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은 묘한 구석이 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살인자'를 비난하고 이해할 수 없기 마련인데, 자꾸만 '유이치'가 범인이 아니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건의 전모를 듣고 나서도 '그럼, 그렇지. 요시노가 유이치를 자극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유이치가 그랬을 리가 없잖아' 하는 마음.
우리는 늘 사건의 결과를 듣는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어땠는지는 결과에 따라 구색이 갖춰지기 마련.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모른 채, 그래도 사람을 죽인 건 잘못한 거야라며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지, 이렇게 말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 살인자는 살인을 했다는 이유로 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일까. 무조건 죽은 사람만 불쌍하고, 죽인 사람만 나쁜 것일까. <악인>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인간을 선인과 악인으로 나눌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선인과 악인을 나누고 옳고 그름을 가르며 남말하기 좋아하던 나를 조금은 반성하게 된다.
가려진 저쪽에 있는 진실까지 보듬을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