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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K.G. 캠벨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4월
평점 :
2014년 뉴베리상
수상작인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자 미국 아동문학의 대표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은
책이어서 믿고 봤어요. 드라마 별그대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입니다. 사실 이 작가님은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셨어요. <작은 영웅 데스페로>
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생쥐 기사 데스페로>
작가세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문학성 있는 작품이 가득한 [비룡소 걸작선] 시리즈에 포함되었네요. 초등 중~고학년과 청소년이 읽기 좋은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냉소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믿는 소녀 '플로라'와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 다람쥐 율리시스의 모험이 펼쳐지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부모의 이혼으로
로맨스 소설가인 엄마와 함께 사는 플로라는 평소 자기에게 신경을 덜 쓰고 잔소리만 하는 듯한 엄마에게 은근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날 옆집의 고장난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간 다람쥐를 구하게 된 플로라. 그 사고로 털은 홀라당 빠져버렸지만 청소기를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머리도 똑똑해진 다람쥐와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진공청소기 이름을 딴 율리시스라는 이름도 붙여주고요.

플로라는 평소 초능력
영웅 만화에 푹 빠져있었어요. 만화책에서처럼 자기가 생각하고 내뱉는 말이 말풍선으로 둥둥 떠오르는 상상을 하며, 자기가 즐겨봤던 만화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고요. 엄마 몰래 다람쥐와의 비밀스런 동거가 시작된 그날 밤, 다람쥐는 밤새 엄마의 타자기로 시를 쓰기도
해서 플로라는 율리시스가 초능력 다람쥐라고 믿고 싶어졌죠. 초능력 영웅처럼 못된 악당을 무찌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그런 영웅이 될 거라고요.
하지만 그런 영웅의 철전지원수가 된 사람은 다름아닌 다람쥐를 죽이라고 하는 엄마네요.

플로라와 다람쥐의
입장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전개는 괴력은 생겼지만 말은 못하는 저 다람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더 많이 끌어냅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플로라와 소통하는 다람쥐 율리시스. 플로라에게 율리시스의 존재란 자기
옆에서 말없이 지켜주며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든든함의 상징이었지 싶어요.
하지만 천성이
냉소적인(냉소적이라고 믿는) 플로라는 "섣부른 희망을 가져선 안 돼. 그냥 잘 지켜 봐." 라는 말로 언제나 상황에서
한발짝 물러나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는 플로라가 겪는 부모와의 관계, 이웃집 소년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자기가 듣고 보는 이 모든 생각들과 감정들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해 줄 것이고, 약한 이들을 지켜줄 거라고
결심하네요. 하지만 플로라의 엄마와 다람쥐 율리시스의 관계는 엄마가 다람쥐를 처리하려고 플로라 몰래 다람쥐를 납치하면서 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갑니다. 다람쥐 입장에서도 예전에 숱하게 겪었던 위험들은 시시할 정도로 지금 닥친 상황이 아프게 와닿습니다. 이제는 잃을 것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렇게 얽히고 얽힌
상황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풀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람쥐가 플로라를 위해 바친 시는 감동이었어요. 게다가 다람쥐 사건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사랑받지도 못하고 세상의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게 싫었기 때문에 다람쥐에게 말을
건내는 딸의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도요. 그렇다고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 마음을 엄마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했었고요. 플로라와 엄마의
이야기 외에 플로라 옆집에 잠시 살게 된 또래 소년 윌리엄의 이야기도 인상깊어요. 심한 트라우마로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왔다고 스스로 믿는 이
소년 역시 그의 마음 속 응어리진 실타래를 풀어야 했던겁니다.

무조건 혼자 할 수도
없고 퍼주기만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사랑. 서로의 입장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간 소홀했던 사랑의 표현을 이제는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를 통해 한 가족에게 기적같은 치유가 일어납니다. 마음의 치료사같은 케이트 디카밀로 작가의 책은 유쾌하고
통통튀는 리듬감 속에 숨어있는 감동 스토리가 유난히 잔잔하게 오래 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