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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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자연을 관찰해온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와 세계적 거장들을 만나 대담을 나누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최재천의 공부>. 두 분이 2021년~2022년 사이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100세 인생에 필요한 배움과 깨움에 관한 최재천 교수의 생각을 잘 이끌어내고 정리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삶을 위한 공부를 하는 자세가 이토록 뭉클한 감정을 끌어낼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공부하고, 학생 인권이란 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기성세대에 대한 최재천 교수의 목소리는 때로는 직설적입니다. 이제는 좀 바꾸자고 토로합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에 시달렸으면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또 우리처럼 키우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낸 최재천 교수는 공정에 매우 민감한 MZ 세대와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줍니다. <최재천의 공부>에서는 공부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를 살게 하는 앎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학교와 학원을 돌고 돌며 사는 삶 속에서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성취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공부하는 아이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라는 물음에서부터 할 말이 탁 막히긴 합니다. 최재천 교수님도 어머님의 공부 잔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공부했었다고 고백합니다.


심지어 수포자이기도 했습니다. 전략적으로 시험에 접근해 좋은 성적을 받았을 뿐이었던 그가 유학 생활에 수학 천재로 소문날 정도로 바뀐 아이러니한 경험을 들려줍니다. 기계식 문제풀이 대신 수학적 논리와 직관으로 비로소 수학에 눈을 뜬 그는 짧은 시간 경쟁하는 문제풀이 훈련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잠재력이 미국에서 발현된 겁니다. 애초에 그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엉터리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교육은 아이들이 지닌 잠재력이 드러나도록 과정을 만들고, 흥미가 일어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의 수업은 평가도 다른 수업과 다르고 양질의 토론을 하고 글쓰기 숙제가 많습니다. 





수직주의 위계질서와 회식 문화 등이 만연한 사회와 다를 바 없는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그가 시도하고 변화를 이룬 최초는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아내가 더 바쁘다고 당당히 말할 줄 알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하는 것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반드시 누리면서 최적의 생산을 내는 비결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저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말만 나오는 에피소드가 수두룩합니다.


공부가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한 관점을 안겨줍니다. 완벽주의자처럼 빈틈없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더라도 다양하게 배우면서 쌓아가다 보면 심도 있게 들어가는 분야도 생기고 균형이 맞춰지더라고 합니다. 대학 문턱 넘은 학생들이 오히려 성실과 지식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그는 읽기, 쓰기, 말하기에 집중합니다. 논리와 감성을 동원해 내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의 핵심은 자기다움에 있습니다. 나를 드러내려면 내가 나를 키워야 하는 겁니다.


글쓰기 실력은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 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독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최재천 교수님은 많이 읽지는 못해도 숙독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엄선해서 읽은 내용을 깊게 소화하고 글을 쓸 때 책 내용을 적당히 녹여냅니다. 그러면서 독서는 빡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취미 독서 대신 기획 독서를 해야 지식의 영토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교육하는 이유는 사회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최소한 알아야 원만히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거라는 걸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배움이 뭘까를 합의해 내는 논의가 필요한 겁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겐 이제는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배우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자들입니다. 인생 전반에 걸친 교육을 공교육으로 실현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최재천 교수. 40대를 위한 대학, 60대를 위한 대학, 전 세대를 위한 대학 등 별의별 대학이 만들어지는 교육 시스템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덤벼보고, 깊이 파보고, 옆길로 새보고, 악착같이 찾아보는 공부를 이야기한 <최재천의 공부>. 외길 대신 내 길을 찾기 위한 배움이란 무엇인지 그의 인생 경험에서 들려주는 소중한 이야기들에 가슴 뛰는 설렘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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