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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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저술가 대니얼 버그너가 다양한 과학적 연구, 실험을 토대로 여성의 성욕에 관한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뒤집어 여성이 가진 성취향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하는 책 《욕망하는 여자》

 

사회의 관습이나 규범에 의해 여성의 성욕은 과소평가되고 억제되어 왔다. 그동안 알려진바처럼 감정적 친밀함과 안전함만으로 성욕이라는 힘이 촉발되지도 않거니와 지속되지도 않고, 여성이 일부일처제에 훨씬 적합하다는 것도 억측이라는 등 성과학의 실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성 연구는 수십년 동안 성욕과 같은 내면의 감정보다는 성행위 자체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오로지 남성의 성취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여성이 원하는 것에 대한 성과학이 전면 부상된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생각외로 여성의 성충동은 잡식성이라고 할 만큼 무작위적이라는 것. 정신이 몸을 부정하면서 객관적 결과와 주관적 결과의 모순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남자 피험자들은 객관적인 결과와 주관적인 결과가 일치해 몸과 마음이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같은 여성안에서도 동성애자의 경우 그들의 성취향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입장이다보니 억제 효과, 결과 왜곡은 오히려 이성애자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이렇듯 여성은 자신의 성욕을 즉각적으로 점화시키는 수많은 기회를 의식적으로 폄하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차단하는 것일까. 여성은 남자보다 몸의 감각을 인식과 연결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이어지는데 몸과 의식의 통로를 필터가 가로막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필터는 과연 유전적 산물인가 사회적 규범의 산물인가...

 

여성의 성욕을 경계하고 억압한 최초의 이야기는 '이브'라는 최초의 죄인에서 시작된다. 이브의 사악함은 모든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 종교, 산업혁명 등 역사 속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정숙해야 한다라는 통념, 진화심리학의 부모투자이론, 일부일처제 등에 의해 본질적이고 더 원초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는 여성 성의 폄하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싣기도 했다.

 

성과학 연구자 시버스는 감정적인 유대, 탄탄하게 확립된 친밀감, 안전하다는 기분. 이러한 토대가 있어야 여성의 성욕이 발동한다는 사회적인 전제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육체와 정신, 현실과 기대 사이의 부조화를 가진 셈이다. 여성의 성욕은 그보다 더 원초적인 바탕에서 작동할거라 짐작한다. 한편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 욕망을 유발하는 여자의 힘을 보며 흥분하는 그것이야말로 여성 성욕의 핵심이라는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한 성과학자 미나의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각각의 방식으로 각자의 실험을 통해 여성의 성과 정절에 대한 서로 다른 가정, 추측들을 보며 앞으로 여성 성과학의 발전가능성도 짚어본다.

 

삶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와 성욕의 원천으로서 무엇이 가장 유력하냐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은 깊게 공감한다. 여자들이 유대감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충실함 그리고 영속적인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여길 수는 있지만, 여자들이 그런 관계를 성욕의 주요한 원천으로 꼽는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라는 것이다.

 

결정적이고 완전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여성 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는 분명 짚어주며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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