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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은 봄볕과는 다르다.
서른 넘게 살면서 처음 알았다.
아침에 창으로 스미는 햇살이 그렇게 눈부실 수가 없더니
가을이 되니 어스름하게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어른어른하다.
해가 점점 짧아지는 거야 당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빛의 투명도와 강약과 빛깔이 저리도 다르다니.
내가 늘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믿어왔던 사계절과 일상도,
실은 그렇게 조금씩 다른 강약을 주며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똑같다.고 말하기 전에.
눈 한 번 크게 뜨고.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
다시. 하면서.
설레고 싶은.
가을.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
요. 문장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을. 한번. 찾아보고. 싶은.
아름다운.
나의.
가을.