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 - 쇼펜하우어 대화의 기술 (책속 부록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연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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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토론할 때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덤벼들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말싸움으로만 끝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답답하기만 하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조언을 쇼펜하우어가 해주고 있습니다.


나혼자산다 방송 덕분에 쇼펜하우어 열풍이 불면서 더 이상 쇼펜하우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철학자, 알면 알수록 참 매력적입니다. 아니, 이런 책도 썼다니...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알려주는 논쟁의 법칙 <항상 옳은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사후에 '논쟁적 토론술 (Eristische Dialektik)'이란 이름으로 출간된 유작입니다. 풍자와 독설로 가득한 이 책에는 대화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논쟁 외에도 일상 대화에서도 사실 어려움은 많습니다. 포장 속에 감춰진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센스가 남다른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저는 좀 둔감한 편이어서 고민이 많거든요. 그래서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화를 주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모욕하고 비하하는 뉘앙스의 멘트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상대가 화를 내도록 유도하라, 약점을 잡아 몰아붙이라, 상대의 주장을 확대해석하라, 불리하면 삼천포로 빠져라, 이미 승리한 것처럼 뻔뻔스러운 태도를 취하라 등등. 인신공격과 거짓 선동 술수라고 생각했던 조언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고상하고 점잖은 대화법 책이 아닙니다. 철저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근데 이게 또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에게 대화와 토론은 단순히 진리를 찾기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기려는 인간 본성을 따라갑니다.


이쯤 되면 권모술수의 달인인가 싶을 테지만, 쇼펜하우어가 들려주는 논쟁의 법칙 38가지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이보다 더 현실적인 교훈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가 주장한 전제가 옮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인정하려 들지 않아 답답한가요? 공격술을 배워보세요. 반대로 상대방이 내 주장을 물리칠 만한 논거를 포착했다는 낌새가 든다면 방어술을 배워보세요.


최소한 상대의 주장을 의심스럽게 만들어버리고, 궤변에 맞서는 궤변 전략으로 맞대응하면서 말이죠. 내가 아무런 반론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한 말이 허튼소리라는 인상을 은근히 심어줄 수도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읽다 보면 뜨악할 정도로 치사한 방법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 아닌가요? 정치인들 토론회라고 하는 번듯한 자리에서 말이죠.





쇼펜하우어 대화의 기술을 담은 <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는 현실 기반 철학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명 전투 교본입니다.


진실을 따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기술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논쟁에 휘말릴 때 딱 필요한 기술입니다. 철학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번역서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버무려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탐구와 해석을 바탕으로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을 정리한 <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토론술은 왜 이런 방식이 되었을까요?


쇼펜하우어는 감옥 같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고뇌, 고통의 필요성을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오로지 이겨서 허영을 채우는 존재라고도 합니다. 그렇기에 논리와 토론을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권기대 번역자는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토론술을 토론술의 마키아벨리즘이라고 명명합니다. 얼핏 보기엔 권모술수처럼 보여도 단순 기만책이 아니라 생존의 지혜라고 말이죠.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 입심이 달릴 때, 논리보다 여론에 떠밀릴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게 도와주는 38가지 대화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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