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수상한 서재 3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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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도시 안덕에서 벌어지는 연쇄 방화 사건과 의문의 실종 사건에 담긴 비밀을 파헤쳐 가는 변호사의 이야기 <콘크리트>. 한국형 스릴러에 빠질 수 없는 사회 문제의 양상을 이 소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안덕은 한때 개발 열풍으로 매력 있는 도시였지만 이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도시입니다. 몰락의 길을 걷는 안덕 그곳도 여전히 사람 사는 곳이니만큼 많이 빠져나갔다 해도 온갖 잡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개발 때도 살아남았던 토착민들은 장정호 회장을 중심으로 암묵적인 규칙을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은밀하고 확실하게가 모토인 장정호는 정치인의 불법자금 세탁 등 돈과 인맥으로 살아가는 자입니다. 몰락하는 안덕에서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트, 횟집, 골프연습장,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며 장정호를 따르는 사냥개 무리도 있습니다.


"공포는 폐로 들어오는 물 같았다. 차가운 공포가 폐포를 스치고 나면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 콘크리트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 큰 화재가 일어나고 사장은 실종됩니다. 화재 현장에는 누군가의 손가락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어서 횟집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역시 사장이 실종됩니다. 실종된 이들은 장정호의 사냥개였습니다.


단서가 없어 수사는 지지부진. 장정호는 안덕으로 내려온 조카 세휘에게 이 사건을 경찰보다 먼저 해결하라고 합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세휘는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에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치매 초기인 친정 엄마의 병원비와 간병, 알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지켜야 하는 복잡한 상황 때문에 세휘는 당숙 장정호가 던진 떡밥을 덥석 물어버렸죠. 실종 사건을 해결하면 장정호가 밀어준다는 대가가 꽤 솔깃했거든요.


왜 손가락을 남겨 놓았는지, 어떻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사람을 납치했는지 누가 어떤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는지. 세휘는 이 사건에 냄새를 맡은 지방지 기자와 협력하며 사건을 파헤칩니다. 용의자가 있지만 심증만 있는 상황이라 크게 진전은 없지만 하나 둘 사건의 실체에 근접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콘크리트>.


그 과정에서 실종된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이들은 사실 엄청난 악인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인물들입니다. 자기 것은 지키려 드는, 어쩌면 참 평범한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정호의 사냥개들이 결국 한 명씩 차례로 사라지니, 어떤 기막힌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읽는 내내 기대하게 만듭니다.



소설 <콘크리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복잡한 사람들입니다. 검사 옷을 벗고 안덕으로 내려온 변호사, 중앙지에서 좌천된 지방지 기자 그리고 제 것을 지키려 드는 토착민들. 제목 콘크리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몰락한 안덕에서 아등바등하는 이들의 삶이 닮아있더라고요. 쉽게 깨지지 않는 견고함을 가진 콘크리트는 한 번 균열이 시작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지만 그래도 보수하며 유지시킬 수 있듯, 몰락의 길을 걷는 안덕에서 삶의 균열을 메꾸려 드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옳은 일이라는 건 없었다.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을 뿐이었다." - 콘크리트 


한국 스릴러 소설 오랜만에 읽었는데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혐오, 갑질, 도시개발 등 현재 한국 사회 곳곳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중반에 유력 용의자를 등장시키며 용의자의 시선에서 진행하기도 하면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반전 충격도 크게 한 방 먹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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