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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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의 최고봉 '팀 보울러' 작가의 신작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영국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리버보이는 그렇게도 책 안 읽는다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는데, 신작 역시 청소년들의 감성을 툭툭 잘 건드리는 주제더군요.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서문이 들어있어서 더 짠했네요.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설마 했는데 정말로 말 그대로 달.립.니.다.

트랙을 달리는 것도 아닌 밤길을 달립니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어느 날 수업을 빼먹고 집에 있던 열다섯 살 소년 '지니'는 웬 낯선 사내가 침입해 집을 들쑤시는 것을 목격해버린 바람에 범죄에 휘말려 꼬일 대로 꼬이게 됩니다. 부모의 목숨을 담보로 그들의 일을 강제로 해야만 하게 된 소년. 달리기를 잘하는 소년에게 부여된 임무는 꾸러미를 몸에 숨긴 채 밤길을 달리는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달려야만 하는 것일까요. 마약 심부름일까 예측했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 달려 봤자 아무 소용 없다.

그래도 나는 달린다. 거기에 누가 있든 나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안다. 내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달리기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서워서 돌아 버릴 지경이다. 』 - p28



성장소설의 주 배경인 불안한 가정요소가 여기에도 등장합니다. 폭력 아빠와 불륜 행위를 하는 엄마 사이에서 철저히 고립된 소년. 하지만 폭력을 쓰고, 불륜을 하는 부모라고 해서 천륜을 어길 정도의 몹쓸 인간이 아니라 참 흔하디흔한 그냥 보통 부모란 점이 오히려 공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들 변한 게 없어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있고요.

 

『 대체 내가 왜 저 개자식을 사랑하나 모르겠다. 함께 보낸 좋은 날들 때문인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날도 거의 없다. 엄마도 똑같다. 』 - p69

 

부모도 욱 할 때가 있고 순간 어긋날 수도 있는 면을 보여주면서 한편 자식에 대한 애정이 유머나 농담 따먹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었어요. 소년 역시 어찌 보면 쿨~할 정도로 부모를 욕할 때는 욕하고 걱정할 때는 걱정하는 등 애증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것들이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에게 더욱 공감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먼 나라 얘기,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 속에서만 나올 것 같은 심리가 아니라 '그래, 이런 게 일반적인 우리 아이들, 우리 부모들 모습이겠지' 싶더라고요.

 

팀 보울러의 성장소설은 십 대의 눈높이를 잘 맞춘 것은 당연하고요,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어 본 변화와 고통을 공감하게끔 잘 그려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불운한 환경이나 상황에서 신파조로 나가지도 않고 오히려 쿨할 정도로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네요. 더불어 긴박하게 진행되는 빠른 호흡은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하고요.

 

꿈이 없는 현실에서 그저 시간 가는 대로 사는 인생이었던 소년에게 허락된 행운은 어디까지일지, 삶을 전력 질주하는 소년의 모습에 가슴이 콩닥거리게 됩니다. 원제가 Night Runner 인데 한글판 제목이 더 근사하죠~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라니.... 밤길을 미친 듯이 달리는 소년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라 가슴이 지끈거리네요.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게끔 소년을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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