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Nature & Culture 2
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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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저자 앤드루 로빈슨 / 반니 / 2015.04.30 / 페이지 288



2015년 4월 네팔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참혹한 모습을 보며 자연재해는 다시 한 번 인간에게 무력감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쓰나미 장면은 재난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의 영향을 덜 받아서인지 지진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남의 일만 같고 절대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죠. 지진에 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과학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앤드루 로빈슨은 세계 대도시의 절반가량이 지진 위험 지역에 있고,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 그렇다면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요.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는 지진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피며 지진이 인류 역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지진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인간의 노력을 다룹니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자연재해인 지진의 원인을 찾는데 신의 분노, 초자연적인 동물설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마녀론이 등장해 정치적으로도 악용되었고,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 때는 조선인들을 문제 삼아 당시 많은 조선인이 폭행, 살해됐다고 하니...

 

 

 

자연재해로서 우리가 익히 아는 것은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를 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지요.

'강'만으로도 높이 12m의 쓰나미가 생겼을 정도였던 1755년 리스본 지진을 기억하는 이는 드뭅니다. 지난달 네팔 지진 역시 현재진행형이지만 벌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 지진 피해.

지진만으로도 한 나라의 번영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지진 이후 화재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다네요.

지진 자체도 두렵지만 뒤이어 일어나는 쓰나미, 화재의 파괴력이 무시무시합니다. 


화재 폭풍이란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길을 휘감아 조그만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 소용돌이는 사람들을 허공으로 빨아들였다가 작은 불덩어리로 만들어 내뱉었다. 공원 전체가 쇠도 녹이고 휘게 할 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불구덩이로 변했다. 거기로 도망쳐 왔던 거의 모든 사람이 불에 타죽었고, 너무도 철저하게 파괴되어 몇 명이 죽었는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과학의 한 분야가 된 지진학의 시작은 18세기부터랍니다.

지진의 진도, 규모의 차이라든지 지진파란 무엇인지, 지진파를 이용해 진앙지를 찾는 방법이라든지 지진과학과 내진 설계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나는지 예측하기란 힘듭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의 경계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믿는 것만큼이나 지구의 지각이 움직인다는 대륙이동설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기도 합니다. 대륙이동설 때문에 지구과학에 혁명이 일어났고 판구조론은 지질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경우 깊이 1,200km에 넓이 200km의 면적이 흔들려서 단층이 10m 정도 이동했다네요. 대지진의 엄청난 위력을 보여줍니다. 안데스 산맥 지대 아래는 현재도 연간 8cm라는 빠른 속도로 두 개의 판이 서로 맞물리고 있어 안데스 산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해요. 일본이 언젠가 가라앉을 거라는 말도 들었을 텐데 이건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고요.


무엇이 움직이는지는 분명해졌지만, 여전히 왜? 언제?는 미스터리입니다.

그래서 과학소설 <리히터 10>에서는 구조판을 핵폭탄을 폭발시켜 '부분 용접'하는 방식으로 지진을 영원히 막으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인간의 상상력이란. 무모한 인간의 역사를 보면... 저 상상력이 불가능한 엉뚱함이 아닌 정말 저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지구를 용접해버릴 것 같아요.

 

마침 6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대지진을 다룬 재난영화여서 유독 관심을 받고 있죠.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신기하게도 우리 눈으로 확인 가능한 단층이거든요.


지진의 참모습과 지진을 조사하고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기 위한 인류의 투쟁기를 다룬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인간이 손 쓰기 힘든 것이기에 오히려 경외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존재가 자연재해인 것 같아요. 재앙을 겪으면 인간은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진에서만큼은 화재의 탓을 하거나 괴담 일색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과학적, 유사과학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기기도 했던 역사가 있고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잘못된 무관심'으로 살기도 하고요.


인류 문명은 발전해가는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는 이제 수량화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습니다. 대비도 복구도 막막한 자연재해와 공존하는 법을 찾는 인간의 행보가 결실을 볼지, 아니면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해질지...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건물이 죽이는거다

자연재해가 단순히 자연이 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그 위력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져 결국은 인간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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