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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 - 평범한 어른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1/pimg_7960121632728702.jpg)
계단에서 울어본 경험이 없더라도 계단에서 울 수밖에 없는 심정만큼은 직장생활을 했다면 공감할 겁니다. 15년 차 직장인 김나랑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에서 피처 에디터로서, 마흔을 앞둔 여성으로서의 일상을 담담히 고백합니다.
한때는 다들 행복 강박에 빠져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에 유독 신경 썼다면, 요즘은 소탈하게 보여주는 방식에도 눈길을 돌립니다. 내가 더 궁상맞다는 식의 배틀까지는 아니어도 타인의 진심을 들으며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라는 위로를 서로서로 받는 거죠. 김나랑 저자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지는 못해도 위로를 구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가 낯익어 살펴보니 3년 전쯤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여행 에세이를 낸 작가였어요. 30대 중반에 병가 겸 퇴사를 하면서 떠난 남미. 그곳에서 겪고 느낀 감정을 그 책에서 보여준 바 있습니다. 마침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에서 병가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등장해 퇴사 전의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은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베테랑이란 호칭을 들어도 여전히 직장은 힘들다고 합니다. 직장생활과 나의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고민하는 글로 시작합니다. 실수, 원망, 자책, 체념, 결심이 머릿속을 맴돌아도 며칠 후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특별한 변화도 없더라는 고백도 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건 회사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오래 잘하고 싶어 내린 노하우는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일을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일 때문에 건강 잃고 나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업으로서의 일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평소에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일상을 살펴보면 잡지 에디터로서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1/pimg_7960121632728703.jpg)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일단 해봅니다.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감이 덜 떨어지니까요. 유행하는 것들을 경험해 보려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강박 시대에 관한 고민을 소회합니다. 휴가 강박, SNS 행복 강박, 건강 강박, 자기계발 강박 등 온갖 강박 시대에 숨어있는 허세에 대한 이야기는 감정 소모의 불필요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닌, 허세 욕망을 담은 활동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왜 스스로에게까지 힙 터지는 척하려는 걸까?"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합니다.
늘 불안해하면서도 답을 구하는 대신에 몰두할 다른 흥밋거리를 찾는 사람들. 뭐라도 하고 있다는 자위로 현실의 불안감을 감추고 있음을 짚어냅니다. 물론 이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도 여전히 답 없음 상태라는 게 현실이지만요. 회사와 나의 관계에서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밀당 능력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직장인의 연대 공간 화장실과 비상계단.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의 '한 번쯤'에서 생각해봅니다. 계속 화장실과 비상계단을 찾아대지는 않는다는 의미잖아요.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우는 건 언제적 일이냐 싶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물론 마음은 여전히 때때로 울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눈물을 회사 때문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렇게 조금씩 성장한 김나랑 저자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