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엄마는 엄마 - 엄마와 딸의 관계를 바꾸는 사회심리학
가토 이쓰코 지음, 송은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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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싫어하는 딸은 인정머리 없고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일까. 


여성이 안고 있는 심리적인 고민은 모녀 관계 갈등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이기에' 엄마를 배신한 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상황을 피하는 식의 소극적 방법이나 잘 이야기하면 엄마도 이해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다보니 관계 개선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가토 이쓰코 저자는 이 세상 모든 딸에게 말합니다. 딸 스스로 엄마와 관계 맺는 방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이죠. 엄마를 싫어한다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엄마의 심리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엄마가 바뀌게끔 돕는 게 아니라, 딸이 행동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이해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이라는 사회적 환상에 갇힌 모녀 관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 본질을 꿰뚫어보는 책 <나는 나, 엄마는 엄마>.


상대가 달라지길 바랄 때 갈등이 생깁니다. 모녀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은 환상 허물기로 시작합니다. 죄책감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에 소개된 6명의 딸 사례를 보면 모녀간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공통점은 엄마가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약한 엄마를 뒀든, 강한 엄마를 뒀든 딸들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사랑, 그리움, 짜증, 분노, 초조함, 불쾌함,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엄마가 나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감정을 가진 딸들의 상황을 보면 아무리 엄마가 변하길 바라도 엄마는 변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결국 자신이 달라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치게 큰 엄마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객관화를 통해 엄마와 딸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엄마의 사연을 안다고 해서 반드시 엄마를 용서하게 되는 것과는 다릅니다. 엄마를 이해하지만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딸에게는 엄마의 불행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걸 강조합니다. 엄마를 이해하려는 작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모녀 관계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걸 명확히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살펴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엄마가 되는 것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사회. 결혼과 출산의 행복한 이미지를 가족, 가정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엄마보다 아이가 먼저인 생활을 모범적이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즉 타인을 위해 살도록 훈련받아 온 여성입니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에는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여성들, 즉 엄마의 사례도 소개합니다. 엄마의 불행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채로 딸에게 전해지고, 딸은 그 정체조차 알지 못한 채 엄마의 불행을 흡수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딸은 엄마의 불행이나 정당성을 증명하는 존재가 되고, 엄마라는 정체성밖에 갖지 못한 여성은 딸의 고통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딸이 스스로 상처받지 않고 원만하게 엄마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요. 매달리는 엄마, 과도하게 간섭하는 엄마, 무관심한 엄마, 완벽해서 부담스러운 엄마, 안쓰러운 엄마, 잔혹한 엄마, 모순투성이 잔소리꾼 엄마와 관계 유지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엄마가 된 딸은 그 역시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습니다. 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된 딸에 관한 조언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한 딸에게는 오직 딸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만이 있다는 저자의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의 해법을 들여다보면 관계를 끊는다는 게 연락을 두절하라는 뜻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엄마에게 상처받지 않고, 모녀 갈등을 반복하지 않도록 엄마와 딸 모두 자신만의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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