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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평점 :
욕망 덩어리 인간. 긍정적 욕망은 삶의 에너지가 되지만 나쁜 욕망은 삶을 갉아먹지요.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욕망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욕망을 갈망케 하여 착한 욕망을 축소시키거나 파괴하는 나쁜 욕망이 있다." - 말렉 슈벨

예술, 문학,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욕망.
<욕망의 힘>에서는 최고의 그림 전문가, 이명옥 관장이 소개하는 83개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수많은 욕망을 보여줍니다. 그중에는 나쁜 욕망도 있고, 착한 욕망도 있습니다.
『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의 기쁨은 허망할 정도로 짧고,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는 늘 허기진 상태로 남아있다. 』 - p8

예술 작품으로 욕망을 간파하고, 그 욕망에 대해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낸 문장을 함께 소개하는 구성으로 진행하는 <욕망의 힘>은 욕망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어렵고 난해한 해석 따윈 없습니다. 그저 작품을 보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욕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랑'. 원초적 욕망이지요.
그런데 화가 대부분은 남성 화가여서인지 작품에 드러난 여성을 하나의 존재 자체로 놓기보다는 남성관으로 바라본 시선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성이 그린 누드화, 여성이 그린 여성의 에로티시즘은 정말 남성화가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더라는 겁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투여한 가짜 욕망이 아닌 진짜 욕망 또는 여성 내면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며 그제야 다르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남성들이 만든 전통적 여성상의 틀을 깨고, 여성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추구하는 작품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독, 야수성, 탐욕, 절망, 집착, 애도, 자유, 희망 등... 우리가 때때로 표출하는 또는 가슴 깊이 숨겨진 욕망은 참 많습니다. 작품을 통해 나의 숨겨진 욕망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득인 것 같아요.
시각적 이미지는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듯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욕망의 힘> 표지 작품이기도 한 노세환 작가의 「신데렐라 구두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라는 작품은 의외였어요.
그저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의 욕망을 표현한 것인가 싶었는데 숨은 의미는 표면적 의미보다 훨씬 심오하네요. 빨간 페인트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빨간 페인트가 굳어가는 과정인 이 작품은, 비판적 관점 없이 수용하는 작태를 꼬집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고, 가짜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해요.

착한 욕망을 표현한 밝은 작품도 많지만, 나의 욕망 중 어떤 코드가 맞았는지 이 그림이 자꾸 눈에 아른거리네요. 게르스틀의 자화상 작품인데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대는 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마음이 많이 욱신거렸어요. 이 작품의 화가인 게르스틀은 생애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을 끝으로 자살했습니다. 삶을 끊어내는 욕망과 그 힘으로 삶을 살아내겠다는 욕망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욕망의 힘을 생각해봅니다.
멋진 작품과 가슴을 두드리는 명문장이 함께하며 인생 공부를 하게 만드는 <욕망의 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힘을 생각하게 해 나쁜 욕망의 집착을 버릴 수 있게 이끌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