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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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년 동안 자연사 영상을 제작한 세계적인 자연사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감동을 <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에서 만나봅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새로 진화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대 바다였던 곳이 오늘날 추운 고지대 사막이 된 곳도 있습니다. 모든 대륙은 기나긴 시간에 걸쳐 움직이면서 합쳐지고 쪼개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곳에 살아가는 생명들의 다양성도 바뀝니다. 어떤 생물은 적응하여 번성하고 어떤 생물은 사라집니다. 툰드라, 숲, 초원, 사막, 강, 바다, 화산 등 지구의 다양한 환경에서 자리 잡고 적응한 경이로운 생명들. 전 세계 서식지 12곳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복잡한 관계는 놀랍습니다.


대개는 생명들의 진화 과정이 느려 우리 눈으로는 환경 변화를 볼 수 없지만 관찰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등 화산 활동을 펼치는 곳입니다. 분출한 직후의 화산에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습니다. 몇 주 동안 증기, 매연, 유독가스가 계속 스며나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화산의 열기를 이용하는 생물들이 출현합니다. 죽어가는 화산은 뜨거운 물과 증기를 뿜어내는데 이 물에는 아주 다양한 화학물질이 녹아 있습니다. 생명들에게 부화기 역할을 하는 장소가 됩니다.


반대로 가장 추운 남극에서도 살아가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남극 대륙 바위에는 400종이 넘는 지의류가 자라고 톡토기와 진드기가 천천히 돌아다닙니다. 남극 바다에서는 또 다른 형식으로 에너지를 보호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동물들의 털이 모두 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개의 털은 깊이 잠수하면 수압에 공기층이 짓눌려 단열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깊이 잠수를 못합니다. 반면 물범은 수영복처럼 열 손실을 줄여줘 깊은 바다에서도 효율적으로 추위를 막아준다고 합니다.


밀림은 일 년 내내 큰 변화가 없습니다. 습한 상태에서 더 습한 상태를 오갈 뿐입니다. 이 안정성 자체가 다양한 생물이 사는 이유라고 합니다. 파나마의 한 나무 종에서만 950종이 넘는 딱정벌레를 채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밀림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잡식성 거주자는 놀랍게도...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밀림에서 생활하는 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육지 표면의 약 4분의 1을 덮고 있는 초원은 축소판 밀림과도 같습니다. 단위 면적당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더 많은 무게의 동물을 지탱할 수 있고, 다양한 동물들에게 풍족한 먹이를 쉽게 제공합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초식동물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삶의 최우선 과제는 물입니다. 필요한 물의 양을 극도로 줄인 종이 탄생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저장된 지방을 몸속에서 분해해 물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저마다 물을 모으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물들의 경이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늘로 눈을 돌려볼까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공기에는 미세한 유기물 알갱이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생명의 싹이 있습니다. 씨를 퍼트리는 식물이나 하늘을 나는 새만 바람을 이용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동식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경이로운 생명들의 세계는 해피엔딩만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해법에 감탄했던 마음도 이내 착잡해집니다. 인간의 이동으로 대량 살육된 동물,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한 군집을 이루었던 세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수많은 사례로 짚어줍니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파괴된 곳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화산이 땅에 남긴 상처는 결국 치유되고,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빠르게 지나가는 잦은 산불은 동물에게 거의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인간의 파괴만은 치명적입니다.


인간의 적응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는 다른 생명들처럼 주변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하기보다는 주변 환경을 바꾸었고 동식물들을 통제해버린 겁니다. 지금 지구의 모습은 인간과 가축들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합니다. 생물들이 거의 적응할 시간이 없을 만큼 빠른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 활동에 대해 경고합니다.


지질학적 관점으로 생명의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침으로 삼아야 할 원칙을 제시하기에 앞서 왜 지구를 아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 책입니다.


"어떤 약탈에도 견딜 수 있고, 아주 복원력이 강해서 어떤 피해로부터도 회복될 수 있는 자연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여전히 퍼져 있다. 계속해서 틀렸음이 드러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믿는다." - p321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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