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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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금융 교육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역사 스토리텔링으로 금융 이해력을 키울 수 있는 <조선의 머니로드>.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누구나 부를 꿈꾸지만, 정작 우리의 금융 리터러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자만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디지털 금융 전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공교육에서도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만나기 힘듭니다.


우리는 돈이 만들어낸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 커뮤니케이터 장수찬 저자는 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돈이 탄생한 역사부터 살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 군상이 일구어낸 돈의 정치, 화폐의 흐름, 부의 비밀을 담은 <조선의 머니로드>를 읽다 보면 돈이 어디로 모이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부의 속성의 이해하게 됩니다.


시장경제의 새싹은 명나라의 조선 출병에서 돋아났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조선은 당시 물물 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고, 화폐도 통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나라 군이 군수물자를 보급 받아야 하는데 갖고 있던 은화를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으니 쫄쫄 굶게 생긴 겁니다. 급하게 요동 상인들을 불러들여 해결합니다. 이때 들어온 요동 상인들이 눌러앉아 점차 조선 전역에서 은화가 통용되고 조선에 화폐경제 개념이 안착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임진왜란 이후 우리도 상비군 형식의 군대를 만듭니다. 재정력이 막강한 나라도 아니었으니 돈 먹는 하마 신세인 군대가 스스로 군비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탁월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펼쳐 보였다고 합니다. 여러 사업을 벌였는데 서적 출판 사업도 있었습니다. 당시 인싸였던 안평대군이 쓴 인쇄본도 출판하며 사대부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팔릴만한 책을 전략적으로 선정하는 안목, 수요자 중심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겁니다.


게다가 동전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군수 공장이 있었기에 돈을 주조할 수 있었던 겁니다. 돈을 주조해 이익을 취하는 시뇨리지 효과가 군비 증강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런데 돈 좀 버는 군대를 왕이 가만 놔둘리 없습니다. 점차 통치를 위한 금고로 전락하게 됩니다. 수원 화성 건설 당시 축성 비용을 군대에 떠넘기며 노론 세력의 군부대를 와해하는 전략으로 이용한 정조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이처럼 조선 시대에 돈을 주조한 관청은 군영이었기에 부유한 엘리트 군인들이 탄생되었고, 그들이 주도한 유흥 문화는 내수 경제 진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경제력과 권력이 생기니 제주에도 기와집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현금을 쟁여놓다 보니 오만 원 권이 시중에서 실종될 지경이 되었는데 이와 유사한 흐름이 조선 후기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전소설 <흥부전>에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금 부자 놀부는 이자놀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고리대금업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려 서민 털어먹기 방식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쌀이 부족한 춘궁기에 쌀 대신 돈으로 빌려주고 추수기에 이자를 포함해 갚게 했는데, 갚을 때는 현물인 쌀로 갚아야 했다고 합니다. 가을철엔 쌀 가치가 낮아지니 원금보다 몇 배나 많이 갚아야 했던 겁니다. 돈이 돈을 낳는 화폐의 본질과 속성을 이해했기에 등쳐먹을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놀부는 이미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사람이었습니다. 흉년이 들면 토지를 구입하고, 급매로 나온 저렴한 노비를 매입해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흥부전>은 권선징악 교훈을 알려주는 소설이 아니라 화폐경제 안에서는 돈이 돌고 돌아야 한다는 준칙을 알려주는 소설이라는 저자의 평이 흥미롭습니다.


조선사뿐만 아니라 서유럽 금융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린 템플 기사단 이야기 등 여러 나라의 이야기도 함께 나오니 읽는 맛이 풍성합니다. 템플 기사단과 필리프 4세의 치열한 밀당 스토리는 예전에 읽은 로판 <실버 트리>의 배경이라 소설로 배운 셈인데, 이번 기회에 역사적 팩트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21세기 빅테크와 같은 모습이 18세기 조선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강 변 주막집 주인의 창고들은 장사꾼에게 물건값의 1% 금액을 보관 수수료로 받아 일명 물류센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몰리니 자연스레 돈놀이도 하게 됩니다. 금융업이 탄생합니다. 가입자 상대로 쇼핑몰을 개설해 플랫폼 수수료를 챙기고 핀테크 금융업도 하는 요즘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역사적 교훈이 가득합니다. <조선의 머니로드>를 읽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부의 천재들은 기막히게 돈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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