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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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밤하늘을 연상케하는 표지에 눈길을 사로잡힌 <아들의 밤>. 그동안 북유럽 소설은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로만 접했는데, 이 소설은 일상 드라마인데도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1997년도 작품이지만 미국에 <LOVE> 제목으로 출간 후, 가장 뛰어난 해외 번역문학작품에 수여하는 PEN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에게 재발견된 소설입니다.

 

 

 

싱글맘 비베케와 아홉 살 아들 욘. 각자의 하룻밤을 그린 <아들의 밤>은 생각조차 못 한 방식으로 묘사되고 서술되고 마지막에서 주는 여운까지 가슴속에 진하게 안겨줍니다.

 

생일을 앞둔 욘은 엄마에게 받을 선물과 케이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뭔가를 하다가도 내일 받을 생일선물과 파티에 대한 기대감을 안은 생각이 문득문득 등장합니다. 퇴근한 엄마의 패턴을 알기에 지금은 엄마가 무엇을 하겠지, 지금쯤은 케이크를 준비하겠지 하는 예상을 하면서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마저도 사라진다면 삶의 존재 이유마저도 사라질 것만 같은 싱글맘 비베케. 대충 입고 다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차라리 추운게 낫다며 추운 날씨에도 몸매를 부각하는 옷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퇴근 후 독서의 행복을 즐기고, 여유를 누리면서도 꼼꼼하게 단장하는 그런 시간들이 그녀에게는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곰곰이 정리하다 도서관 책 반납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도서관은 이미 문이 닫혀 있었고, 이동식 놀이공원을 지나다 한 남자와 마주치는데.

 

욘은 엄마가 외출을 하기 전에 이미 집을 나선 상황이었어요. 서로가 집에 있을 거라 생각한 채 말이죠. 한 소녀를 만나 초대받은 집에서 머물기도 하면서 욘과 비베케는 저마다의 시간을 보냅니다.

 

내일 이동식 놀이공원과 함께 떠날 남자와 차도 마시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보내는 비베케.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절대 선을 넘어서지 말아야지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오가는 모습에서 그녀의 욕망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장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책 속에서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욘. 하지만 엄마의 차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 순간에도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욘과 집에 잘 있을 거란 생각에 아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는 엄마의 모습이 대비되어 안타까움이 이어집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을 갈망하는 욘과 비베케를 보다 보면 먹먹한 감정이 가슴을 채웁니다.

 

욘의 시점과 비베케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일반적인 번갈아타기가 아니라 줄 바꿈 없이 시점이 변하기도 하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두어 줄 읽다가 아, 이건 엄마 시점이구나 깨닫기도 하는데 저는 크게 불편한 건 없었어요. 왜 그런 방식인지는 궁금하긴 하네요.

 

누군가에겐 한 줄기 희망을 기대하게 하고, 누군가에겐 참담함의 끝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소설 <아들의 밤>. 예술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희망하고 원했던 그런 결말이 아니었기에 어쩌면 더 깊이 새겨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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