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었는데도 출출하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게 땡겨서 카페베네에 갔다. 커피는 낮에 마셨으니 스팀밀크와 허니브레드를 시켜서 신랑과 나눠먹었다.

 

가끔, 신랑과 카페에 온다. 카페에 오면 단둘이 마주앉아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분명 같이 사는 사람인데 오늘 누굴 만나 뭘 하고 왔는지, 입을 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결혼하고 나서 '그 많던 대화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싶어서 쓸쓸해지는 때가 있었다. 보통 나는 낮에 단골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마니,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과 카페에 가는 일은 드물다. 보통, 저녁을 먹고 뒹굴거리거나 티비를 보며 박장대소하거나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거나, 자잘한 일상으로 채워진 우리의 저녁시간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어느날인가 우연히 밤의 카페를 찾았는데 집에 있을 때처럼 티비가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일상적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볼 수밖에 없게 되었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란 것이 만들어지자, 의외로 여러 이야기들이 술술 나왔고, 그즈음 알 수 없던 신랑의 마음도 알게 되고, 나의 마음도 얘기할 수 있었다.

 

아, 부부란 가끔씩 밖에 나와서 진지하게 마주 앉아 대화를 해야 하는구나.

물리적인 방해요소들을 없애고 차분히 앉아 있으면,

그러면 굳이 뭘 이야기해야 생각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는 거구나. 싶었다.

 

나는 매일 내가 한 얘기를 신랑이 금방 까먹어버린다고 토라지지만, 나 역시 귀기울이지 않고 대충 흘려넘겼던 이야기들의 조각을 모아서, 허니브레드와 스팀밀크와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졸음이 온다. 오늘은 달달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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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01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마음을 툭 터놓고 느긋할 만한 자리에 있어야
비로소 자잘한 것들 아닌
마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나 싶어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10-02 18: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환경이란 게 중요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