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의 노예인가? 언어의 주인인가? 말하는 주체는 생명을 묻고 싶었다 - 어느 정신분석가가 말하면서 생을 마치는 인간들에게 삶을 고백하다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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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정신분석가의 길을 걷고 있는 윤정 저자. 말에 관한 치료를 위해 신경생리학에 접목한 신경정신분석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은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인 '말'에 대한 고찰입니다.


인간의 말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합니다. '죽음'과 '생명'을 오가는 '말'입니다. 정신분석 치료는 언어를 제대로 선택해 말하는 치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선택한 언어로 내뱉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간은 언어의 노예인가? 언어의 주인인가?라는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자신이 하는 말이 자신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물으며 자아에게 말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자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만족하며 착각하는 정신 영역이라고 합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확신하는 곳에서 '최초의 자아'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상상하는 만큼의 만족한 기대를 가지고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아는 없습니다. 상상하는 만족이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기에 고통을 느낍니다.


자아는 결핍으로 누적된 상실된 소외감을 갖게 됩니다. 그럴수록 언어 속에 결핍을 지닌 채 끊임없이 기대와 꿈을 가지고 삶을 욕망하게 됩니다. 이 감정들은 이후 삶을 역동적으로 이끄는 근원적인 토대가 됩니다.


윤정 저자는 이 여정을 부모님 서사로부터 시작된 내밀한 가정사를 드러내며 윤정 저자의 인생을 담은 서사적 고백으로 이어갑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부모님이 처음 부른 이름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하는 파트에서는 뜻밖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름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대신하는 영원한 대타자라고 합니다.


'이름'은 새로운 삶을 홀로 지향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제시어입니다. 이름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아를 발견하는 토대인 이름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윤정 저자는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을 바탕으로 언어와 무의식의 관계를 짚어줍니다. 우리 자아는 평소 아픈 정서를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런 삶의 모습에서 선택되는 언어와 말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합니다.


그런 삶 속에서 언어의 선택과 말은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 속에 머문 모든 삶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며 피해자처럼 살아가게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보지 못하면 변화는 없습니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근원적인 문제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그 문제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언어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신분석 치료라고 합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상처의 기억을 만든 자아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 시절 자아가 선택한 상처의 기억 속에 문제의 인식을 지닌 말을 하면서 말이죠. 자아는 늘 방어기제에 머문 결과에 불과한 겁니다. 몸은 이미지와 말로 이어진 기억의 집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말로 지어진 몸속에 의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말속에 살아 낸 언어의 수행은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그 집에서 거하면서 생명의 말을 하며 산다. 인간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언어의 의미로 구성된 말하는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 p184 


인간은 기억 속에 머문 자신을 바라보고 묻고 답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정신분석 치료는 말의 치료이고, 말하는 주체가 생명의 몸으로 다가설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말하는 주체가 노예적인 삶인지 주인적인 삶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담긴 <인간은 언어의 노예인가? 언어의 주인인가? 말하는 주체는 생명을 묻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 스스로 말하는 주체로서 문제를 찾아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읽은 윤정 저자의 전작들에서 이야기한 주제들이 이 책에 총망라되어 윤정 신경정신분석치료 이론의 종합 편과도 같은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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