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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한 삶 - 일상을 불충분하게 만드는 요구와 욕구를 넘어
헤더 하브릴레스키 지음, 신혜연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평점 :
자신을 독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유해한 메시지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벗어나는 법을 이야기하는 자기회복의 인문학 <이만하면 충분한 삶>. 사려 깊음은 우유부단으로, 우울은 다른 이들과 잘 지내기를 거부하는 고집으로 오해받으며 단순히 행복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무리와 잘 어울리지 못하면 도덕적 실패로 간주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유해하고 모순된 사회 문화적 메시지들은 무의식적으로 서서히 내면화해 일상에서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실망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 환경이 넓어진 디지컬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오히려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 들때조차 이 문제를 각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해버립니다. TV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 헤더 하브릴레스키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에서 기이한 압박과 불안에 사로잡힌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들춰냅니다.
미니멀리즘의 이면에 숨겨진 과소비, 소셜 미디어가 부추긴 수치화 현상, 소비지상주의적 현혹의 명백한 징후를 보이는 음식 문화 등에서 오늘날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규칙을 짚어줍니다. 우리의 오해로부터 파생된 현상들입니다. 그 규칙대로라면 우리는 최고의 멋진 삶을 살아야하고 최고 버전의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맞는 태도를 길러야하는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오랜 침묵을 통해 깊이 사고할 기회를 차단하고, 자신의 평가에 따라 세상이 좌우되기라도 한다는 듯 행동하고, 전문가라는 사회악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문가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주변에 자영업자나 교사, 예술가보다 전문가가 더 많다면 분명 그것은 세상이 그 기반을 상실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유해한 메시지 중 강하면 미쳐있는 여성 캐릭터를 꼬집기도 합니다. 드라마 '명탐점 몽크'에서는 심리적 장애가 천재성의 핵심으로 그려졌고, 수많은 미친 여자들은 그냥 똑똑한 것일 뿐인데도 성격의 불안정한 요소는 성별에 따라 달라집니다. TV 비평가답게 이 사례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속 캐릭터를 분석해 보여줍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권하는 단순 명쾌한 말들은 오히려 우울과 불편에 대한 기피를 하게 만들었고, 자기계발은 능력치를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 안달났습니다. 외적 장애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아의 힘만 믿으라고 하니까요. 뭔가를 비평하려면 헤더 하브릴레스키의 비평 방식을 눈여겨보세요. 표현 자체는 세지 않은데도 내용은 무척 신랄합니다.
관심과 인기가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하찮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 현대인의 상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 혼란스러운 세상 속 유해한 메시지들에게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나이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하고, 진정한 로맨스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등 나를 향한 믿음을 통해 자기회복을 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순간을 즐기며 편히 쉬는 것이 진정한 사치라고 짚어줍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음을 알려면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상상 속의 완벽한 대안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말입니다.
더 나아지지 않는 자신에 대해 연민을 느껴야, 타인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 있는 법. 만연한 망상과 거대한 환상이 우리의 공동체 의식과 연민을 억압하고 있음을 짚어주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 불완전한 현재의 순간에서 자존감과 충만함을 찾을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최고 버전의 당신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당신이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