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
오시이 마모루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구성이나 내용이 독특한 직장인 자기계발서네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여기서 말하는 영화가 그 영화? 갸웃거리게 되는데 말장난처럼 두 가지 의미가 다 내포되어 있네요. 이 책은 조직생활의 처세술을 영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저자는 바로 공각기동대, 아바론을 만든 영화감독 오시이 마모루입니다. 그는 유재석과 박명수 관계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다음의 이인자이기에 그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더 기대되더라고요. 


<무슨 영화를 보려고 회사에 다니나> 책은 감독으로서 겪은 승패론을 직장인의 업무론으로 적용해 그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영화를 꼽아 직장인을 위한 처세술을 전합니다. 허구같은 영화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탁월한 안목에 혀를 내두르게 될 거예요. 아, 영화를 저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니!

 

 

 

 

책에는 9편의 영화가 등장하는데 그 중 비행기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영화 <피닉스>를 언급해보겠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외압과 싸우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지 엿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저 같으면 그저 역경을 이겨낸 드라마 같은 스토리만 보고 말았을 텐데 감독의 눈은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이 영화는 인간은 역경 속에서 어떻게 신념을 지켜나가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해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서도 (권력에 빌붙지 않고) 여전히 살아남아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시이 영화감독은 관객 동원, DVD 매출, 영화제 수상, 할리우드 진출 등 수치와 평가를 목적으로 싸우는 감독이 아닌 '승패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승패. 이기는 일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이기는 것과 지지 않는 것이 같은 말처럼 느껴지지만 잘 생각해보면 본질은 다릅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면 감독으로서의 목표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는 '자신의' 영화를 계속 찍는 것이 관건이라 합니다.


 

 


이 책이 독특했던 것은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영화 <피닉스>를 설명할 때 이야기하는데, 묻는 말에는 진실만을 말하되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말해서 침몰하지 말라고 합니다. 중간관리자의 조직 관리법으로 적용하며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좋은 방법은 희망을 주는 것이라는 조언이나 장렬한 최후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이나, 아름다운 패배 같은 건 현실에선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질 줄 알면서도 맞서냈다면 애당초 그건 승부가 아니라고요. 승부란 자고로 이기고자 덤벼야 하는 거라 합니다. 그렇기에 영화 <피닉스>는 조직 속에서 무언가를 이룩하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살아남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큰 착각이며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 - p44

 


 


많은 사람의 의견을 정리하여 하나로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최악이라고도 해요. 이 때문에 무엇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어떤 방법이건 위험은 따르기 마련이고, 결단이란 하나씩 위험 가능성을 배제해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둬야 합니다.


회사라는 건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세계지요. 누가 득을 봤다면 누구는 그만큼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제로섬 세계라는 걸 안다면 책임을 지는 사람만이 승부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합니다. 결단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자유도 있지만 대신 자신의 운명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이라는 것. 자신만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게 되지요. 끊임없는 선택을 하며 사는 인간에게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 <머니볼> 영화를 통해서는 경험과 직감에 의지하는 혹은 절대적 신념을 지닌 사람을 믿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누구나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단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고민하지 않는 자의 말은 믿지 말라고 합니다.


『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출세를 꿈꾼다. 하지만 직함이 생기고 지위가 상승할수록 출세의 장벽은 점점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점차 '결단'하기를 두려워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해진다. 현상 유지를 바라는 마음이 '경험'과 '직감'을 중시하는 발상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 - p67

 

 


007 제임스 본드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계약직 사원으로 본다든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저 흥행이 아닌 올바른 해답을 원한다면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는 일에 뭉그적대는 태업을 했어야 한다느니.

빵빵 터지는 말도 있지만,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걸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공감할만한 조언을 쏟아냅니다.

 

 


한 편당 관련 이야기가 1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인데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물론 이 책에 소개한 영화가 모두 수작은 아니고요 (흥행은 했더라도) 그래도 강력 추천하는 영화로 <터치다운> 을 단호히 손꼽기도 하니 직장인 처세술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닌 영화를 평소 좋아하는 분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어요.


영화에는 감동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걸 제대로 겪었습니다. 감독의 의도를 빠짐없이 읽어내는 영화 고수의 내공을 그저 읽으면서 이렇게 얻어먹는군요. 조직은 인간관계와 승패론으로 움직인다는 것. 그러려면 인간에 관한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으로 바로 영화, 소설 등 문화 매체를 접하는 것이고요. 그것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오시이 감독처럼 그저 감상문이 아닌 감독의 의도를 살펴 눈을 번득이며 보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