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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최민홍 옮김 / 집문당 / 202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니체를 알려면 쇼펜하우어를 읽어야 한다는 말에, 집어든 이 책은 의외로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쇼펜하우어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원래 진실은 잔혹한 것이라 했던가.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고뇌와 불행, 악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불합리한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고뇌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게 해서 고뇌를 없애면 권태가 생긴다. 고뇌와 권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인 것이다. 발버둥치고 애쓰고 노력해도 허무로 돌아가는 것이 쇼펜하우어가 바라본 인생이다. 쇼펜하우어는 운명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며, 고통이 없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살라고 말한다. 신기루 같은 환상을 잡으려고 뛰어봐도 잡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오직 한 번뿐인 실재하는 시간, "현재"를 즐겁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세상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만약 신이 있다면, 내가 모르는 어떤 보이지 않는 규칙에 의해서, 이 세상은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을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었다. 하지만 인도여행에서 세상은 불공평하고 참혹하고, 비합리적인 게 맞다는 것을 절절하게 깨달았고, 단지 그 불행이란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음도 알게 되었다. 억울한 게 너무 많았던 나는 적당히 체념하고 적당히 받아들일 줄 알게 되면서 사는 게 많이 편해졌다는 것을 느꼈는데, 어쩌면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인도사람들에게서 배운 것 같기도 하다. :)
여성에 대한 생각이나 고독에 대한 지나친 강조 등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혼란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