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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ㅣ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탄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굴드의 저서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진화가 점진적이지만은
않으며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주의자였어요. 생전에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에 적극적이었는데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던 과학자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는 굴드가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암 투병을 하던
시기에도 계속) 매달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300여 편에 달하는 글이고요, 현암사에서 계속 출간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여덟 마리 새끼
돼지》, 《플라밍고의
미소》,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세 권이 나온 상태입니다.
알기 쉬운 과학을 위한
굴드의 노력은 전문용어를 최소화하고 모호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건너뛰지도 않아, 과학 글쓰기의
표본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진화, 자연의 기묘함, 조롱거리가 되었거나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부 사례의 오류들,
각종 논쟁 등을
작고 진기한 주제에서
가지를 쳐 다양한
연관성을 늘리며 뻗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편을 소개해볼게요.
국제동물명명규약에 따라
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규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18세기 중엽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유하던 유일한 언어 라틴어가 생물의 공식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종은 거의
매일같이 발견되고, 과거의 오류를 교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할 때마다 오래된 명칭은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념이 변화할 때마다
이름을 바꿀수도 없고요. 그래서 명명 규칙은 최대한의
안정성과 최소한의 혼란을 요구하는 기본 원칙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성, 우선성,
전권규칙이라는 시스템 속에서도 분류학 규칙과 우선권 원칙을 둘러싼 논쟁 중 문제를 일으킨 사례로 바로 이 브론토사우루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는 '브론토사우루스 대
아파토사우루스'의 문제였는데요, 미국우정공사가 발행한 공룡우표에 대중의 인식에서 가장 전형적인 초식공룡이
포함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표기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브론토사우루스보다 더 앞선 명칭이 있었다는겁니다. 아파토사우루스예요. 당시 우선성 원칙이
동물명명법상 지배적이었는지라 아파토사우루스라고
표기를 했어야 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죠.
이 사건은 척추동물
고생물학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불화인 '코프'와
'마시'라는 두 인물간
반목의 직접적인 유산이라
합니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명칭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성 원칙에 따라 매번 출간을 엄청나게
서둘렀었다고 하네요. 아파토사우루스와
브론토사우루스는 같은 생물이란것이 밝혀지기 전,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먼저
사용되었고 이후 (다른 생물이라
생각한 골격 표본에)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붙여졌던겁니다.
단지 크기가 다른
표본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지라 결국 아파토사우루스
명칭에 우선권이 있는
셈이죠.
그러다
브론토사우루스 명칭이
우표에 사용되면서 대중매체에서 과학이 어떻게 비치는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사건이라 합니다. 핵심을 피하고 아파토사우루스보다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대중에게 더 알려져있었다는 이유를 논쟁 핵심으로 잡았던 당시 상황을 굴드는 지적하고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그 소동때문에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오히려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브론토사우루스의 타당성은 인정받기 힘들어지게 되어버린게
아닌가하고요.
이런식으로
굴드는 논쟁의 핵심을
짚어주고 상기시켜줍니다. 이 에세이들을 쓰는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그 스스로의 학습을
위해서라고 말했을 정도로 역사, 예술,
문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굴드의
에세이는 말 그대로 '쩌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자연, 생명의 신비로움 외 과학과 종교 문제도 다룹니다. 사이비 과학과의 경계를
짓는 것과 동시에 과학 역시 타 영역을 넘어서는 것은 안된다고도
말합니다.
굴드의 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사고방식이 묘하게 끌리는데 한 진영과 다른 진영의
정당한 영역을 인정하면서 인간의 선호, 경향, 편향을 지양하며 그가 항상 말해 온 과학적 사고방식을
에세이를 통해 스스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