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 도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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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 서울 인구수는 무려 940만 명이 넘습니다. 서울은 천만에 가까운 인구를 품은 대도시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반면 지방소멸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왜 어떤 도시는 거대해지고 어떤 도시는 소멸할까요?


옥스퍼드 대학교수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 이언 골딘과 <이코노미스트> 필진 톰 리-데블린의 신간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는 번영과 몰락이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두루 살피며 성장과 쇠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 맞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사바나에서 진화했지만, 이제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종이다." - p21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개발도상국들도 꾸준히 농춘에서 도시로 이주 중입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만큼 도시는 현대와 미래 사회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도시는 편리한 교통, 다양한 문화생활, 교육 기회 등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진보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 범죄,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염병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의 도시들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왔을까요?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다양한 대륙과 국가를 종횡무진하며 방대한 데이터와 역사적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산업혁명 이후 협력, 분업, 발명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도시와 선순환하며 맞물리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도시는 인류 역사 과정에서 생겨난 수동적 부산물이 아니라 엔진이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의 큰 몫을 차지하는 슈퍼스타 도시들도 탄생합니다.


경제발전은 도시화를 요구하지만 도시화는 경제 발전 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도시 빈곤이 대량 발생합니다. 이처럼 집약적 성장을 이루었고 한편으로 위기도 찾아온 사례로 한국이 등장합니다.


구로공단 같은 산업 단지들을 보유하며 서울의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증가했지만 인구 급증과 농촌 탈출로 인한 대량 도시 빈곤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철강, 석유화학, 조선 같은 중공업을 장려해서 서울로부터 생산을 분산시킵니다. 그렇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과거엔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의 이주 가능성이 비교적 높았고 꽤 괜찮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번영하는 지역에서는 제조직 또는 관리직인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가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도시도 전쟁, 혁명, 대공황 등 외부 사건에 의해 쇠퇴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 간, 도시 내 불평등도 생겼습니다. 도시는 운 좋은 일부 사람에게만 좋은 곳이 되어갑니다.


오늘날 현실은 어떤가요? 집값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비도 말도 못 할 정도로 높습니다. 슈퍼스타 도시로 이주하려는 노동자는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를 얻을 뿐입니다. 쇠락하는 도시를 떠나 번영하는 도시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고, 준교외 지역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빈곤층도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와 연결된 세상에서 주요 도시의 인구가 많을수록 전염 속도가 빨라집니다. 역사적으로 과거엔 인구밀도 높은 도시 거주자가 농촌 거주자보다 사망률이 높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오늘날 주요 도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에 코로나19 대유행에서는 인구가 노령화하고 병상 수가 적은 농촌의 사망률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의료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를 검토해야 합니다. 게다가 대면이 필요한 일을 하는 건 대부분 저소득층입니다. 이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동안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짚어준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는 도시의 탄생과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기후 재난입니다. 도시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는 나라들 사례를 소개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나갔음을 짚어줍니다. 지금은 행동할 순간이라고 말이죠.


거대화된 도시화가 만든 위기를 직시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 맞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 같은 위험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각 도시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성공을 거두고 때로는 실패를 맛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합니다. 그저 정책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짚어줍니다. 변화는 우리의 행동, 먹는 것부터 이동하는 방법,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까지 모든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이죠.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할 수단이 이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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