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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7 - 삭제된 기억들 ㅣ 땅의 역사 7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5월
평점 :
은폐된 역사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 기록하는 인문 기행 시리즈 <땅의 역사>.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은 망각돼 버린 기억들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삭제된 기억들의 흔적을 찾아갑니다.
왜곡되고 잊힌 역사적 사건들은 우리 땅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박종인 저자가 발견한 진실의 조각들은 비석, 궁궐, 그리고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건물에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 장 ‘나는 몰랐다’에서는 우리가 모른 채 지나쳤던 역사를 소환합니다. 1537년 경회루에서 벌어진 사대 사건은 단지 과거의 부끄러운 일로 묻히기엔 그 의미가 큽니다. 조선이 명나라에 어떻게 종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불태우게 만든 인조의 권력 욕망, 영국 여인을 사랑했던 위정척사파 권순도, 그리고 정치적 음모로 인해 업적이 묻힌 천연두 치료의 선구자 박제가와 이종인, 정약용의 이야기도 재조명됩니다.
민족 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읽은 태화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태화관은 명월관의 분점입니다. 명월관은 1903년 조선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외식 식당입니다.
1935년에는 조선어학회가 490회 훈민정음 반포 기념식을 명월관에서 열기도 했습니다. 화재로 전소되어 공토가 된 명월관 부지는 훗날 동아일보 사옥이 되고, 태화관 자리는 태화빌딩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잘못 알려졌던 정보들을 명확히 바로잡습니다.
두 번째 장 ‘아프고 어지러웠다’에서는 시대의 상처가 남은 장소들을 탐방합니다. 피와 눈물로 얼럭진 문경새재, 사라진 둔지미 마을 등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게 합니다.
서울 용산공원의 원래 이름은 둔지미라고 합니다. 1904년 한일의정서로 이 마을은 사라집니다. 대일본제국이 군사상 필요한 지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말입니다.
집행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마을 주민들은 쫓겨났고, 파헤쳐 진 무덤도 백 군데가 넘었다고 합니다. 무덤 석물들은 미군이 보존해 놓았다고 합니다. 현재 용산공원의 터 미군 드래곤힐즈 호텔 정원에 세워져 있습니다.
세 번째 장 ‘나는 속았다’에서는 진실처럼 받아들였진 역사적 허구를 파헤칩니다.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진 유의태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이름으로 상이 만들어지고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허준보다 근 100년 뒤 사람인, 실존 인물 유이태의 후손이 끈질긴 추적과 노력 끝에 진실을 바로잡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역사를 몸으로 느끼는 역사 답사. 그런데 그 현장은 잘 보존되어 있을까요. 그 변형 작업을 주도하는 주체는 정부 문화재청입니다. 역사적 공간 복원 원칙을 스스로 지키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관람객 편의를 목적으로 한다는 말로 고궁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장들을 꼬집습니다. 장소에 얽힌 사연 역시 틀린 곳이 수두룩합니다.
마지막 장 ‘나는 집이다’에서는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물들을 소개합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은 전범 기업 하자마구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이 들어선 견지동의 붉은 벽돌 건물은 친일파 이종만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의 애국적 꿈이 실제로는 매국행위로 이어진 아이러니한 현실을 조명합니다.
역사의 진실, 우리 발밑에 숨겨져 있습니다. <땅의 역사> 7권은 잊힌 기억들을 되살리며 우리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되새기게 합니다. 직접 현장을 탐방하고 사료를 찾아보며 역사의 진실을 탐구한 박종인 저자 덕분에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진짜배기 역사 정보로 업그레이드하는 귀중한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면 추억도 없고 역사도 없고 미래도 없다.”라는 박종인 저자의 말처럼 진실을 찾는 여정에 동참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