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크큭대며 읽을 수 있는 과학책 소개합니다. 이 세상 유머 코드 아닌 것들도 나오고, 곳곳에 함정이 도사린 책이어서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했던 책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최첨단 개인용 타임머신으로 시간여행 중 사고로 과거에 발이 묶인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지구 역사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밑바닥부터 문명을 재건할 수 있도록 기술한 안내서입니다. SF 소설 같다고요? 가정은 SF이지만 내용은 현실적입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정작 타임머신을 수리할 수 있는 부품은 내부에 없기에 고장나면? 헐~~~ 사태가 벌어지겠지요. 대신 맨땅에서 맨손으로 하나의 문명을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과학, 공학, 수학, 예술, 음악, 문학, 문화, 그 외 각종 정보와 구체적인 수치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있으니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아! 빅뱅도 일어나지 않은 시점의 과거에 발이 묶였다면?그냥 타임머신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지구 역사 속 어디쯤에 와 있느냐에 따라 문명 재건의 유무가 판가름 납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생각보다 최근입니다. 인간이 처음 나타난 게 겨우 20만 년 전. 게다가 그 시점부터 인간이 처음 말을 하기 시작한 5만 년 전까지 15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15만 년이라는 공백기 시대에 발이 묶인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문명을 세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향력을 행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는 문명 재건을 위한 커닝 페이퍼 모음집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문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음성 언어, 문자 언어, 수 체계, 과학적 방법, 잉여 열량에 대해 소개하고, 각 기술의 속성을 통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발명을 해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발명품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발명되었는지도 알게 되고, 못마땅한 점은 고칠 기회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인류는 거의 20만 년이나 지나서야 수렵 채집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농업입니다. 식물을 길들이고 재배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문명 건설 초보자가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들이 정말 최근에야 나온 것들이어서 과거에는 볼 수 없는 것들도 수두룩하다는 거예요. 빨간색 자몽은 1950년대 방사선 실험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품종 개량한 식물의 비포와 애프터 차이가 급격하다는 것 등등 지금 채소와 과일을 생각하면 실망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베어 그릴스가 야생에서 생존하는 방식을 보면 기함할 때가 많은데 섣불리 닥치는 대로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이 책에서도 짚어줍니다. 생각 외로 사람을 죽이려 드는 동식물이 많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은 범식용성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알려줍니다. 진정한 생존 밀착형 지식 정보책입니다.


생존과 문명에 유용한 동식물의 종류, 귀차니즘에서 해방시켜줄 다양한 기계 발명 등 문명 재건에 필요한 요소를 단계별로 소개합니다. 대부분은 똑똑한 현대인들의 기술에 초점 맞춰져 있지만, 가끔은 고대인들의 기똥찬 방법을 배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문화도 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불평불만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 외에도 문명의 질을 한층 높여주는 것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위 밑에서 찾은 벌레나 먹으며 수렵 채집의 생활에 머물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명은 고유한 가치가 있음을 알려준 책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면 우리는 어떤 욕망을 가질까요. 인류 문명의 속성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계기도 됩니다.


사피엔스와 마션이 만난 세상 유쾌하고 쓸모 있는 과학책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방대한 주제인 만큼 전문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명의 흐름을 이런 시각으로 펼쳐나가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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