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라는 것. 이것만으로도 회복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 책에서 소개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 스킬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외상후 성장으로 향하게 하는 스킬입니다.


 

훈련 중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의 긴장감은 앞서 말했듯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우리 뇌는 이 자극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해요. 하지만 중간에 실패하면 뇌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판단해 더욱 경계하고 회피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성공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무작정 괜찮아, 이겨내 하며 달려들기보다 9가지 트라우마 회복 스킬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계획을 짜고 도전해 가는 것이 중요하겠어요.


 

 


사실 감정 조절은 참 힘듭니다. 하지만 생각은 오히려 쉽게 끌 수 있다고 해요.

왜곡된 생각을 찾아 고치면 그 생각과 연결된 감정, 몸의 반응, 행동도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트라우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따라 회복시간은 달라진다는군요. 생각이 바뀜으로써 감정이 변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강력한 깨달음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책이지만, 자녀가 트라우마를 받은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에게 전하는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자녀에게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지침을 알려주며,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주네요. 트라우마는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부모와 아이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책이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인 것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노래 등 우리가 익숙한 것을 빗대어 설명하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한 배트맨, 겨울왕국 엘사의 치유 이야기, 라이온킹 심바의 트라우마 극복기... 등으로 트라우마 회복 단계를 설명하는데 특히 엘사의 Let it go 노래 의미는 제 가슴에도 탁 와 닿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Let it go를 '다 잊어'라고 번역했다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죠. 비틀즈의 Let it be는 '내버려 둬'로 번역하잖아요. Let it go의 바른 번역은 '내려놓다' 입니다. 잊는다는 것과 내려놓음의 의미는 다릅니다. 트라우마 회복에 필수인 용서라는 것은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도, 화해하는 것도 아닌 부정적 기운을 내려놓고 가사에 나오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의 의미라고 해요. 엘사의 노래는 내려놓음으로써 회복력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한 거고요. 오늘따라 렛 잇 고 노래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무력감이란 것에서 안전을 확립하고, 9가지 멘붕 회복스킬을 이용해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심리적 안정이 된 후에는 사건을 올바른 방법으로 회상하고 충분한 애도를 한 다음 일상과 다시 연결함으로써 외상후 성장을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 사랑해, 지켜줄게, 괜찮아, 안전해, 안심해. "


겪지 않았어야 할 일을 겪어 트라우마를 받은 아이들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저자 이주현 전문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유가족 상담 자원봉사를 했기에 건강한 애도와 트라우마 극복에 관해 실질적인 도움이 잘 반영된 책이 탄생한 것 같아요.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말뿐인 이론이 아닌, 실제 삶에서 회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처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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