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문화 - 공포팔이 미디어와 권력자들의 이중 전략
배리 글래스너 지음, 윤영삼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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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0 아마존 역주행 베스트셀러 책 <공포의 문화>. 이 책은 출간 2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이 사회가 미디어와 권력자들의 공포팔이에 휘둘리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정당, 기업이 이득을 위해 위험을 팔아먹는 행위, 공포팔이. 묘한 속임수와 그럴듯한 주장 등으로 부풀려진 근거 없는 공포를 말합니다. 미국 사회의 공포팔이 문화 현상에 대한 책이지만, 총기 사례를 제외하고는 우리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 방송, 학교, 지역사회, 인종, 정치계, 의학계 등에 퍼져 있는 근거 없는 두려움의 실상을 파헤침과 동시에 실질적인 위험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게 부풀려지면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포의 문화>.


그럭저럭 사회가 굴러가면 그만이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포의 대가는 심각합니다. 진짜 중요한 문제를 방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생각 외의 방식으로 나타나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공포팔이는 보육 시설 남성 노동자들이 잠재적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부분 일을 그만둔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국 값싼 임금을 받는 여성이 돌봄의 책임을 떠맡게 되었습니다.


아동 복지 분야에 신경쓰기보다 투옥 시설에 더 많은 비용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율이 낮아지는 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미국 총기 사고 시 정치와 언론은 항상 문제는 총이 아니라 살인자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공포팔이에 빠질 수 없는 건 사연팔이입니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안타까운 사연을 끌고 와 이용하기 일쑤입니다. 공포를 먹이 삼아 생존하는 것들의 실상을 <공포의 문화>에서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대중을 겁주는 공포의 정체를 폭로하고 비판한 언론 사례도 함께 소개하지만 공포팔이 사례에 비하면 극소수이긴 합니다.


눈앞에 닥친 재난처럼 묘사하며 현실보다 과장된 시나리오를 펼쳐 보이는 경우엔 메시지가 매번 비슷합니다. 그것은 평범한 우리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강조하지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뉴스 속 범죄와 현실 속 범죄 사이의 간극은 참 컸습니다. 사회 문제의 본질과 범위를 왜곡해 혼란에 빠뜨립니다. 진실보다 메시지를 강조하는 보도가 태반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를 짚어주며 세상을 팩트체크한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를 읽으며, 잘못된 사실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여기에서도 공포 본능을 하나의 원인으로 짚고 있었습니다. 한스 로슬링이 말한 공포팔이의 적나라한 사례를 바로 <공포의 문화>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10대 주요 사망원인이 살인과 사고 그리고 자살이 리스트 앞 순위에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암과 같은 오랜 기간 진행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청소년 시기엔 낮은 게 당연합니다. 10대 엄마와 싱글맘을 여성 혐오로 조장하는 공포팔이도 있었습니다. 부당한 낙인을 찍는 사회의 민낯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연구결과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축소하고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공포팔이의 기본입니다. 물론 공포팔이가 다루는 것들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합리성이 아닌 선정주의로 끌고 가면 결국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헛짓거리만 하는 사태를 낳게 된다는 걸 저자는 강조합니다.


코로나 백신도 공포팔이의 테두리 안에 속해있지요. 1982년 미국에서는 DPT 백신을 불신하게 만든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트럼프도 재임 기간에 다시 꺼내들 정도로 공포행상인들에게는 입맛 맞는 공포팔이 주제였습니다. 이제 슬슬 우리나라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시기가 다가오는데, 더 빠른 접종이 되지 못했던 이유로 정부가 내세웠던 말이 백신의 '안정성' 문제였지요. 정부가 안정성에 대한 불신 프레임을 먼저 꺼내든 셈이 되었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코끼리를 생각하듯, 하지 않아야 할 엉뚱한 프레임을 내세운 부분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정말 우리 사회는 병들어 있는 걸까요. 정말 우리 아이들이 병들어 있을까요. 오늘날 세상이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생각을 떠받치기 위한 무수한 증거들이 날조된 것이라는 걸 짚어주는 <공포의 문화>를 읽고 나면 본질에 다가서려는 사고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부풀려진 공포가 우리를 파괴하기 전에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공포의 문화 


그런데 이게 참 피로도 쌓이는 일이지요. 의심에 지치다 보면 점차 둔감해지고 무시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공포팔이가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고, 가짜 두려움을 직시하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포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의 민낯을 깨달을수록 진짜 중요한 문제에 접근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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