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바이러스다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소통상담가이자 시인, 정신분석가 윤정 저자의 신간 <자아는 바이러스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바이러스의 속성을 인문학적 성찰로 연결한 윤정 저자의 관점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책입니다.


영혼으로, 이성적 판단의 주체로 불리는 자아에서 생물학적 바이러스의 속성을 발견한 <자아는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불편한 감정이 들어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은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자 놀이와 닮았음을 발견합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갈등을 질서 있게 잡아가려는 욕망적인 자아. 1부 '자아 바이러스가 고백하다' 편에서는 자아를 바이러스의 생태적 습성과 연관시켜 분석합니다.


외부의 자극적인 환경을 분석하여 반응하는 과정을 거치는 자아. 그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로 자아를 편집하고 다른 이에게 투사하며 존재의 이유를 드러냅니다. 인간은 자아의 선택이 이성적 판단에 의존한 절대적 질서이고 싶어합니다.


말과 행동, 미생물, 뇌로 연결되는 커넥션에서 생성되는 자아의 속성을 들여다볼수록, 자아라는 표현이 생긴 역사를 들여다보며 시대마다 그 기표가 달랐음을 깨닫게 되면서 자아 바이러스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바이러스는 늘 대기의 화학적 변화에 민감하게 작용해 빛과 물을 가지고 아미노산을 새롭게 배열하며 유전물질을 나누어 주는 촉매제입니다. 결국 박테리아와 박테리아 사이에 유전물질을 나누어 주는 생명의 질서도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겁니다.


불안한 자아는 종교의 거룩함 뒤에 숨기도, 예술 뒤로 숨기도, 이성의 판단으로 승화된 도덕감옥에 기생하기도 하면서 자아의 의미가 편집됩니다. 그 과정에서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등 문명의 흐름에 따라 자아는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며 감염됩니다.


존재적 의미를 묻는 유일한 존재자이기 때문이기에 인간의 자아를 특별한 존재로 인정하며 죽음마저 생명임을 아는 현존재의 존재자임을 바란 하이데거의 자아론이 있었던가 하면, 효용과 이익이라는 실용성의 가치를 자아의 성취로 해석하는 현대인의 자아처럼 자아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문명 속에 억압당한 자아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언어를 통한 인간 욕망을 분석한 라캉에 관해서는 윤정 저자의 다른 책 <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에서 더 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생각하는 자아, 라캉의 말하는 자아 등 다양한 사유로 전개된 자아의 속성은 윤정 저자의 '현상적 자아'에 이릅니다. 순간순간 말로 표현되는 삶의 궤적에서 자아가 선택한 감정 억압의 크기에 따라 몸과 정신의 건강 상태가 달라집니다. 백신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말. 윤정의 현상적 자아는 모든 생명의 여정을 고민합니다.


자아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무의식과 의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복사하기에 자아를 상징적 대체물의 바이러스로 마주한 <자아는 바이러스다>. 병든 자아는 두려움과 다양한 통증의 과정을 드러내는 아픈 현상이라고 합니다. 무의식 속에 억압된 감정고착의 원인으로 발생한 질병은 새롭게 선택한 자아에 의해 질병의 자아를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게 윤정의 신경정신분석학입니다.


"병든 자아는 사랑의 메시지를 몸으로 표현하는 고백인 동시에 새로운 사랑을 욕망한다"- 책 속에서


바이러스 관점에서 인문학적 상상을 넓혀 생명의 현상을 표현한 '생명 바이러스가 고백하다' 편에서는 우리의 자아가 바이러스의 삶을 통해 인문학적으로 더 나은 생명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윤정 저자의 바람이 담겼습니다.


바이러스의 시점에서 바이러스 탄생을 들려주는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살아온 대로 기록된 물질인 생명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여정으로 생명 질서를 해석합니다. 숙주를 향해 끊임없이 사랑으로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수많은 물질들을 알게 될수록 가장 우월한 종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자만을 꼬집게 됩니다.


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대기권 속에서 화학변화에 작용하여 새로운 아미노산을 만들어 온 바이러스.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 문명을 흔들고 있기에 움직이는 화학물 구조물인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죽음의 상징이자 퇴치해야 할 산물로 여겨져왔습니다.


하지만 <자아는 바이러스다>에서 살펴본 자아와 바이러스의 닮은 꼴은 새로운 인본주의를 고민하게 합니다. 인간이 선택한 자아의 사고방식의 한계는 인간중심적 사유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과 바이러스 간의 대충돌 속에서 인간의 자아는 또 한 번 새로운 사유를 해야 할 기로에 섰음을 짚어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