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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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열두 가지의 주요 실험을 소개하는 <세상 모든 것의 물질>. 만고불변의 존재였던 원자를 쪼개 입자의 세계로 확장한 경이로운 실험 여정이 펼쳐집니다.


가속기 물리학 분야의 실험물리학자 수지 시히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해가는 실험물리학자들의 실험 사례와 함께 입자 발견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목조목 짚어나갑니다.


실험물리학은 실제 물리적 장비로 실험합니다. 이론물리학의 개념을 단순 검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개념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를 설계하고 실물을 제작합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역사상 수많은 과학자들이 열정과 끈기를 발휘했습니다.


이 여정은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의 실험실에서 시작합니다. 물리학 실험실이라면 대부분 보유했던 기본 장비인 음극선관에서 신기하게 빛나는 새로운 광선을 관찰한 뢴트겐. 미지의 대상을 X로 표기했기에 이 광선을 X선이라고 작명합니다. 피부와 살은 쉽게 통과하지만 뼈는 잘 통과하지 못한 X선은 의료용으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지식과 파고들 호기심 많은 정신은 이처럼 혁신으로 이어질 잠재력이 됩니다. X선의 비밀을 파고든 수많은 과학자들 중 J. J. 톰슨은 1년 후 전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자공학의 토대가 마련된 역사적인 사건이자, 자연에서 가장 작은 입자는 원자라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전자를 발견하며 원자 안에 또 무엇이 있을지 물리학자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덩어리인 줄 알았던 원자는 알고 보니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겁니다. 이는 핵물리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킵니다.





원자를 쪼개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탐구한 실험물리학자들. 우연히 구한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진위 여부 확인을 하고 싶었던 찰스 베넷은 전통적인 탄소 연대 측정기법으로는 바이올린 파손이 우려되니, 대신 작은 시료로도 측정 가능한 (무려 고대 공기 시료만으로 연대 측정 가능한!) 기술을 찾게 됩니다.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입자 가속기의 등장입니다.


원자를 완벽히 쪼개고 싶은 과학자들의 탐구가 만들어낸 입자 가속기.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이 원자를 쪼갤 때 실제 적용된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입자 가속기와 여기에서 나온 빔은 반도체 칩, 타이어, 랩, 보석 세공 등 현대 생활을 책임지는 수많은 산업에 응용되었고, 범죄 현장 증거를 찾을 때도 사용되며 법의학에도 기여합니다.


이쯤 되면 모든 원소의 원자를 쪼갤 만큼 강력한 입자 빔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 제작한 대형 사이클로트론에서는 최초의 미지의 입자 파이온이 발견했고, 페르미 연구소는 가장 무거운 입자 입실론을 발견합니다.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도입된 싱크로트론이 없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를 이해하는 데 몇 년이 더 걸렸을 거라고 합니다. 사이클로트론 양성자 빔 에너지는 암 치료법 입자 요법의 길을 터주었습니다. 테마트론 건설을 위한 자석의 혁신 덕분에 MRI 촬영기도 탄생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4,000명의 미국 물리학자들이 모인 학술대회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는데, 대회가 끝날 무렵 라스베이거스 시는 물리학회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공식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입자 가속기 연구 덕분에 높은 수준의 통계학 훈련이 함께 이뤄졌던 물리학자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아예 하지 않은 겁니다. 덕분에 호텔은 최악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 이곳에서 나온 방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개발된 게 바로 월드와이드웹 www입니다. 지금의 인터넷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2012년 길이 27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 LHC에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의 발견에 이릅니다. CERN이 보유한 기술들이 앞으로의 우리 일상을 또 얼마나 바꿀지 모릅니다.


입자를 발견하기 위한 실험물리학자들의 이야기는 낯선 용어투성이에 참고사진도 없어 진입 장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지 시히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이 책은 건너뛰기 식으로 읽으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니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어느새 손 놓기 힘들 만큼 실험물리학자들의 실험 스토리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1인이 주도하는 실험실 규모에서 출발해 지구 최대의 기계로 발전한 입자물리학 실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실제 삶을 변화시킨 열두 번의 놀라운 실험을 만나는 시간 <세상 모든 것의 물질>. 입자의 발견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흥미진진한 여정을 함께 해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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