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3 - 루프 밀리언셀러 클럽 82
스즈키 코지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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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시무시한 링 맞습니다. 링 1권 바이러스, 링 2권 나선, 링 3권 루프까지.

저는 링 3 루프 편이 전작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영화 링만 알고 있다면 원작소설 링과 2, 3권은 생각보다 다른 관점이라 놀랄 수도 있답니다. 특히 2, 3권으로 가면서 생명과학 소재가 가미되어 오히려 SF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도 받았을 정도니까요. 전 평소 좋아하는 소재여서 신나게 읽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호기심이 많았던 가오루. 세계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소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중력이상 분포도와 장수촌 위치를 나타낸 세계지도를 비교하다 생명과 중력이 뭔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은 가오루.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그 사이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여행은 무산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걸린 암은 타인에게 전염까지 일으키는 전이성 인간 암 바이러스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변이를 일으키며 계속 전이 중인 암 바이러스를 치료할 길은 없습니다. 숙주인 인간이 죽지 않는 한 영원히 살아 있는 불사 세포인 겁니다. 게다가 과학자인 아버지가 젊은 시절 열정 쏟은 프로젝트인 인공 생명 프로젝트 '루프'와 관련한 사람들 대부분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투병 중인 아버지와 지친 어머니를 구하고 싶은 일념으로 의학생이 된 가오루는 불사의 암 바이러스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새로운 장기를 체내에 창조하기 위한 시행착오가 아닐까라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했듯 무수한 희생을 거쳐 결국엔 진화하는 인류가 탄생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죠. 암의 희생자가 아닌 진화에 이르기 위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 되는 셈입니다.

 

장수촌에는 왜 암 환자가 적은지, 장수촌의 위치와 중력이상과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며 어린 시절 가지 못했던 그곳으로 자꾸 마음이 끌립니다. 아버지의 연구 동료가 있다는 곳도 그곳입니다. 모든 우연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그곳. 우연의 이면에는 뒤에서 실은 조종하는 존재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컴퓨터 가상공간 루프. 또 다른 지구를 가상공간에 만든 겁니다. 처음에는 그곳에서 생명이 싹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증식이 가능한 RNA를 인위적으로 이식합니다. 그 이후 현재 지구처럼 가상공간에서도 생명이 출현하게 됩니다. 물론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뿐이지만, 명백하게 자신을 의식하는 지능이 있는 가상공간 속 생명체.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교환하며 말이죠.

 

 

 

루프에 살고 있는 지적 생명체는 창조주인 우리를 절대 인지하지 못하니 우리는 그들에게 신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루프의 생태계가 갑자기 암화되어 버리며 멸망하게 되면서 결국 그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던 겁니다. 루프에서 암 바이러스가 생겨 멸망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신종 암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과 동식물 모두 이 병에 걸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루프에서의 일이 현실로 닥친 겁니다.

 

결국 가오루는 아버지가 맡았던 루프 프로젝트를 추적하게 됩니다. 루프가 암화한 원인을 찾아내면 뭔가 해결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루프 프로젝트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링 시리즈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스케일이 커집니다.

 

공포소설인데도 참고문헌이 두 장이나 될 정도로 진화, 유전자, 암, 인공 생명 등 생명과학과 관련한 내용으로 잘 버무린 소설입니다. <루프>는 1998년 원작 출간된 소설인데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내놓았다니 수준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저 말초적 자극만 주는 공포물일 거라고 생각하며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링 시리즈를 다 읽고 나니 SF 소설을 능가하는 세계관에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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